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5 버닝데이에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슬로박스(slobox)"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슬로박스는 하루동안 버닝데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종의 버닝데이 진행 도구입니다.





슬로박스는 버닝데이를 더 알차게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슬로박스는 어도비 킥박스(Adobe Kickbox)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어도비 킥박스를 보면서 슬로워크의 버닝데이에도 이런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어도비 킥박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버닝데이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한 행사이고, 이미 합의된 목적, 절차, 방식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버닝데이의 목적, 절차, 방식에 맞춘 슬로워크의 버닝데이만을 위한 도구를 새롭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슬로박스는 사내수공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슬로박스를 만들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슬로박스가 오히려 버닝데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였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최소한의 도구만을 제공합니다. 슬로박스가 버닝데이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슬로박스는 버닝데이의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2. 재미있고 쉬워야합니다. 버닝데이의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슬로박스가 또다른 압박감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슬로박스는 버닝데이 중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원칙에 맞게, 슬로박스는 크게 슬로박스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카드 묶음들(체크인 카드, 회의 카드, 생각 카드, 질문 카드, 리더십 카드 등), 중간 공유를 위해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양식, 그리고 주사위, 타이머, 포스트잇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중 주요 구성물인 카드 묶음들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1. 리더십 카드+주사위+타이머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슬로박스가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각 팀당 1명이 랜덤으로 리더십 카드, 주사위, 타이머가 들어있는 슬로박스를 받았습니다. 리더십 카드를 받은 사람이 버닝데이 하루동안 그 팀의 리더 역할을 했습니다.

    버닝데이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리더가 타이머로 시간을 통제합니다. 구성원 모두 리더의 결정을 따르되, 리더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는 주사위를 활용합니다.




  2. 체크인 카드
    버닝데이를 시작함에 앞서 팀 구성원들끼리 서로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공유하기 위한 카드입니다. 잠깐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Mr. Slo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체크인 카드에 담긴 Mr. Slo의 다양한 모습은 슬로데이 시즌2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3. 회의 카드
    회의를 할 때 지켜야 할 원칙들이 써있습니다.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카드를 그 사람에게 보여줍니다.




  4. 생각 카드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다룬 책인 '생각의 탄생'의 13가지 생각 도구 중, 버닝데이와 어울리는 생각 도구를 소개합니다. 버닝데이 도중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버닝데이 시작과 함께 슬로박스가 배포되고, 리더십 카드를 뽑은 사람들의 즐거운 환호(인지 탄식인지 비명인지)가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팀에 따라 직급이 더 낮은 사람이 리더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를 통해 제한된 시간과 조건 아래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군가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조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슬로박스 역시 제한된 시간과 조건 아래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사용 상황에서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버닝데이를 시작으로 슬로박스를 계속 발전시켜나갈 예정입니다.



by 낙타 발자국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