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라는 것을 모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술치료란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법으로, 교육, 재활, 정신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의식을 표출하고 주체성을 키울 수 있어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치료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미술을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를 돕기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도입한 병원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리빙뮤지엄(The Living Museum)’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예술 스튜디오입니다. 30년 전에 뉴욕시에서 가장 큰 주() 정신과 치료기관인 Creedmoor Psychiatric Center에서 최초로 설립되었습니다. 리빙뮤지엄의 설립자인 Bolek Greczynski와 Janos Matron 박사는 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재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미술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을 도입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수천 명의 환자가 이곳을 거쳐 가면서 임상적 회복을 보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최초 설립 이후 효과와 가능성을 입증받아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잇따라 설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에서는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작년, 용인정신병원에 리빙뮤지엄이 설립이 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참고링크: 청년의사, “[탐방], 정신질환자, 예술로 치유하다")


리빙뮤지엄안에서 환자들은 창작활동에 대한 특별한 지도나 간섭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자유롭게 창작하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지요. 미술치료라고 해서 그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설치, 행위예술, 조형, 평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무엇을 창작할지 결정하며 어떠한 강요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리빙뮤지엄의 가장 큰 원칙입니다.


미국 Creedmoor Center는 뉴욕 주 퀸즈에 거주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주 시스템에 의해 지원됩니다. 일부는 매일,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며 15~20%는 입원환자라고 합니다. 한국 용인정신병원의 경우 모든 정신질환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외래 환자는 주 5일 중 원하는 시간에, 입원환자는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Artlab


리빙뮤지엄의 흥미로운 점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치료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에게 ‘예술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 Creedmoor Center의 감독인 Matron 박사는 “모든 정신질환 환자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는 정신질환 환자를 예술가들로 만드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예술적 창의성과 정신질환 사이에 깊은 상관성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환자가 아닌 잠재적인 예술가로 인정하고 이를 개발시키도록 돕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이런 독특한 철학이 기존의 미술치료와 리빙뮤지엄이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정신질환의 관계에 관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논란이 있지만, 리빙뮤지엄에서는 실제로 많은 환자가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예술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경향으로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Creedmoor에 입원하기 전에 미술계에 어떠한 노출도 없었지만, 오늘날 수천 달러에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이름을 알리는 환자들도 생겨났습니다.



사진 출처: IMDb


일반적인 관점에서 치료는 질병을 없애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을 포함한다면 리빙뮤지엄은 환자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새로운 치료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예술활동이 이들만의 창작 공간과 전시공간을 통해 격려된다는 점은 전통적인 치료에서 벗어나 대안적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외면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예술창작 활동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리빙뮤지엄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된 바가 있는데요, 짧은 영상을 소개합니다.  

The Living Museum from Jessica Yu on Vimeo.




[참고 목록]

*한국일보, “자유롭게 그림 그리면 정신질환 치료에 큰 도움"

*청년의사, “리빙 뮤지엄, 정신병원과 지역사회 잇는 ‘다리’ 되길”

*Artlab, “The Living Museum : Mental Illness Meets Art”

*Queens Chronicle, “Inside Creedmoor’s Living Museum”

*Art Cognition Laboratory, “Janos Marton,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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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ㅇㅇ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표현, 종종 들어보셨죠. 사람마다 자기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 노래가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요, 오늘 소개하는 책 3권이 작지만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의 시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적었습니다. 책을 읽고 제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8시간이 걸렸습니다.



페미니즘, 어렵다

저는 여자가 아닙니다. 페미니즘? 어려웠습니다. SNS를 통해 여성혐오, 성차별 관련 기사나 에세이를 종종 읽었지만,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2년 전부터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많이 보였고, 페미니즘 추천도서 목록을 다룬 기사는 많았습니다. 서점에 가서 자주 접한 제목의 책을 펼쳤습니다. 처음 접하는 용어들은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성차별, 여성혐오의 무게를 여자처럼 느낄 수 없었고 당장 큰 관심을 둘 주제는 아니라고, 그래도 현실은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고, 철저히 여자가 아닌 입장에서만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이해가 쉬웠던 책 몇 권을 서점 모바일 앱 보관함에 저장하고, 페미니즘을 조금씩 잊었습니다.


국내 출간 페미니즘 도서 목록: 아아. 목차만 봐도 깁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미지 출처: WIKIDOK 


2년 뒤 2017년 3월, 동료가 책 한 권을 빌려줬고, 그 이후로 페미니즘에 관한 3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네 번째 책을 읽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도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2년 전과 비슷하게 느꼈을 거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 책은 어렵지 않았고 쉽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읽으며 막연했던 페미니즘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는데요. 저처럼 페미니즘을 어렵거나 막연하게만 느끼셨던 분이 있다면,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춰준 책 3권과 읽었던 순서를 제안해봅니다.


첫 번째 책,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첫 번째 책은 소설인 동시에 현실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에서 여자가 살아가는 여성혐오, 성차별의 실제 통계를 김지영이라는 30대 중반 여성과 주변 여성의 삶으로 이야기합니다. ‘여성경력단절’, ‘여성임금차별’, ‘여성에게 강요, 당연시 되는 모성애’ 등 다양한 형태의 젠더 문제가 읽기 쉽도록 쓰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여성혐오, 성차별 문제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서술한 형식이었는데요. 한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감정을 천천히 이야기하는 말투는 소설에서 나오는 문제에 대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마련해줬습니다(실제로 작가는 남성 독자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젠더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남성이 직접 가해자로 묘사되는 극적인 내용도 초고에서 뺐다고 합니다.) 


200페이지가 안 되고,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 용어가 없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어휘로 쓰인 책의 내용은 무겁습니다. 뒤로 갈수록 주인공 김지영 씨의 경험과 어려움에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어 빠르게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책은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알아가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담담한 말투로 전해지는 생생한 경험으로, 성별과 나이를 불문한 독자가 젠더 문제의 아픔을 ‘공감하고 스스로 페미니즘을 알아가고 싶게끔 만드는’ 책입니다.



두 번째 책,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윤단우 지음, 로제타


두 번째 책은 대한민국 사회에 스며든 여성혐오와 성차별의 모습을 관련 통계 자료, 피해자 인터뷰,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말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여자에게 강요되는 ‘여자다움'의 모습’, ‘노동임금 성차별’, ‘데이트 폭력과 살인',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문화의 현실', ‘최근 들어 활발해지는 페미니즘 운동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고서, 그동안 잘 이해되지 않고, 와 닿지 않았던, ‘여성혐오(Misogyny)’라는 단어가 명확해졌습니다. 저도 삶의 곳곳에서 여성혐오를 해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년 국정농단 사태 때 친구들과 대화하며, 박근혜 씨를 ‘집에서 드라마나 보는 효자동 박 씨 아주머니'라고 불렀는데요. 이러한 표현도 여성을 한 사람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진 존재가 아닌, 여성이라는 젠더 안에 가두는 여성혐오적인 행동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사람의 존재를 여성이라는 젠더 안에 가둘 때 궁극적으로는 남성도 피해자가 된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우리가 듣지 않았던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책입니다. 구체적인 여성혐오, 성차별 사례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요, 책은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도서도 소개합니다.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도 모르게 해온 여성혐오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돕는 책입니다.



