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해도 참 알아듣기 어렵게 썼다' 이런 느낌이 드는 문장 보신 적 있나요? 가끔 제가 쓴 메일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는 번역서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에 혹시 내가 난독증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요, 이런 어색한 표현은 맞춤법 검사기도 고쳐주지 않아 슬픕니다.





그러던 중 문장을 다듬는 법을 소개한 책을 만났습니다. 20년 넘게 교정, 교열 일을 한 김정선 저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입니다. 어색한 문장이 불필요한 표현을 벗고 더 읽기 쉬운 문장으로 바뀌는 모습을 하나하나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합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한 ‘것’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저자가 공식처럼 외운 문구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은 불필요하게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한 의존 명사 ‘것’을 고쳐보겠습니다.





①~③예문처럼 ‘것’ 또는 ‘~한다는 것’을 빼면 의미를 유지하며 간결한 문장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라는 짧은 문장에는 ‘것’이 두 번이나 있는데요,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상상은 즐거운 것이다 (또는)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로 고치면 훨씬 깔끔해 보입니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1


‘있다’는 동사이기도 하고 형용사이기도 합니다.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가령 ‘오늘 종일 집에 있었다’ 혹은 ‘오늘 회식이 있다’처럼 쓰입니다. 이처럼 흔히 쓰는 표현이다 보니 아래 예문처럼 굳이 필요치 않은 곳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이 문장 속 ‘있는’은 ‘상태’라는 명사를 꾸미는 관형사로 쓰였기 때문에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요소입니다. ‘~바싹 마른 상태였다’로 쓸 수 있습니다.


‘그 제안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이 문장은 ‘검토’라는 동사를 주어로 만든 예문인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검토는 ‘하는’ 것이지 ‘있는’것은 아닙니다. ‘~검토할 예정이다’가 더 어울립니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2




’있다’가 반복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에 있어’, ‘-하는 데 있어’, ‘-함에 있어’, ‘-있음(함)에 틀림없다’입니다. 문장의 액세서리 같은 장식 요소입니다.


왠지 자주 쓴 표현인 것 같아 흠칫 놀랐습니다. 어딘가 있어 보이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유용한 것 같고요. 저자는 이런 표현들은 한국어 표현을 어색하게 만들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②번 예문처럼 ‘-있음(함)에 틀림없다’와 같은 표현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꼴, 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꼴입니다.





제가 안시켰는데요


한국인은 배달 음식을 좋아합니다. 치킨도 시키고 짜장면도 시키고. 이렇다 보니 말속에서도  ‘시킨다’는 표현을 즐겨 쓰는 걸까요?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되는 단어에 접미사 ‘-시키다’를 붙여 쓰는 일이 많습니다.





각 문장에서 ‘-시키다’가 붙은 표현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모두 한자어 명사에 ‘-시키다’를 붙여 동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단어 하나하나 살펴보면 ‘-시키다’보다는 ‘-하다’가 붙어야 하는 단어들입니다.


‘~교육시키지 못한 탓’은 ‘교육하지 못한’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건 ‘교육하는’ 것이지 ‘교육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아래 ‘소개하다’와 ‘격리하다’도 무엇무엇을 한다는 뜻을 갖는 단어라 ‘-시키다’를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형을 써야 하는지 안 써도 되는지




우리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어서 한 문장에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문장도 지저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미 과거형인 동사에 어미 ‘-던’을 붙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①~③예문처럼 ‘-던’이 붙는 표현은 과거형보다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심지어 뜻도 같습니다.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론 건망증으로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는 예외고요. 위 예문처럼 ‘그, 이, 이러한’을 섞어 쓰면 무엇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헷갈리고 이리저리 헤매게 됩니다. 지시 대명사도 잘 쓰면 문장이 질서 정연해지는 효과가 있으니, 되도록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쓰도록 합니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거듭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한 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다.’ 꼭 필요한 요소만 쓰인 간결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간결하고 바른 문장을 쓰기가 쉽지 않겠죠. 어딜 어떻게 고칠지 모르겠다면, 요소를 뺄 수 있을 만큼 빼보라고 말합니다. 빠져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다면 알맞게 다듬었다는 뜻이겠죠?


출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작성자: 디자인솔루션본부 디자이너 곽지은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