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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냉장고 얼만큼 믿으세요?

네덜란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류지현씨Saving Food form the Fridge라는 프로젝트를 하고있습니다. 그녀는 냉장고에 대한 맹신에서 음식과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합니다.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냉장고를 사용하게 되면서 냉장고만 믿고 보관된 음식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잊혀진 음식은 결국 버려져 유럽 내 음식물 쓰레기의 3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낭비와 환경 오염 두 가지 측면에서 큰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잊혀져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냉장고를 맹신한 나머지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음식과 식재료의 고유한 보관법을 공유하고싶었다고 합니다. 각각의 식재료는 고유의 맛과 영양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적정 온도'와 '환경'이 있는데 냉장고가 널리 사용되면서 이러한 전통 보존 지식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디자이너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전통을 지켜나가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지식을 적극 이용해 냉장고 밖에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앎 선반(Knowledge Shelves)"을 선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재료을 그 재료에 맞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인데요,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과와 감자입니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는 감자에 싹이 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감자를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때 감자는 어두운 곳에서 보관되는게 더 좋기때문에 류지현 디자이너는 감자를 어둠속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나무 박스를 만들고, 그 위에 사과를 끼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사과의 싱싱한 모습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과일채소를 위한 선반


가지, 애호박, 오이, 파프리카 등은 채소라고 알고 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과일로 분류되는 먹거리라고 합니다. 이들은 과일처럼 다뤄져야해서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쉽게 상한다고 합니다. 

그중 애호박은 약 7℃의 온도에서부터 서서히 기운을 잃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냉장고는 4~0℃의 낮은 온도라 애호박에게 너무 낮은 온도입니다. 따라서 이런 먹거리는 냉장고보다 서늘한 상온에서 보관되어야 하는데요, 만약 차가운 온도의 냉장고에 보관하게되면 보기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금새 시들시들하고 영양소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인다고합니다. 마치 우리가 한겨울에 하루종일 밖에있다가 집에오면 기운이 축 빠지는것처럼 말이죠.  




뿌리채소를 위한 선반


뿌리채소들은 본래 땅에서 서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가로로 눞혀 보관하게 되면 에너지를 잃어 금새 시들시들해집니다.

류지현 디자이너는 뿌리채소를 세우는 방법으로 모래를 사용해 당근 파 등을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모래는 채소를 서서 보관할 수 있게 지탱해주며 수분을 지켜주고 공기도 잘 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채소끼리 맞닿아 무르지 않도록 하나 하나 분리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계란을 위한 선반


일반적으로 냉장고에는 계란을 위한 칸이 따로 마련되어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란을 냉장고에 보관하게 되면 계란 표면에 있는 수만개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냉장고 안에서 숨을 쉬게됩니다. 그리고 열심히 숨을 들이마신 계란은 냉장고에 있는 퀘퀘한 냄새를 빨아드리게 되는거죠. 그래서 류지현 디자이너는 옛날 어른들이 하시던 대로 서늘한 바깥에 계란을 보관하는 틀을 만들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계란은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류지현 디자이너는 이 선반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했습니다. 바로 밑으로 불룩 나와있는 유리컵입니다.




신선도를 체크하려면, 이 유리컵에 물을 담고 그 물에 계란을 담가봅니다. 그러면 신선한 계란은 가라앉고 상한 계란은 물에 동동 뜬다고 합니다. 이 또한 어른들의 지혜랍니다.




이렇듯 류지현디자이너는 잊혀져가는 옛날 어른들의 지식을 공유하고자 다양한 재료에 맞는 선반을 제작했는데요, 이뿐 아니라 사람들과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버터를 오래 보관하는 법, 토마토를 보관하는 법 등 냉장고가 아닌 옛 어른들의 자연스러운 식품 보관법들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문명의 발달로 야기되는 세대간 지식 전달의 단절이 한 명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통해 지식 공유의 창이 되는 것을 보며 그녀가 가진 생각들이 그녀의 디자인보다 더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http://shareyourfoodknowledge.tumblr.com/

http://www.youtube.com/watch?v=-NByNOOaCzI



by. 사슴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