세 번째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세 번째 책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수도 있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TED 강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를 정리한 글입니다. 강연을 정리한 글 외에 작가 주변인을 주인공으로 한 구체적인 여성혐오의 이야기, 작가 인터뷰도 책에 담겨있습니다.


책에 나온 나이지리아와 미국의 성차별, 여성혐오는 앞의 두 책에서 읽은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성차별은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 책입니다. 젠더 문제를 보편적인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응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개인을 존중하고 여성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 하고 말하는 소위 ‘괜찮은 남자’들 조차도 젠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거나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괜찮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왜 우리는,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명쾌히, 친절히 알려주는 책입니다.



페미니즘, 쉽게, 조금은 더 쉽게

3권의 책을 읽은 지금, 페미니즘은 쉬워졌을까요? 아니요, 지금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제와 다르게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3권의 책을 읽으며 페미니즘에 마음이 열리고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회의 약자가 ‘내 가족이고, 친구’이며, 나 또한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쁘다”라는 말이 ‘남자가 여자를 평가하고, ‘아름다움’으로 여성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난 후로는 “예쁘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 멈칫하게 됩니다. 혹시 “예쁘다”라고 말하는 게 여성혐오가 되는 상황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신 ‘잘 어울린다'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여성은 인구의 반을 넘습니다. 반이 넘지만 약자입니다. 약자에게 씌인 사회적 통념은 두텁습니다. 여성으로 구분된 약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약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언어를 배우는 방법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배워도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발음과 억양이 어색하고, 어제 배운 단어가 오늘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때론 이해가 안 되고 어렵지만,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가 매일 조금씩 배워야 할 새로운 언어라고 봅니다. 


자, 이제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쉽게’, 첫 번째 책을 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글을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저는 8시간이 걸렸으니, 여러분은 훨씬 쉽고 빠르게 페미니즘과 친해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럼 모두 파이팅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 3권 외에도 좋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많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알라딘 젠더분야 도서 보러가기
국내 출간 페미니즘 도서 목록 보러가기


참고 자료:

TBS x 팟빵 <이게 뭐라고> 48화 대한민국 여성의 삶, 조남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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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많은 뮤지션들이 앞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2,300여 명의 음악인들이 시국선언에 참가했으며, 현 사태를 대변하는 민중가요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습니다. 시위현장에서는 여러 음악인이 공연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힘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시대를 떠나 암울한 상황에서는 많은 음악인이 앞서 행동했었는데요. 오늘은 이 중에서 민중가요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들을 알아볼까 합니다.


(출처: 음주가무연구소)


피트 시거, 우디 거스리 - 모던포크의 시작


미국 포크 음악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구전 민요를 수집하고 인권 운동에 참여하면서 저항 가요의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미국 보수층에서는 이들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했습니다.


포크 음악의 양대산맥 피트 시거와 우디 거스리 (출처: reddit)


피트시거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If I had a hammer’와 같은 비판적 가사를 써서 국내에서도 금지곡 처분이 되었습니다. 특히 ‘We shall overcome’은 전세계의 집회현장에서 각 나라에 맞게 번안되어 불리는 노래인데요. 한국에서는 ‘우리 승리하리라’로 알려져있습니다.


두 사람은 민중가요의 토대를 다졌으며, 구전민요를 정리하여 포크라는 현대적 음악 형식으로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We shall overcome’ 존 바에즈 버전


존 바에즈, 밥 딜런 - 60년대 저항의 아이콘


1960년대 초반, 20대 초반에 두 젊은 뮤지션은 피트시거, 우디 거스리의 영향을 받아 저항뮤지션의 행로를 걷습니다. 특히 존 바에즈는 프로테스탄트로 마틴 루터킹과 가까워지면서 그와 행보를 같이 하는데요. 마틴 루터킹의 연설로 유명한 워싱턴 행진 때는 밥 딜런과 존 바에즈가 앞장서서 노래하며 시위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습니다.


서로에게 뮤즈였던 존 바에즈와 밥 딜런 (출처: NEW REPUBLIC)


존 바에즈는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요. 징병 거부운동을 하다가 수감되기도 하고, 베트남에 직접 찾아가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은 ‘Blowin’ in the wind’, ‘Masters of war’, ‘A hard rain’s gonna fall’ 등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많이 쓰면서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당시 젊은 세대들의 우상이었으며, 그들의 스타성으로 인해 포크 음악이 대중화되고 저항의 음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존 바에즈에 대해 더 알아보기


김민기와 양희은 - 유신정권의 ‘아침이슬’


지난 촛불 집회 때 가수 양희은 씨가 ‘아침이슬’을 불러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침이슬’의  원곡은 포크가수 김민기 씨가 작곡했는데요. 양희은 씨는 그를 자신의 음악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합니다.


원작자 김민기 씨는 1971년 자신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매하는데요. 당시 유신 정부에서는 앨범수록곡 ‘아침이슬’의 ‘태양이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른다'는 가사가 불순하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선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금지곡 조치 덕에 운동권에서는 더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양희은 씨가 부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중가요가 되었습니다.


YWCA 노래모임 ‘청개구리’에서 만난 김민기와 양희은 (출처: SENIOR조선)


두 사람은 유신정권에서 좌파음악인으로 낙인 찍히면서 줄줄이 금지곡 처분을 받게 되는데요. 김민기 씨는 민중가요를 가르치다가 연행되기도 하며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한민국 70년대 저항문화 상징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후배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촛불집회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는 양희은 씨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민중가요의 황금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80년대부터 활동한 민중가요 노래패인데요. 흔히 줄여서 노찾사라고 부릅니다. 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선 투쟁으로 많은 집회가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대학가 중심으로 민중가요 노래패들이 모여 결성되었습니다.


민중가요 대중화의 공로가 큰 노찾사 (출처: BSTODAY, 페이퍼크리에이티)


김민기 씨가 프로젝트 음반을 기획했지만, 심의 통과를 위해 많은 부분을 타협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물은 기획의도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고 정권의 탄압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월 항쟁으로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음반발매와 현장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집에서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거친 광야에서’, ‘사계’ 등 거의 모든 곡이 히트하면서 대중적으로 성공합니다.

