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의 '러브하우스'라는 방송 기억나나요? 낡은 집을 무료로 근사하게 탈바꿈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참 부러워하며 시청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방송은 종영한 지 꽤 됐지만, 최근 제2의 러브하우스를 자처하는 건축사무소가 있어 소개하려고 해요. 무엇보다도 저예산에 맞으면서 과감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매력적인 곳인데요, 한국의 젊은 건축가 셋이 모여 이끌어가고 있는 건축사무소, 제이와이아키텍츠(JYA-RCHITECTS)의 '로우코스트하우스(Low Cost House)' 시리즈 4곳을 소개합니다.


1. 로우코스트하우스 하나: 벌교



2012년 12월, 벌교에 사는 여섯 식구가 살던 집이 화재로 소실돼버렸습니다. 1평 남짓한 창고 방을 개조해 여섯 식구가 겨우 겨울을 나고 있었다고 해요. 제이와이아키텍츠는 추운 겨울이 가기 전 서둘러 이 집을 리모델링해줘야만 했습니다.




이 집은 세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4명의 아이들이 두 평짜리 방에서 생활했을 뿐만 아니라 집의 3분의 1도 활용하기 어려웠던 불합리한 구조, 두 번째, 단열재도 없이 지어진 건물 외벽, 세 번째, 집이 북향인 데다가 남쪽은 키 큰 대나무밭이 가로막고 있어 하루종일 햇빛이 집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집 리모델링에 들일 수 있는 예산은 4,200만 원뿐이었죠.


집의 지리적 여건상 지붕으로밖에 햇빛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예산이 적으니 비싼 자재로 지붕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최대한 저렴한 자재로 빛을 들이면서 단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게 관건이었다고 해요. 그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에어캡(일명 뽁뽁이)의 활용이었습니다. 에어캡 1겹은 3개의 공기층을 갖고 있고, 이를 25겹으로 겹치면 총 75겹의 단열 공기층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반투명하기 때문에 채광도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러나 어떻게 에어캡으로 튼튼한 지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정말 가능한 아이디어였는지 한번 확인해볼까요?







정말 놀랍죠? 말도 안 되게 에어캡 지붕으로 꽤 근사한 저택 한 채가 지어졌습니다. 채광이 너무 좋아 눈이 부실 정도네요. 집의 중요 자재로 에어캡을 활용하니 놀라울 따름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두 번째 사례도 살펴볼까요?


2. 로우코스트하우스 둘: 장흥



일곱 가족이 살던 장흥의 어느 집. 외양간에는 소의 배설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악취와 파리가 가득했고, 쥐가 들끓어 생활 자체가 힘든 상태였다고 해요. 심지어 화장실은 제대로 된 문조차 없었습니다.




특히 집안 곳곳 나타나는 쥐를 방지해야 했기 때문에 기초 공사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도 저예산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4,000만 원뿐. 게다가 신축인 데다가 지난 벌교 집보다 가족 수가 많아 만들어야 할 공간은 더 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사의 관건은 신축부터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것.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진 출처: 프리라인(FreeLine)


컨테이너였습니다. 단열, 마감, 창호, 설비 등이 일체화되어 있어 현장작업이 수월하고,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이 가능하여 가족에게 알맞은 공간 구성이 가능했습니다. 컨테이너로 지은 스위스독일의 프라이탁 본사 건물이 떠오르네요^^ (2012년 6월, 슬로워크 블로그에서도 폐컨테이너를 재활용하여 만든 스타벅스 매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열과 방음에 취약한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컨테이너로 방을 구성하되, 단열과 방음을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더했습니다. (2015.06.26 수정)








저예산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컨테이너하우스 사례가 몇 있지만, 단열과 소음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를 더해 설계를 실현한 제이와이아키텍츠,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벌교 사례와 더불어 협소한 공간에 지붕을 높여 복층 활용을 더한 점 또한 돋보여요. 세 번째 사례도 살펴볼까요?


3. 로우코스트하우스 셋: 화순



30년 전에 지어진 전남 화순의 어느 오래된 주택. 가족 넷이 화장실도 없이 마당 한 켠에 구덩이를 파 볼일을 해결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욕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집의 절반은 창고처럼 버려져 방 하나에서 어머니와 아이 셋이 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단열재도 없이 지어진 집이었고요.




이런 환경 속에 자란 아이들은 볼일을 보고 씻는 일을 자연스럽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화장실과 욕실을 잘 갖추어 주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고 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집 구조는 양호했기 때문에 단열만 좀 더 보완하고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게다가 집을 들춰내 보니 한옥 서까래가 꽤 매력적이어서 이를 살려 시공했다고 해요.







마치 잘 개조된 한옥 게스트하우스같습니다. 탁 트이면서도 이리저리 분할된 공간이 매력적이네요. 저예산 리모델링에 점점 노하우를 터득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 그럼 마지막 기적의 집을 살펴볼까요?


4. 로우코스트하우스 넷: 정읍



정읍 어느 비닐하우스에서 야채를 재배하며 8년째 살고 있는 다섯 가족. 판자로 짜 놓은 방과 싱크만 간신히 있는 주방이 전부였습니다. 화장실이 없었음은 물론, 볼일은 농수로로 대신 해결하고 있었다고 해요.




늘 그렇듯 얼마 없는 공사비를 극복하는 데서부터 아이디어가 출발해야만 했죠. 비닐하우스를 개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건은 아예 신축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우선 정읍에서 쉽게 시공할 수 있는 조립식판넬주택을 선택했고, 이 주택이 가진 단점을 극복해보고자 고민을 했습니다.


일반 조립식판넬주택 참고 사진 / 사진 출처: 제일종합건축


기존의 조립식판넬주택은 위 사진처럼 철골조가 기본 뼈대가 되고, 저 예쁘지 않은 철골조를 감추기 위해 마감을 한 뒤 샌드위치 판넬을 붙여 시공을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제이와이아키텍츠는 이 불필요한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골조 대신 '나무' 골조를 사용하여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나무 살이 실내에 그대로 드러나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여느 조립식판넬주택 공정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말도 안 되게 완벽한 집이 탄생했습니다. 해체주의 건축이 일반 시골 가정집에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적용돼 있어서 뿌듯할 따름이네요. 그것도 굉장히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말이죠.


사실 도박과도 다름없는 해결책이었을 텐데, 이렇게 근사하게 집을 지어버리니 멋있다고밖에 할 말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이와이아키텍츠는 이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 일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 출처 링크를 따라가면 다른 디자인도 구경할 수 있어요. 무분별하게 재개발만 해대는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제이와이아키텍츠를 비롯해 이런 건축가들이 더 늘어나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까지도 건강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저도 언젠간 이들에게 우리 집을 맡겨보 싶습니다^^


출처: 제이와이아키텍츠


by 고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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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