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북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종이책은 이제 사양길 아니야?" 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요. (물론 그런 의견 때문에 북디자이너가 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종을 선택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고려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그 분야가 과연 유망한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유망산업과 사양산업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합니다. 1960년대에는 섬유나 신발 산업이 유망 산업이었지만 현재는 임금 상승과 기술의 발달로 사양산업이 되었죠. IT의 발달로 이외에도 많은 산업들이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현재 시점의 유망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양산업에는 더 이상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걸까요? 모두가 유망산업에만 시선을 두고 있을 때, 기존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분야에 접근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서점의 변신- 기존 방식을 해체하고, 재배열하기

[ 츠타야 서점 ]

일본 전역에 1,4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츠타야 서점은 전반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인데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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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경제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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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zeen


츠타야 서점의 여러 매장들 중에서도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인데요. 츠타야 서점을 설립한 마스다 무네야키는 처음 이 서점의 기획안을 내놓았을 때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고 말합니다. 도심과 대학가의 서점들도 문을 닫는 때에 한가한 단독주택가인 다이칸야마에 무려 4,000평 규모의 서점을 만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스다 무네야키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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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zeen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

그는 기존의 서점들은 단순히 '판매'를 하는 곳일 뿐, 고객 관점에서의 '구입'을 돕는 곳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서점의 매장에 분류되어 있는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의 분류는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 분류이지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분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츠타야 서점은 형태에 따른 분류가 아닌, 그들이 독자적으로 제안하는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습니다.


마스다 무네야키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현재 시대에서 '제안 능력'을 강조합니다. 각각의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줌으로써 고객 가치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을 위해 여행 가이드책을 보러 갔다가 이탈리아의 한 지방을 특집으로 다룬 신간 잡지를 보게 될 수도 있고, 유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가이드책을 보러 갔지만 다양한 제안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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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zeen


마스다 무네야키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기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아웃사이더를 담당자로 정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익숙하고 편리한 기존의 방식을 해체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츠타야 서점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동아서점 ]

요즘 속초에 핫플레이스가 있다고 합니다. 동아서점이란 곳인데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서울 서촌의 '대오서점' 같이 오래되고 아담한 규모의 사진 찍기 예쁜 헌책방일 것만 같았는데, 사진을 찾아보고 좀 의외였습니다. 번듯한 건물 1층에 자리한, 다소 일반적인 서점의 모습이었는데요. 2015년에 확장, 이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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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동아서점의 내부를 살펴보면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긴 테이블은 카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고, 안쪽에도 고객을 생각한 공간이 곳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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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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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또 매장의 중앙에 독립출판물 매대가 있는 것도 기존 서점과는 다른 점입니다.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는 서점도 아닌데 말이죠. 속초가 고향인 서점 운영자는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속초에도 독립출판물을 찾는 고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기존의 서점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의 분류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베스트셀러가 아닌 베스트셀러 '예감'서가, 두꺼운 책들을 비치해 둔 '그냥 무거운 책들', 주인장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그 작가의 다른 책과 묶어서 소개하기도 하는 등의 새로운 시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분류들은 모두 손글씨로 적혀있는데요. 책을 어렵게 대하려 하지 않고 그때그때 책을 배치하면서 손글씨로 적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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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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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동아서점은 1956년에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동아서점 역시 츠타야서점과 같이 서점 불황시대에 무려 3배나 규모를 키웠다고 하는데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옛날 책을 모두 반품하고, 새로운 책과 분류, 새로운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현재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LP의 역주행- 본질적 요소에 접근하기

[ 바이닐앤플라스틱 ]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량이 2010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LP를 제작하는 뮤지션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판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음원시장의 확대로 다시는 모습을 보기 힘들것만 같았던 LP의 판매량 급증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너무 쉽게 음악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음악에 대한 소장욕구가 강해졌고, 음악을 흘려듣는 것이 아닌 집중해서 감상하려는 음악 본질에 대한 접근일 수도 있습니다.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즐거움이 충족되기 때문인데요.


지난 6월에 문을 연 바이닐앤플라스틱은 현대카드가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 LP레코드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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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카드


LP의 정식 명칭이 ‘바이닐’(vinyl)이고, 플라스틱은 CD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이태원에 위치한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지상 2층 규모의 공간에 국내 최대 규모인 4,000종(9,000여 장)의 L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LP뿐만 아니라 CD, 카세트 테이프, 턴테이블, 헤드폰 등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도구들도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LP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음반 커버인데요. 진열된 수많은 음반 커버들은 꼭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보는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턴테이블이 없어도 LP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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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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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바이닐앤플라스틱을 찾는 연령층은 대부분 20-30대가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음원에 훨씬 더 익숙한 20-30대가 음악을 듣는 본질적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망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을 가진다면 유망산업만이 답은 아닙니다. “5년 안에 종이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2010년 MIT 미디어랩 네그로폰테 교수의 예언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찾고 있고, 골동품으로만 느껴졌던 LP도 핫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사양산업도 충분히 반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참고: <지적자본론>, 아시아경제,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이미지출처: dezeen, 아시아경제, 오마이뉴스, 한겨레, 국민일보,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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