그 이후로도 노찾사는 사회적 활동은 물론이며, 김광석, 안치환 등 재능이 넘치는 음악인들도 배출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사에도 큰 획을 남깁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 사계



정태춘과 박은옥 - 사전심의 제도와의 외로운 싸움


한국의 피트시거로 불리는 정태춘 씨는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을 발표하며 호평을 받고 여러 방송사에서 수상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박은옥 씨를 만나 결혼하며 외적으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음반 사전심의제도 때문에 가사를 부분 수정해서 발매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또한 홍보때문에 어색해하던 방송출연을 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방황하며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80년대에는 부인 박은옥 씨와 함께 듀엣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으로 다시 성공하지만 이때도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그리운 시냇가)


1990년, ‘아, 대한민국…’ 앨범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부하고 대학가와 공연장에서 배포됩니다. 이 앨범은 사전검열 제도에 공식적으로 저항한 최초의 음반으로 한국 음악사에 중요한 위치를 가지는데요. 앨범도 전통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명반이었습니다.


사전검열제도를 거부한 두 앨범 (출처: 엠넷 )



정태춘 씨는 1991년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개악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의장이 되어 사전검열제도와 일선에서 맞서게 됩니다. 1993년에도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앨범을 심의 없이 배포를 강행했는데요. 사인판매와 관객들 지지서명까지 받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같은 해에 문화체육부는 서울지검에 정태춘 씨를 고발했고 정태춘 씨는 음반법위반으로 불구속기소됩니다.

이 사건으로 사전검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으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는 정태춘 씨 기소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많은 예술인이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2차 공판부터는 관련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으며, 3차에서는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으로 판정하였습니다. 정태춘 씨는 선고유예를 받으며, 이것으로 사전검열제는 폐지되었습니다. 그의 5년간 외로운 싸움이 결실을 보았으며, 이는 한국 음악사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 지난 11월 촛불시위에도 참여하여 사회적 신념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11월 촛불시위에 참가한 정태춘 씨


이 외에도 언급하지 못한 음악인들이 매우 많은데요. 민중가요 중심으로 글을 쓰긴 했지만, 많은 음악인이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일선에서 활동했던 그들의 용기와 사회적 신념은 앞으로도 대중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며, 많은 음악인에게 모범이 될 것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텐아시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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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국가기관의 불통은 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토요일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고 있는데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의 목소리를 전하고 소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광장의 무대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진정한 소통과 반영’이 온 국민의 관심과 염원이 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 바람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왠지 익숙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유사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직장인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안된다고 답했고 조직의 경영진과 구성원으로 분류한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조사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설문에 응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의지가 잘 반영되는 조직과 사회를 꿈꾸며 이 책을 펼쳤습니다

(사진 출처: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블로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조직의 소통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구성원이 자기 조직에서 소통의 본질을 잘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도서 반영조직: 조직이 실현하는 민주주의는 소통의 본질과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소통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다면 다음의 물음에 함께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질문1. 소통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다음과 같을 때에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 토론 없이 상사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할 때

  • 원하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대화가 끝나지 않을 때

  • 업무에 관련된 충분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할 때

  • 나의 현재 업무량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 보고/의견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이 없을 때

  • 내가 느끼는 고충/문제점을 전혀 모른다고 느낄 때

  • 구성원이 느끼는 고충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질 때

  • 변화한 것 없이 소통의 장만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느낄 때

  •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묻고 대답하면 소통이 되는겁니까

(출처: 약치기 그림)



대부분 나의 의견을 전달 조차 할 수 없거나 전달하더라도 어떤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반복하며 점차 말을 아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소통의 본질은 어떤 상태나 의견 등의 ‘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저자는 조직에서의 반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을 꿈꾼다면 ‘의지’와 ‘변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염두하며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길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무엇인지 조금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 구성원으로서 나는 특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 조직의 다양한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 그 변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 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구성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

⛉ 조직은 구성원이 새로운 의지를 가지거나 표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하는가?


질문2. 반영이 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저자는 구성원의 의지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다시 말해 개인의 의지가 조직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조직을 ‘반영조직'이라고 전합니다. 의지가 명확한 개인이라면 반영조직에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1) 내게 주어진 ‘자유'를 고려합니다.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싶고 누구나 성취를 원한다’는 두 가지 속성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속성은 조직 에서 누구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시도로 표출되곤 하는데요. 이러한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자유와 책임이라는 이 조합의 의미를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요? 우리 조직이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추구한다’고 말하는 리더라면, 혹은 조직 내에서 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이라면 그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하고 소통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유에 관한 다음의 내용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구성원으로서 나는 어떤 선택지를 손에 쥐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할 것입니다. 나의 위치에 따라 몇 개의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나의 ‘성취’를 고려합니다.

흔히 일반 조직에서 구성원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 혹은 상사가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가 온전한 나의 성취라고 만족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건명원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한 공개강의에서 언급했던 인상깊은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이 과거에는 ‘바람직함, 해야함, 좋음’을 쫓았다면 앞으로는 우리 개인은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쫓아 극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 사회에서의 개인이, 작게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이 앞으로 무언가를 ‘어떻게 성취해 나갈 것인지’를 명쾌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온 환경과 배경 속에서 온전히 내가 바라는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과 변화를 지향하는 조직이 있고, 내가 그곳에서 함께할 사람이라면 온전한 나의 성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내 삶에서 혹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내가 가진 의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질문3. 어떤 리더를 꿈꾸고 있나요?




저자는 리더가 가져야 할 긍정적 인간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인간의 네 가지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인간은 늘 효과성을 추구한다.

  • 인간은 잠재된 창의성을 지닌다.

  • 인간은 타고난 학습자이다.

  • 인간은 협력할 줄 아는 존재이다.


이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야 하는 교육/워크숍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가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전제와 같습니다. 참여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만약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 미숙하거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된 창의성을 인정하고 촉진시키는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터는 주로 일정한 목적을 가진 회의나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하고 참여를 촉진하여 돕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나아가 회의나 워크숍이 아닌 조직 내에서도 질문과 피드백, 요약의 기술 등을 토대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때 이러한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의 중요해지고 있으며, 조직 현안을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함께 조정하고 해결해나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가 한 가지라도 의구심을 가지거나 작지만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를 가지게 된다면 반드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관이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공기 속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영조직에서 리더란 조직 안에서 구성원의 의지를 반영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갖춘 리더를 말합니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자기 의지를 표출하고 그 내용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실행하는 것은 리더의 긍정적 인간관으로부터 비롯되는 모습이 아닐까요?



