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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입사지원자를 위한 이메일 주소 가이드

슬로워크에서 일하면서 이메일로 수많은 입사지원서를 받았습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획자, 스탭 등 직군도 다양했고 인턴, 신입, 경력 등 대상도 다양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이메일로 받게 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발신자 이름, 이메일 주소, 그리고 제목입니다. 제목은 채용공고에 ‘이렇게 써달라'고 적어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지원자가 많습니다.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입사지원 시 왜 중요할까요? 모바일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신자 이름이 훨씬 눈에 잘 띄게 되었습니다. 일부 앱은 제목보다 발신자 이름을 더 강조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원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다면 관계없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한다면 과제나 면접 안내 등 이메일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다보면 채용담당자가 지원자의 이메일 주소가 무엇인지 인지하게 됩니다.

입사지원서 작성에 신경쓰는 만큼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도 신경써야 합니다. 별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래의 3가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1 발신자 이름을 본명으로, 한글로 설정하세요

대부분의 지원자가 발신자 이름을 한글 본명으로 설정합니다. 그렇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아래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예시입니다.)

  • James Cho, Sungdo Cho: 영문으로 발신자 이름을 설정한 경우입니다. James와 같은 영어 이름을 보고 지원자의 한글 이름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Sungdo와 같은 이름은 한글 이름이 ‘성도'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한국 인명의 로마자 표기 규칙’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숭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꼬마펭귄: 어린 시절 별명을 발신자 이름으로 설정한 경우입니다. 이메일계정을 만든 이후에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 조성준: 본명이 ‘조성도'인데, 이렇게 비슷한 다른 이름으로 발신자 이름이 설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가족의 이메일 계정을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발신자 이름을 한글 본명으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입사지원서에 적힌 지원자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이메일 주소를 본명과 동일하게, 아니면 적어도 연상되게 새로 만드세요

발신자 이름은 언제든 쉽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메일 주소는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메일 주소가 본명과 동일하지 않다면 새로 만드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요? sungdo@, chosungdo@, sungdo.cho@ 등 이름을 사용하거나 성+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채용담당자가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입되어 있는 주소라면 이니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메일 계정을 새로 만들 때는 Gmail 계정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업에서 Gmail의 기업용 상품인 G Suite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입사지원 이메일이 스팸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적고, 입사 후에도 기업의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편합니다. 꼭 Gmail이 아니어도 되지만, 언제 서비스를 중지할지 모르는 소규모 서비스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3 이메일 주소에 숫자를 사용하지 마세요

이메일 주소를 새로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동명이인이 이미 본인 이름으로 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나, 본인에게 의미있는 숫자가 있는 경우에 이메일 주소에 숫자를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숫자를 사용하면 나의 이메일 주소를 상대방이 정확히 기억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채용담당자가 입사지원자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받은 이메일에 바로 답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소를 복사하거나 아니면 직접 타이핑해서 새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 숫자가 포함된 이메일 주소는 잘못 입력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숫자와 지원자 사이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ungdo, chosungdo, sungdo.cho 같은 이메일 주소가 이미 가입되어 있다면 숫자를 추가하는 대신 sungdo.design, sungdo.ux, sungdo.frontend 등 내가 지원하는 직군의 키워드를 추가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해당 직군에 대한 지원자의 의지와 전문성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어떤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다면 바로 중지하고 옆 사람에게 먼저 보내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내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해 보세요.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마지막 팁: 지원자의 개인 아이덴티티(PI)가 확실할 경우에는 그것을 드러내는 이메일 주소가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메일 주소를 pengdo@slowalk.co.kr 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 외에 리디 배재민님의 “나는 왜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을까?”, “나는 왜 면접에서 떨어졌을까?”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 글도 배재민님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한국 인명의 로마자 표기 규칙'과 관련된 사례는 홍민희님이 제보해 주셨습니다.


주의: 위에서 예시로 든 James Cho는 저의 영문 이름이 아닙니다. 꼬마펭귄도 저의 별명이 아닙니다. 가족 중에 조성준이라는 사람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