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워크는 2016년 새해를 맞아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십중팔구 가지고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재상'입니다. 


슬로워크의 아이덴티티 작업 중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열한 논쟁이 오갔던 부분이 이 인재상과 관련된 작업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슬로워크는 인재상(人才像)이 아니라 반인재상(反人才像)을 수립했습니다. 지금부터 그 사연을 간단히 나눠보겠습니다. 





인재상, 슬로워크에게는 가깝고도 먼 이야기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을 하면서 미션과 가치, 비전을 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슬로워커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지, 또한 앞으로는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지 등 일반적으로 인재상이라고 부르는 영역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중요성을 따져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합니다. 국내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10대 대기업들만 살펴보더라도 절반 이상이 아래와 같은 단어들로 인재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전, 열정, 창의, 혁신, 소통



또한, '글로벌 마인드,' '자기 주도,' '팀워크,' '고객 지향,' '융합적 사고' 등도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의 요소들입니다. 이들 기업의 인재상을 보면서 모두 언제 사용해도 좋은 말이고, 실제로 저런 요소들의 여러 가지를 갖춘 사람이라면 회사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슬로워크는 일반적인 인재상의 관점을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를 사고의 흐름에 따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앞에서 살펴본 기업들이 실제로 인재상을 어디에 적용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2) 그런데 슬로워크가 인재상을 마련한다고 해서 이들 기업과 대단히 차별화된 어떤 개념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3) 인재상을 마련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4) 기준을 잘 만들어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뽑는다 하더라도 그런 인재가 실제로 회사와 잘 맞을지는 미지수다. 

5) 나아가, 몇 가지 이상적인 모습을 정해 놓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뽑겠다는 관점이 다양성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는 회사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6) 특히, 불확정성이 더욱 심해지는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고정되고 피상적인 인재상으로는 진짜 인재를 못 알아보는 우를 범할 위험도 있다. 

7) 한 조직의 인재는 개인의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뿐 아니라 조직의 교육과 지원, 그리고 제도와 조직문화가 함께 만든다고 믿는다. 

8) 그러므로 바람직한 인재의 모습은 다양하다는 전제 하에, 특정 인재상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인재로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요소들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슬로워크는 높은 기준의 인재상을 정하지 않고 반대로 최소 기준인 반인재상을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입니다. 



반인재상, 이 또한 가깝고도 먼 이야기


처음 반인재상을 만들기로 했을 때 그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8가지 기준이 만들어지면서부터는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고 논쟁도 많았습니다.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가 본래보다 8주나 일정이 길어졌던 것에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더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이 반인재상에 관한 쉼 없는 논쟁과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꼬집는 내용이 너무 많아 오히려 좀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반인재상이다 보니 제목과 내용이 모두 부정적이어서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관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격론이 펼쳐졌던 부분은 8가지 유형 중 몇 가지는 회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악용할 우려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사실상 8가지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괜히 낙인 찍히는 느낌이 별로라는 의견,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있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많아질 것 같다는 의견 등 여러 주장과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그런데도 반인재상을 결국 확정한 것은 슬로워크의 미래를 위해 이런 관점이 필요하고 개인과 조직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1달이 넘는 수많은 논의를 모두 검토한 뒤 아이덴티티 위원회(IC)는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목적과 기능을 명확히 하면서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이라는 이름으로 반인재상을 확정했습니다. 



- 슬로워크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 슬로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자신과 슬로워크가 잘 맞는지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포인트의 역할을 한다. 

- 채용 시 개인의 역량과 함께 우선 확인해야 할 평가 요소로 활용한다. 

- 슬로워커들이 때때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아 성찰 가이드로 활용되도록 한다. 



이제 사연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으니 슬로워크 반인재상을 공개합니다. 참고로, 반인재상은 지금 진행되는 채용 프로세스에서부터 활용됩니다. 



슬로워크 反인재상


인재란 누구일까요? 또 우리 조직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일까요? 슬로워크는 당분간 이런 질문에 답을 내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몇 가지 인재상을 그려 놓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만을 수용하겠다는 관점은 다양성을 통해 시너지를 추구하는 슬로워크의 철학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원하는 인재로 발전하는 것은 구성원이 되고 난 뒤에 조직과 함께 고민하며 노력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재상이 아니라 反인재상을 제시합니다.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


1.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슬로워크는 목표 중심의 사고를 지향하지만, 목표지상주의는 반대합니다. 아무리 목표 달성이 절실한 경우라 하더라도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다 보면 나중에 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슬로워크는 어떠한 목적도 과정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위기 상황에서 거짓말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

평소에 정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상황이 심각할수록 거짓말의 파장이 더 크고 타인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슬로워크는 위기를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습관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합니다. 


3. 동료의 일에 무관심한 사람

관심이 늘 또 다른 관심을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무관심은 항상 무관심을 부릅니다. '내 일만 잘하면 됐지'하고 동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도움이 필요할 때 혼자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슬로워크는 동료에 대한 무관심이 각자의 책임에 더욱 무거운 부담을 지운다고 생각합니다. 


4. 인생에서 연봉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로 중요한 사람

돈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직장인에게 연봉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연봉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없는 사람이라면 슬로워크를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슬로워크는 인생에서 연봉보다 중요한 것이 두어 개는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생이 아니라 연봉 협상을 할 때는 연봉이 제일 중요합니다. 


5. 남과의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면 자신도, 동료도 진정으로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비교는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느꼈다면 반드시 비교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슬로워크는 동료와 비교하면서 행복감이나 불행감을 느끼는 모습이 조직의 다양성과 상충한다고 생각합니다. 


6. 말과 행동이 엇박자를 내는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말을 근거로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행동을 근거로 말과 생각을 유추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슬로워크는 많은 비효율이 예측할 수 없고 신임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7. 일할 때 감정적으로만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람

감정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적절한 감정 표현은 정확하고 효과적인 소통을 돕지만, 매사에 감정적인 반응과 판단이 앞선다면 일이나 대화의 본질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다른 동료의 마음이 상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양날의 검을 넣는 칼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쉽게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8.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

소통과 협력을 꺼리는 사람에게 슬로워크는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다. 슬로워크에는 혼자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1이고 다른 한 사람도 1이라면 함께 일할 때 그 결과가 0.5가 될 수도, 3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슬로워크는 그 열쇠가 소통과 협력에 대한 자세라고 믿습니다. 




장수하늘소 발자국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