진짜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의지와 자유, 자기결정권, 성취와 긍정적 인간관까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대단히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말들인데요. 이것이 소통이 이루어지는 반영조직에 담긴 의미이며 이상적이지만 우리가 조금씩 그려나가야 할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소통과 반영의 경험은 또 다른 의지와 시도의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온 국민이 그 경험을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영조직, 반영사회를 꿈꾸며 오늘 하루의 생각과 실천이 뜻있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출처 및 참고:

반영조직(구기욱 지음, 쿠퍼북스 펴냄)

GE Work-Out을 활용한 회의잘하는법(류한수 지음, 경향미디어 펴냄)

협력의 기술(데이비드 스트라우스 지음, 하서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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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린이 코딩 교육이 열풍이라고 합니다. 교육부에서도 2018년도부터 코딩 과목을 정규 교과목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 영국, 핀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어린이 코딩 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코딩교육 권장 동영상


어린이 코딩 교육은 말 그대로 어린이가 프로그래밍의 논리적인 과정을 배우면서 컴퓨팅적인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교육 강국답게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코딩 과외, 코딩 학원, 심지어는 800만 원 짜리 코딩 캠프까지 등장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수학, 영어만 시켜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코딩까지 가르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코딩까지 배워야하는 요즘 어린이들이 불쌍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어린이들에게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을테고, 어린이들은 코딩으로도 경쟁으로 내몰릴 수 있을테니까요.


Photo(CC) via Pasco County Schools / flickr.com

 

개인적으로 코딩, 혹은 프로그래밍은 누군가의 가르침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문법은 배울 수 있어도 결국 결과물의 구조를 짜고 기획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해서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이렇게 어린이 코딩 교육 열풍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저는 어린이 코딩 교육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한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코딩 교육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진행하는 코딩 교육, 코딩 과외, 사설 코딩 학원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도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야 놀자

네이버가 설립한 비영리 교육재단인 커넥트재단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서비스 입니다. 학습콘텐츠를 제공하고 코딩 교육에 관해서 행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하는 소프트웨어 교실’도 마련하여 소프트웨어와 코딩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쉽고 재밌게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삼성전자에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서비스입니다. 2013년 8월 여름 캠프와 2013년 2학기 46개교 시범교육을 시작으로, 2014년 1학기부터 연간 만 여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방과후 교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진로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홍보영상


SW창의캠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SW창의캠프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소프트웨어를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약 한 달 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컴퓨팅 기반의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력과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SW창의캠프의 교육프로그램 구성, 사진 출처


이러한 코딩 교육은 보통 다양한 수업 도구를 활용합니다. 어린이 , 청소년에게 직접 프로그래밍 언어를 해당 언어에 맞는 문법과 구조를 사용하여 직접 소프트웨어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흥미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은 도구들이 있습니다.


크래치  

스크래치는 MIT 미디어랩의 Lifelong Kindergarten Group에서 운영하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주로 8~16세를 대상으로 만들어졌으며, 연령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크래치로 만든 게임, 사진 출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서 문법과 특정 구문에 제한을 받으면서 코딩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블럭을 조립하는 듯한 직관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해 갈 수 있습니다.


스크래치로 만든 지진 대비 생존가방 싸기 remix의 스크립트, 사진 출처


엔트리

국내에서 만들어진 엔트리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학급 공유하기, 학년  별 교육자료 모음 등과 같이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엔트리로 만든 물고기 잡기 게임의 코드, 사진 출처


해외에서는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미국 - Code.org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게임을 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며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어린이 때부터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인데요, 비영리 재단인 Code.org가 대표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Code.org는 미국 학생에게 컴퓨터 과학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영리 조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무료 코딩 수업과 코딩교육 관련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또한 Code.org는 모두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Hour of Cod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our of Code'는 전 세계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운동으로, 한 시간 분량의 코딩 체험 동영상을 40여개 이상의 언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Hour of Code 행사를 개최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코딩클럽에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Hour of code 프로젝트 홍보영상



영국 - Code Club


영국은 2014년은 '코드의 해(Year of Code)'로 지정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코딩 교육의 정책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5세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Code Club이 만들어졌습니다. Code Club은 영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코딩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구글 등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Code Club 소개 영상


핀란드 - Koodikoulu

핀란드에서도 코딩 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2016년부터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실행한다고 발표를 했었으며, ‘코딩학교’인 Koodikoulu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4~8세 아동에게 무료 코딩 교육을 제공하며 2015년 10월 이후 운영하는 곳이 20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Koodikoulu 소개 영상


개인적으로

현재의 코딩 교육에 대해 많이 알아보면서, 이 현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저의 마음이 기우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린이들에게 주입식 코딩 교육이 아닌, 조금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IT시대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어린이 코딩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옮겨갈 지 모르고, 이러한 추세가 과연 옳은 것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코딩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가 코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컴퓨팅적인 사고를 해야 이 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죠. 어린이에게 코딩이 필요한 목적이 무엇인가, 배우는 어린이는 관심있어 하는가,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가 등 먼저 생각해 볼 문제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 어린이 코딩 교육 一 네이버캐스트, IT 선진국, 코딩 교육에 주목하다! LG CNS블로그





작성: 김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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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지원서를 한 번도 안 써본 분 있으신가요? 대학생, 취업준비생, 또는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입사지원서 몇 번씩은 써보셨을 겁니다.


슬로워크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인 저는 맡은 일의 특성상 여러 형태의 입사지원서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슬로워크에 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의 지원서를 검토하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이나 단체를 진단하고 자문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그 조직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합니다. 그런데 입사지원서를 살피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이건 왜 물어보지?”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나?”



사실 이런 궁금증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입사지원서에 숨어 있는 차별적인 요소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세요?


사람마다, 또 지원하는 곳에 따라 사용하는 입사지원서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 공공기관이나 큰 규모의 기업들은 자체 입사지원서 서식을 활용하지만 대개는 취업사이트에서 관련 서식을 내려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입사지원서를 구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세요? 한 가지 서글픈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든 간에 그 입사지원서 안에 인권 침해 또는 차별의 요소가 2개 이상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활용하는 입사지원서에 평균 4개의 차별요소가 포함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채용 공고 사이트의 입사지원서도 그 안에 4개의 차별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하고요. 한 시민단체가 국내 30대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한 조사에서도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한 조사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 모두 한 번 정도는 차별 요소를 담고 있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과연 어떤 요소들이 인권 침해와 차별의 소지가 있는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입사지원서에 대한 내 인권감수성은 어느 정도?


먼저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하나 진행해보겠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입사지원서 서식 중 하나인데요. 이 서식에는 인권 침해 또는 차별의 요소가 몇 가지나 숨어 있을까요? 입사지원서의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최대한 많은 차별 요소를 찾아보세요. 제한시간은 5분입니다.

인권 침해나 차별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를 많이 찾으셨나요? 테스트를 마쳤다면 이제 입사지원서에 대한 자신의 인권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아래의 선택지 중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보세요.


보기의 입사지원서에서 찾아낸 인권 침해나 차별 요소의 개수가,


① 2개 미만 - 당신의 인권감수성은 빨간불입니다. 소중한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 ‘열공’이 필요합니다.

② 2개-5개 미만 - 당신의 인권감수성이 아쉽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심각한 차별을 당할 수 있습니다.

