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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개인의 삶으로 미디어의 빈틈을 채운다, Humans of Seoul

'Humans of New York(HONY)'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2010년 여름에 브랜든 스탠톤(Brandon Stanton)이라는 사진가가 시작했는데요, 뉴욕 거리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의 사연을 적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하는 뉴욕의 인구통계조사’를 해보려고 시작했다는데요, 어느새 10,0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Humans of New York 책 표지



'Humans of New York'이 인기를 끌면서 여기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프로젝트가 생겨났습니다. Humans of Teheran, Humans of the Fiji Islands, Humans of Philadelphia, Humans of New DelhiHumans of Seoul, 그리고 Humans of Jinju까지. 



최근에는 'Humans of Seoul'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요, 벌써 7천 명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눌렀네요. 어떤 이야기들이 올라왔는지 한번 볼까요? 




"이 친구(왼쪽)하고 저(오른쪽)는 같은 축구부를 다녀요. 음, 이 친구의 항상 잘 웃는 게 좋아요. 저희 사진이요? 저희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 [출처]




"어떤 일을 하세요?"

"연기하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경험은 뭐예요?"

"도둑질 연기요. 연기가 아니면 직접 해 볼 수 없잖아요." [출처]




"우릴 인터뷰 하시려구요? 이 오빠를 인터뷰하세요. 이 오빠가 허세의 왕이거든요." [출처]



지난해 12월에 시작되어 벌써 50여 장의 사진을 찍은 'Humans of Seoul' 제작진을 슬로워크가 최초로 인터뷰했습니다. 아래는 'Humans of Seoul' 편집장 정성균 씨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멤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 멤버는 정성균, 박기훈 이렇게 두 사람이 하고 있어요. 저(정성균)는 편집장 역할을 하고 있고 원래 직업은 사진과는 무관한 한 연구원이구요. 파트너인 기훈은 현업에서 패션사진을 하는 사진가이고, 이 프로젝트에서는 아트 디렉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역할 분담이 이렇게 되어있더라도 인터뷰나 촬영은 전원 다 하고 있어요.


> 매일 매일 프로젝트 결과물을 내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많이 토의하고 검토를 해야 해요. 콘텐츠나 차후 인터뷰 방향에 대해서 협의를 많이 해야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을 할 정도로 긴밀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요. 10년 지기 친구라서 여기까지 잘 굴러오지 않았나 싶네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처음 지난 여름에 'Humans of New York'을 처음 소개 받았을 때, 그냥 뉴욕 괴짜들의 사진을 찍어놓은 사진 사이트인 줄 알았어요. 평소처럼 영어로 된 페이지의 사진만 보고 영어로 된 글을 하나도 안 봤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하루하루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Humans of New York' 사진들을 함께 적혀 있는 대화와 함께 보니까 뭔가 탁 하고 머리를 때리는 게 있더라고요.


> 한참 이 프로젝트를 준비 할 때는 마침 세상이 굉장히 시끄러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디어의 뭐랄까 빈틈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사실 그 뉴스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시대의 개인은 너무 극단적인 뉴스에 계속 쓸려 다니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는 기회는 적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성이 쉽게 무시 받기도 하는 사회를 살고 있기도 하고요.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쉽게 말하는, 이름이 뭐고, 어디 살며, 무슨 일을 한다는 식의 피상적인 정보가 아닌 개인의 삶, 그 자체를 살짝 엿보려 했어요. 그렇게 'Humans of New York'을 보면서 비록 부족하더라도 뭔가 비슷한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한 번 해보겠다는 결심이 들자마자, 바로 제 지금 파트너(박기훈)에게 전화를 했죠. 하하.



사진 찍을 사람들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가급적이면 바쁜 사람은 건들지는 않아요. 사실 인터뷰 성공률이 그렇게 높진 않아요.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쉽지 않고요. 그래서 뭔가 인터뷰에 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감에 의존해서 찾아내곤 해요. 그게 참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하다보면 그 감이 생겨요.


> 한번은 그 “도를 아십니까”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 사람들이 저보고 뭔가 기운이 있다면서 말을 건네길래, 아예 이 참에 이 사람들과 딜을 해보자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전 그 사람들 교리를 들어주고, 그 사람들은 인터뷰를 받아주는 그런 딜이요. 결국은 그 사람들이 딜을 거부했지만, 이렇게 나름 절실함을 갖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분들 중 몇은 페이스북 친구가 되기도 했고요. 재밌는 건 사람들이 쉽게 자신들이 언제 제일 행복했었는지, 슬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이었어요. 당장 여러분에게 질문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요? 어렴풋하게 “여행 갔을 때요” 정도의 느낌만 남은 단편적인 기억만 소유한 사람들도 많아요. 


> 한편으로는 언제 자신이 행복하고 슬프고 두려움에 빠졌었는지 그 느낌과 맥락을 정확히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분들이 이야기 할 때는 뭔가의 확신이 찬 그런 목소리를 느껴요. 철학자들이 어렵게 말하지만, 스스로를 알아 간다는 게 혹시 이런 것 비슷한 게 아닐까 가끔 생각하곤 해요.



페이스북 포스팅 후 그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나요? 특이할만한 피드백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 한 청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누가 공유해갔다는 표시가 되어서 가보니까 그 분의 아버지 페이스북이더라고요. 담담하게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퍼가셨어요. 뭔가 시대를 관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황경식님의 페이스북



인터뷰 내용을 영문으로도 번역해서 게재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umans of Seoul'은 'Humans of New York' 이후에 전세계로 번져 나아가는 'Humans of’ 시리즈의 하나예요. 'Humans of Paris', 'Humans of Rome'도 있고 중동에도 'Humans of Teheran' 같은 정말 멋진 페이지들이 많아요. 나라와 상관없이 전부 영어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고, 저희도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 모두로 내용을 쓰고 있어요. 외국에서 한국 사람 하면 일 중독자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Humans of Seoul'이 진정한 한국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크게 기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자신들의 블로그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직접 사진 속의 한국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세계로 퍼트리는 작업은 이 프로젝트만의 고유한 가치가 아닐까 해요.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 앞으로는 좀 콘텐츠 양을 늘려보려고 해요. 하면 할수록 탄력이 붙으니까 앞으로는 더 많은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추워서 길가의 사람을 붙잡고 말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은데, 날이 따뜻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더 많은 사진, 더 많은 이야기는 'Humans of Seoul' 페이스북에서 만나보세요.

> Humans of Seoul 페이스북 페이지로 이동




 by 펭도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