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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Design

출퇴근의 고단함을 게임으로, 인포그래픽 "집으로 가는 길"




1. 두 사람의 공통점 = 머나먼 출퇴근

인포그래픽으로 버닝데이를 한다고 했을 때, 여러가지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사회적이슈,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쉽게 가려면 이미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들. 고민하던 중 '우리'와 가장 밀접한 주제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한 팀을 구성한 두 사람(북극곰 발자국, 사슴 발자국)의 유일한 공통점인 '머나먼 출퇴근' 시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의정부와 인천에서 종로까지는 하루에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데요. 이 시간이 하루의 1/8정도이니 적은 시간은 아니죠. 




2. 집으로 가는 길 

'출퇴근'이라는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어떻게 보여줄까? 직장인, 출퇴근 등의 키워드로 이리저리 리서치를 해보니 서울, 수도권에는 출퇴근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균 출퇴근 거리, 시간이 모두 OECD 평균을 훌쩍 넘고, 2시간이 넘는 출퇴근은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e-서울통계 37호" (2010) / "통근행복상실 월94만원", (한국교통연구원, 2013) / "How's Life? Measuring well-being" (OECD, 2011)) "집이 머니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며 그냥 참고 다니던 출퇴근 길. 어쩌면 이건 개인적인 고충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부루마블처럼


두 사람 평균 출퇴근 시간은 217.5분. 1년에 이동 거리는 약 18,000km. 이런 추상적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래프로 그려서 전달한들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줄까하는 생각도 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 오래 걸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공감해 줄까 하는 고민 끝에 "게임처럼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집으로 가는' 게임의 대명사 부루마블. 출근은 어찌저찌 했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집으로 가는길]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4. 북극곰과 사슴의 [집으로 가는 길] (데이터)




[집으로 가는 길]은 바깥쪽을 게임판으로, 안쪽은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안쪽을 살펴보면 북극곰과 사슴의 연간 평균 출퇴근 거리와 그 거리로 갈 수 있는 나라들을 숫자와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하루에 왕복 80km. 수치로는 인천과 의정부가 얼마나 먼 곳인지 알기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시간을 살펴볼까요? 북극곰과 사슴이 하루에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3시간 30분입니다. 이는 슬로워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인 1시간 44분보다 두 배가량 걸리는 시간입니다. 가장 비교해서 보실 부분은 OECD 국가의 평균 출퇴근 시간인데요. 무려 38분. 한국에, 그것도 인천에 살고 있는 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출퇴근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매일같이 3시간 30분을 왕복하는 북극곰과 사슴. 이동하기 위해 지출하는 교통비도 어마어마하겠죠? 북극곰은 연간 744,000원, 사슴은 1,056,000원을 교통비에 사용하는데요. 출퇴근 이외에 모임에 가거나 택시를 타는 등 실제 결제하는 금액은 이보다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교통비를 모아 살 수 있는 것들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북극곰은 아이패드 에어, 시계, 몬스터 드링크 327캔 등과 같은 물건을 사는 대신 집에서 회사를 오가는데 돈을 사용하고 있고, 사슴은 맥북에어, 요가 1년 회원권, 유럽여행 등을 포기하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슬로워크의 공식 퇴근시간은 평일 7시, 금요일 6시입니다. 하지만 야근을 하지 않아도 퇴근길은 출근길보다 훨씬 오래걸리곤 합니다. 아무리 빨리 집에 도착해도 이미...한밤중인 북극곰과 사슴. 서글픈 여정입니다.



5. 북극곰과 사슴의 [집으로 가는 길](게임)




이번엔 바깥쪽을 둘러싼 게임판을 소개합니다. 시청역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뻗은 1호선을 나열했는데요. 긴 거리와 시간을 이동하면서 느끼는 것을 위트있게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급행을 타서 빠르게 이동하기도 하고,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졸다가 환승을 놓치기도 하고 갑작스런 복통에 쉬어가기도 하는 등 실제 경험이 묻어납니다. 





혹은 의정부 방향으로 잘 가고있다가 반대편인 인천쪽으로 가기도 하고, 인천쪽으로 잘 가다가 의정부쪽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와서 정말 집을 코앞에 두고 다시 회사로 가거나 도봉산에 정기를 받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등 집으로 가는 눈물겨운 여정을 담아냈습니다.





열심히 게임을 하다보면 고래, 고슴도치, 이장님 등 익숙한 이름들이 나옵니다. 바로 영등포, 노량진, 창동에 살고있는 슬로워커들입니다. 집으로 가다 슬로워커를 만나면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집으로가는길 인포그래픽.pdf



집에서 회사가 너무 먼 북극곰과 사슴의 슬픈 여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만든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보셨는데요, 인천이나 의정부에 슬로워크같은 디자인회사가 있었다면 저희가 지출하는 시간과 돈이 이렇게 많지 않았겠죠? 문화와 경제기반이 서울에 밀집한 덕분에 이런 재미난 인포그래픽이 나오게 되었네요. 이상 재미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인포그래픽,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디자인 | 조은지, 문윤기



by 사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