③ 5개-8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을 당할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④ 8개-11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높은 편입니다. 심각한 차별로부터 안전합니다.

⑤ 11개-14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풍부합니다. 크고 작은 차별을 그냥 당하지는 않을겁니다.

⑥ 14개 이상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흘러 넘칩니다. 누구도 당신을 차별하지 못합니다.

※ 이 테스트는 본 블로그 글 작성을 위해 즉석에서 개발한 것으로 단순한 재미 추구 목적 이외에 이 테스트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평가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제 자신이 찾은 문제점이 정말 인권 침해 또는 차별 요소가 맞는지, 어떤 점에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보기의 입사지원서에는 직접적인 인권 침해나 차별 요소들도 여러 개일 뿐 아니라, 심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제가 될만한 부분도 많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합치면 15개가 넘는데요, 구체적으로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답을 확인하셨다면 중요한 부분 위주로 의문을 제기해볼까요?


의문 1) 사진을 꼭 붙여야 할까?

한국에서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은 당연시되는 관행입니다. 사진을 붙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사진을 붙이도록 하는 관점에서는 사진을 통해 성격이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과 업무 특성상 외모가 중요하다는 점이 중요한 논리입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고요.


그러나 성격이나 성향을 면접도 아닌 서류전형에서 사진으로 판단할 절박한 필요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상 외모가 중요하다는 논리도 오히려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소위 ‘어떻게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생김새가 가장 큽니다. 여기에 성별, 인종, 피부색 등 사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외모에 관한 부분입니다. 외모에 대한 차별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협약을 비롯해 국내의 법에서도 금지하는 심각한 차별의 요소 중 하나인데요, 이런 차별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사진을 붙이는 논리가 정당한지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정부에서 권장하는 표준이력서에도 차별을 방지하고자 사진을 부착하지 않도록 했고, 아시아나항공에서 2014년부터 승무원 지원 시 증명사진부착란을 없앤 사례처럼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의 사례들도 늘고는 있습니다. 대다수 입사지원서에서 사진부착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사진을 요구하는 것이 심각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원자도 기업의 담당자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의문 2) 신체사이즈는 왜 적어야 할까?

슬로워크에서는 키, 몸무게와 같은 신체사이즈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성격의 업무나 작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슬로워크 입사지원서에는 신체사이즈를 적는 난이 없습니다. 사실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조직이 슬로워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입사지원서에는 신체 사이즈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외모 차별과 마찬가지로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사이즈 역시 부당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용 시 불필요하게 요구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키나 몸무게에 민감한 개인에게는 상당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생활 침해이기도 합니다.


입사지원자라면 앞으로는 신체사이즈를 적는 난이 없는 입사지원서를 골라서 활용하세요. 기업의 담당자라면 입사지원서에 신체사이즈를 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외하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시력이나 다른 신체적 정보는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져보시면 좋겠네요.


의문 3) 무슨 학교 나왔는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학력을 묻는 것을 두고 차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조직에서든 지원자가 채용하고자 하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고 학력은 그러한 능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나 학력 정보를 불필요하게 자세히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학벌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학력 또는 학벌은 인권 침해나 차별의 가능성과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명확한 업무 필요성에 의해 기본적인 학력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겠죠. 그러나 반드시 출신학교를 알아야 하는 업무상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보기의 입사지원서처럼 본교를 나왔느냐 분교를 나왔느냐, 또는 주간이냐 야간이냐를 물어보는 것은 과도한 정보 요구이고 좋은 의도라고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어떤 입사지원서에는 편입 여부도 확인하는데 역시 직접적인 차별의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기재란을 없애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채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우리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 대학에서 배웠든 저 대학에서 배웠든 아니면 독학을 했든 결과적으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조직에도 가장 이득이겠죠.


슬로워크 입사지원서에도 학력란이 아예 없습니다. 슬로워크가 원하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 있어 학력이 후광효과로 지원자의 능력 대한 판단을 방해할지언정 능력을 증명하는 어떤 실마리도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라면 학력을 너무 자세하게 써야 하는 입사지원서는 피하세요. 기업의 담당자라면 학력에 대해서도 인권 관점에서 생각해보시길 권유합니다.


의문 4) 내가 지원하는데 ‘아부지 뭐하시노?’를 왜 물어볼까?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많은 입사지원서에는 가족사항을 적는 난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선진기업이나 앞서가는 단체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인데요, 아마 신분 확인이 중요했던 시기적 특수성과 관계와 소속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 그리고 채용하는 조직 중심의 일방적인 사고가 결합하여 나온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사항 기재가 너무 오래되고 만연한 관행이라 이제는 그런 입사지원서를 활용하는 담당자도 왜 가족사항을 자세하게 요구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인사기록카드에 활용해야 한다거나 또는 금융권같이 돈을 만지는 업종에서는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가족의 재정적 안정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설명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내 능력을 평가하는데 왜 내 가족 정보를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는 없겠죠.


보기의 입사지원서처럼 가족사항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지원자 상황에 따라 수치심이나 부담 또는 우월감을 주는 등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그 이전에 국제적인 인권 규범이나 주요 국가의 채용 관련 법규에서도 금지하는 인권 침해, 차별에 해당합니다. 지원자라면 가족의 학력과 직업, 동거 여부 등을 묻는 입사지원서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고, 기업의 담당자라면 입사지원서에 가족사항 기재란이 있는지, 있다면 왜 이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문 5) 연봉 더 줄 것도 아니면서 재산과 수입은 왜 확인할까?

보기의 입사지원서에서는 주거형태, 동산과 부동산 그리고 가족의 월수입 정보를 요청하고 있는데요. 역시 가족사항에서 지적한 문제점과 유사합니다. 입사 지원을 하는데 내 능력과 상관없는 집안 재산과 소득 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해당 조직이 공정하게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보를 요구하는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렇더라도 근본적으로 인권 침해 및 차별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우려되는 사생활 침해와 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면 재산이나 소득 수준은 아예 입사지원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입사지원자라면 재산과 소득 부분이 없는 입사지원서를 찾아서 활용하세요.


의문 6) ‘혼인 여부,’ ‘출신 지역,’ ‘생년월일,’ ‘종교' 등 이런 걸 다 확인해야 최고의 인재가 뽑힐까?

‘의문 1)’부터 ‘의문 5)’까지를 공감하셨다면 의문 6)도 바로 느낌이 오시죠? 기혼인지 미혼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혼인 여부에 따른 선호와 연결되어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주로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고 특히 200만 명 남짓한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차별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정말 책임이 있고 공정한 조직이라면 혼인 여부는 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출신 지역도 차별과 연결될 수 있는 정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색이 강하고 지역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입사지원서에 본적, 출생지와 같이 출신 지역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권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겠죠.


생년월일이나 나이 정보도 한국사회에서 만연한 연령 차별과 직접 연결된 요소입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정보일 뿐 아니라 나이, 성별, 출생지 정보를 모두 담고 있어 업무 특성상 연령의 제한이 필요한 채용이 아니라면 입사지원서에 주민등록번호나 생년월일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인 만큼 어떤 사회생활에서도 개인이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 존중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입사지원서에 종교를 기재했을 때 그것을 활용하는 방향은 특정 종교인을 선호하거나 반대로 배제하는 차별적인 방법 이외에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입사지원서에서 종교를 묻지 않는 것도 차별 요소를 없애는 하나의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입사지원서 샘플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인권 침해와 차별 요소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채용 관행과 입사지원서 내용이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사실 이외에도 인권 침해와 차별의 가능성은 훨씬 광범위합니다. 이전 직장의 퇴사사유를 적게 한다든지, 학교 성적을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든지, 취미/특기, 업무와 상관없는 어학 성적, 병역 면제 사유 등을 요구하는 부분도 때에 따라 차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다른 입사지원서 서식에는 또 다른 차별 요소들이 있을 텐데요. 스스로 차별 요소를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 먼 이야기지만 희망은 있다


사실 입사지원서 하나에도 인권 침해의 요소들이 이렇게 많은데, 채용 절차 전반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들어서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또 지금 여기저기서 활용되는 입사지원서들이 어느 세월에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너무 기운 빠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잘 몰랐지만, 입사지원서에서 차별적 요소들을 없애고 능력 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 또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용 과정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이미 여러 가지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


이 외에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여러 관련 법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법적 근거에 따라 정부에서 인권 침해와 차별 요소를 제외한 표준이력서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고,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 채용을 위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입사지원서를 만들어 사용을 확대하고도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들도 인권 관점에서 자체 입사지원서를 검토하고 차별적인 요소를 하나둘씩 줄여나가고 있는데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LG그룹같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민간기업들이 이런 노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슬로워크의 입사지원서, 맘껏 가져다 쓰세요.


슬로워크도 원래는 입사지원서 양식이 없었지만, 개인정보 노출과 서류심사의 비효율성 때문에 2016년 4월에 자체 입사지원서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내부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지원자의 실력을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입사지원서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자체 입사지원서를 만들고 나서는 ‘슬로워크 입사지원서 설계 이야기'라는 블로그 글을 통해 입사지원서를 공개했습니다. 그 후로 아직 잘 사용하고 있고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제든 반영할 생각입니다.  


슬로워크 입사지원서는 공공재로 개발했기 때문에 슬로워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조직의 담당자라면 슬로워크 입사지원서를 가져다 쓰셔도 되고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자신의 것으로 변형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입사지원서에 의한 차별을 고민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이참에 의미 있는 고민을 시작하셔도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오늘도 취업을 위해 성심성의껏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취준생 여러분. 내 능력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내가 노출하고 싶지 않은 정보는 잘 보호할 수 있는 입사지원서를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합격의 영광도 꼭 누리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참고> 슬로워크 입사지원서 양식 보기




작성: 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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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콜트콜텍(Cort Cortek)은 국내 최대규모 기타 제조회사입니다. 깁슨, 아이바네즈, 펜더 등 유명 기타브랜드에 기타를 납품하는데요. 콜트콜텍은 저가형에 가성비 좋은 기타로 세계시장 20~30%를 잠식합니다. 이런 가격과 품질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콜트콜텍의 부당해고와 해고노동자들이 지나온 약 3500일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사장만의 '꿈의 공장'


콜트콜텍은 1973년에 창립된 기타 제조회사입니다. 86년부터는 일렉기타는 콜트, 어쿠스틱 기타는 콜텍으로 분리되었는데요. 싼 임금에 좋은 품질의 기타를 만들 수 있어서, 세계 유명 기타판매업체들이 컨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무리한 주문을 맞추고자 노동자들은 추가근무도 무급으로 하면서 한 땀 한 땀 기타를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회사는 업무환경을 개선하시키기는커녕 노동자들을 더욱 혹사했습니다.


콜트콜텍 사장 박모씨는 업무효율을 높인다고 공장에 창문을 없앴습니다. 노동자들은 분진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마스크와 목장갑 하나로 일주일을 버텼는데요. 당시 노동자의 대부분이 근골격계질환, 기관지염 등 온갖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았습니다. 또한 콜트콜텍은 직원들에게 남녀차별 임금 지급을 했으며, 성희롱이 난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떤 직원에게는 화장실에 자주 간다고 망신을 주기도 했습니다. (출처: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군소리 없이 기타를 만들었으며, 그들의 ‘장인정신’으로 콜트콜텍은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콜트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90억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2007년 경영위기를 이유로 대전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습니다. 생산라인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넘겨버리고 국내 공장 모두 폐쇄했습니다.



폐쇄된 콜텍대전공장  (출처: 콜트콜텍+문화행동, 노순택 작가)




‘No Cort’ 복직을 위한 불매운동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복직투쟁과 콜트의 부당해고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호 조합원은 분신을 시도했으며, 이인근 지회장은 양화대교 송전탑에 올라가서 20일 동안 단식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강 송전탑 위엔 사람이 살았어

송전탑 옆을 지나 조깅하는 사람들도 보였어

그들은 여기 사람 사는지도 몰라


소히 - ‘한강 송전탑 위엔 사람이 살고 있어’ 가사 중




조합원들은 해외원정투쟁까지 나섰는데요.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애너하임 남쇼, 후지 록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장소에 ‘No Cort’라는 팻말을 들고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랩메탈로 저명한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도 함께 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들은 조합원들을 공연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왔습니다.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해방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톰 모렐로 (출처)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콜트콜텍의 부당해고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콜트가 납품하는 펜더와 아이바네즈 등에 항의서안을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두 회사는 한국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대답을 하거나 대응 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고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 ‘콜밴’(출처: ‘Cort No 유튜브)




치열한 법정싸움


노동조합은 콜트콜텍에게 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고등법원은 '수년간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요.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것'라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금속노조뉴스)



콜트콜텍은 2006년 8월에는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우수’등급을 받았으며, 2007년 정리해고로 노사 간의 갈등이 심할 때도 임원들에게는 성과금 300%가 지급되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었는데요. 노동자들은 회계법인의 전문가 감정서를 가지고 대법원에 항소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지금은 회사 사정이 좋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나빠질지 모르므로, 이에 대비하여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정당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과 상충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가본 법원, 변호사 살 돈도 없어요.

못배운게 죄인게 알아듣게 얘기해요.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신 내린 무당인가.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개떡 같은 법원이다.


콜밴 - ‘서초동 점집’ 가사 중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3500일이 지난 지금, 많은 조합원이 떠나갔지만 아직도 그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남은 조합원들은 관심을 기울여준 사람들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작년, 어느 한 국회의원은 콜트콜텍이 노동자들의 잦은 파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한 것이라고 발언을 해서 큰 파문이 일어났는데요. 조합원들은 이 발언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8월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지금 콜트기타는 음악이 아니라 오로지 돈만 아는 무기입니다. 이 힘든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와서 시민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서민이 서민 마음을 알아주면서 더 좋은 세상 만들어 이 나쁜 세상 대신 자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재춘 조합원의 농성일기 중



이들의 운동은 단순한 불매운동, 혹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이런 저의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들에게 깊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금속노조뉴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자세히 만나실 수 있습니다.

twitter @nocort https://twitter.com/NoCort

facebook https://www.facebook.com/cortguitaraction







참고: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꿈의 공장, 뉴스타파, 나무위키, 오마이뉴스



작성: 류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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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대회인데요? 에어 기타 경연대회라는 게?”


“실제로는 기타가 없는 데 마치 있는 것처럼 치는 흉내를 내서 그걸로 1등을 뽑는 거죠.”


“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Air Guitar World Championship)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록 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몸부림을 치는 대회에 ‘왜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일까?’가 궁금해 안식휴가를 맞아 직접 다녀왔습니다. 에어 기타의 우스꽝스러움 뒤에는 알지 못했던 진지함이 숨어 있었는데요, 평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에어 기타와 2016 세계 경연대회 모습을 소개하며 ‘세상에 더 많은 에어 기타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를 알아봅니다.



에어 기타 정신: ‘다양성 존중’과 ‘평화’




세상 모두가 에어 기타를 연주한다면, 전쟁과 기후변화는 끝난다. 모든 악한 것들은 사라진다. 

Wars end, global warming stops, and all the other bad things disappear
if everybody in the world plays air guitar. 

- Air Guitar Ideology


에어 기타 이념에서 볼 수 있듯이,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의 가장 큰 목적은 ‘세계 평화 증진’입니다. 에어 기타를 손에 들고 있으면, 총이나 어떤 무기를 들 수 없고 서로를 해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전쟁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동등한 존재임을 기억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 존중’입니다. 관객은 에어 기타 연주자를 나이, 성별, 국적, 피부색, 정치적 입장, 성적 취향 등의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연주에서 나오는 Airness(에어 기타를 연주할 때 나오는 기운 또는, 그 어떤 것)으로 연주자를 느낍니다. 바보스러운 행동도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근본적으로 동등한 사람임을 깨닫고 서로를 존중하는 인류애를 발견합니다.

      

에어 기타의 또 다른 장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괄성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든 연주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자신만의 에어 기타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꿈을 이루도록 도전을 장려하는 에어 기타의 정신은 2016 세계 경연대회에서도 실현되었습니다. 에어 기타를 사랑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계 대회 참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캐나다의 73세 밥(Bob) 할아버지는 에어 기타 캐나다 네트워크가 기획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세계 대회 예선전에 참가하는 꿈을 이뤘습니다.



에어 기타 규정과 점수 체계

에어 기타는 그저 음악에 몸을 맡겨 움직이는 행동을 뛰어넘습니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숭고한 스포츠인 만큼 체계적인 규정과 점수 체계가 있습니다. 



1차, 2차 라운드 시스템

1라운드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편집한 60초 길이의 음악에 맞춰 연주합니다. 1라운드에서 5위 안에 들면 2라운드로 진출합니다.

2라운드는 1라운드보다 어렵습니다. 주최 측이 준비한 1분 길이의 노래를 들은 후, 즉흥적으로 음악에 맞춰 연주하게 됩니다. 모든 2라운드 진출자는 공통된 곡을 연주하고, 1라운드에서 고득점을 한 순서대로 2라운드 마지막에 연주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2차 라운드 전까지는 어떤 곡을 연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진정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2016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 심사단


점수 심사

에어 기타의 점수 체계는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의 점수 체계를 활용합니다. 주로 음악가, 음악 평론가, 코미디언, 방송인 등으로 구성된 심사단은 4.0에서 6.0점 사이로 점수를 줍니다. 점수는 다음 3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1. 기술적 우수성 (Technical Merit): 움직임이 얼마나 음악의 실제 기타 연주와 비슷한지를 봅니다. 다양한 코드, 솔로 연주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2. 무대 장악력 (Stage Presence): 얼마나 관객을 사로잡는지를 봅니다. 겁 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하며, 내면에 숨은 록스타의 카리스마를 분출해야 합니다.

3. 에어네스 (Airness): 에어 기타 연주를 할 때 나오는 기운, 또는 그 어떤 것입니다. 에어네스는 연주자의 혼을 담은 다양한 동작과 표정 등으로 전해집니다.


연주 규정

1. 기타는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어쿠스틱 기타나 일렉 기타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기타 외 다른 악기는 연주할 수 없습니다.

3. 혼자서 연주합니다. (연주 시작 전 퍼포먼스를 위해 동료 그룹이 무대에 올라오는 것은 허용합니다)

4. 연주 복장은 자유입니다. (연주를 더욱 흥미롭고 연주자의 개성을 살리는 복장을 하도록 권장합니다. 소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실제 악기나 악기를 연상시키는 물건은 엄격히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5. 실제 기타 피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Air Guitar World Championships)



이미지 출처: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s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는 연주자 오리엔테이션 모임, 다크호스 예선전(Dark horses’ Qualifying Round), 최종 결선(World Grand Final)의 구성으로 3일간 진행됩니다. 최종 결선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오울루(Oulu)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립니다. 1996년 오울루 뮤직비디오 페스티발의 작은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에어 기타 대회는 2009년부터는 별도의 행사로 자리 잡았고, 현재 20여 국에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2016년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에서 국가별 공식 예선이 있었는데요, 국가별 공식 예선 우승자는 자동으로 세계 대회 최종 결선 진출권을 획득합니다. 공식 예선 대회가 없는 나라의 연주자나 자기 나라의 공식 예선에서 떨어진 연주자는 다크호스 예선전에 참가해 최종 결선 진출에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제21회 2016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 체험기

다크호스 예선전에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을 포함한 15개 나라, 24명의 에어 기타리스트가 참가했습니다. 이 중 11명이 최종 결선에 진출하여 국가별 공식 예선 우승자 4명과 함께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진지한 눈빛으로 에어 기타를 연주하는 참가자의 모습과 바보스럽다고 생각할 만한 행동에 열광하는 관중 속에서 다양한 취향을 존중함을 느꼈습니다. 여러분도 2시간 동안 진행된 2016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를 10분 안에 느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에어 기타 평화 선언

대회 시작에 앞서 에어 기타 평화 선언문 낭독 순서가 있었습니다. 선언문을 핀란드어와 영어로 읽습니다.



에어 기타 평화 선언문


오늘날 세상 모든 사람이 에어 기타를 연주한다면, 세상의 모든 전쟁과 기후변화는 끝날 것이다. 모든 악한 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태평양 어디서 왔든, 어떤 피부색이든, 얼마나 부하거나 가난하든 에어 기타의 메시지는 전 우주적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에어 기타의 메시지는 돈과 권력에 속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우정을 바탕으로 함께 세계 평화를 지키고, 깨끗한 지구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에어 기타 정신에 동참하는 모든 이들은 모여 각자의 에어 기타를 들고 음악에 자신의 몸을 맡기길 바란다. 에어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은 악한 것을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오울루에서 열리는 제21회 세계 에어 기타 경연대회에 모인 여러분과 세상에 모든 이는 에어 기타를 집어 들자. 숨을 깊게 들이쉬고 깨어 있으라. 세계 평화를 위한 에어 기타 연주를 이어가자.



참가자 뺨치는 사회자의 에어 기타 실력

사회자도 에어 기타리스트입니다. 14년째 에어 기타 세계 대회를 방문하고, 사회자로는 8년째 참여한 댄(Dan Crane)은 2012년 우승자 저스틴(Justin ‘Nordic Thunder’ Howard)와 함께 멋진 오프닝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사회자 댄 “비욘 투로크” (Dan ”Björn Türoque” Crane)


2012년 에어 기타 세계 챔피언 저스틴 “노르딕 썬더" (Justin “Nordic Thunder” Howard)



오프닝 공연 영상
 


오프닝 공연이 끝나면 사회자의 힘찬 구호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에어 기타 세계 대회를 시작합니다.



오프닝 멘트 영상



관객이 참여하는 에어 밴드(Air Band)


에어 베이스를 연주하는 관객


에어 드럼을 연주하는 관객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사회자와 지난 대회 우승자는 관객을 불러 에어 밴드를 결성합니다. 에어 드러머와 에어 베이시스트가 함께 에어 기타의 기운을 불러옵니다.


에어 밴드 연주 하이라이트 영상




1라운드

드디어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15명의 에어 기타리스트가 1라운드에서 에어네스를 뿜어냅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참가자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실까요.


AC/DC의 Thunderstruck을 연주한 - 기젤라 ‘기지 기타’ (Giesela "Gizzy Guitar" Visser), 뉴질랜드


에어 기타 최초 가슴털 치장 기타리스트 - 루크 ‘반 데미지' (Luke "Van Dammage" Sevcik), 미국


빈센트 (Vincent "Lord Scrat" Roussel), 프랑스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킨다 - 데이브 ‘지 쏘 머니’ (Dave "G. Tso Money" Chen), 대만


2016 에어 기타의 어머니 - 니콜 ‘맘 진스 지니' (Nicole "Mom Jeans Jeanie" Sevcik), 미국


2016년 일본 예선 우승자 - 마나미 ‘탐' 모리타 (Manami "TAM" Morita), 일본


2016년 독일 예선 우승자 - 데이브 ‘온켈 우도' (Dave "Onkel Udo" Wonz), 독일

*Air Muscle 착용으로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을 받았습니다.


2016년 미국 예선 우승자 - 맷 ‘에어리스토틀' (Matt "Airistotle" Burns), 미국


2015년 세계 챔피언 - 키릴 ‘유어 대디' (Kereel "Your Daddy" Blumenkrants), 러시아

*애니메이션 작가인 키릴은 2016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 포스터 이미지를 직접 제작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관중을 압도한 대만 에어 기타리스트 데이브의 1라운드 연주 영상입니다.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만년 세계 2등 에어 기타리스트 맷의 1라운드 연주 영상입니다.


독일 공식 예선 우승자 데이브의 1라운드 연주 영상입니다.




1라운드 결과 발표 & 2라운드 음악 공개


2라운드 진출자들
*가운데 있는 니콜과 루크는 대회 역사 최초로 부부 동반 결선 진출 기록을 세웠습니다.



1라운드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4명을 포함, 총 7명이 2라운드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2라운드에서 연주할 곡이 공개됩니다. 



2라운드 진출자들이 자신이 연주하게 될 음악을 진지하게 들으며 분석합니다.
(원곡: Reckless Love의 Speedin’)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에어 기타의 정신을 전하는 60초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모였습니다. 결승 라운드 연주곡을 듣는 참가자들의 진지한 표정을 읽으며 그저 바보스러운 움직임으로 에어 기타를 보던 색안경을 벗게 되었습니다. 



2016 에어 기타 세계 챔피언

2016 제21회 에어 기타 세계 경연대회 우승의 영광은 미국의 맷 번즈(Matt “Airistotle” Burns)에게 돌아갔습니다. 지난 3번의 세계 대회 최종 결선에서 만년 2등이었던 맷 번즈는 4번째 도전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균 5.9점으로 꿈꾸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챔피언으로서 세계 평화를 위한 에어 기타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집니다. 핀란드 기타 장인이 만든 수제 기타를 상으로 받았습니다. 에어 기타 세계 최고 연주자 맷은 기타를 칠 줄 모릅니다.


맷 번즈의 2라운드 연주 영상



이미지 출처: World Air Guitar Youtube


칠 줄 모르는 기타를 들고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2016 에어 기타 세계 챔피언 맷 번즈 “에어리스토틀” (Matt “Airistotle” Burns)


공연장을 메우는 평화의 메시지

공연장은 중간중간 에어 기타의 정신을 전하는 요소로 메워있습니다. 연주자, 지난 대회 챔피언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전합니다. 또한, 하이파이브와 허그 세션이 있고 다 함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있습니다. 2016년에는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를 부릅니다. 대회는 연주자와 관객이 다 같이 닐 영의 ‘Rockin’ in the Free World’에 맞춰 에어 기타를 연주하며 막을 내립니다.


러시아 에어 기타리스트 키릴의 평화 메시지 영상



아무나하고 마구 포옹하는 허그 세션




All you need is love 노래방 세션




다같이 Air Guitar



에어 기타, 진정 세계 평화를 위한 도구인가?


8천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우습게 만들 때 느끼는 자유함이 있어요. 서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 같이 에어 기타를 연주하고 또, 연주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 세계 평화가 아니라면,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난 모르겠어요. 

- 2015 세계 챔피언, 키릴 ‘유어 대디'



이미지 출처: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s, Photo by Juuso Haarala


머리를 흔들고, 허공에 손을 휘젓는 행동이 정말로 세계 평화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줄까요? 저는 서로를 편견 없이 보고, 다양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닮은 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도구로서의 에어 기타를 경험하니, 에어 기타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도 이제 자신의 에어 기타를 들고 세계 평화 증진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관심이 생기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까마득하다면 지난 2012 세계 챔피언의 동영상 강좌를 추천합니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든, 에어 기타리스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당신도 꿈꾼다면 에어 기타 챔피언이 될 수 있습니다. 


Make Air Not War.


참고 및 출처:

위키피디아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s

BBC

Inside Toronto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s 페이스북 페이지



작성: 노길우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