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99콘 나갔다….


“메이님, 99CON(이하 99콘)이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발표자로 신청해보는 건 어떠세요?”


(제안을 받고 당황해서 구구대는 저의 모습입니다. 99콘에서 발표를 할 운명이었다)


“네? 제가여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발표는 조금 두려운데… 보탬이 되려나…”

→ 100% 하게 댐



어느새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네요. 99콘은 이상한모임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커뮤니티 행사예요. ‘짧지만 달콤한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참가자, 발표자, 스태프 총 99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 선물이 아이스크림 구구콘이었던 건 안비밀)


3월 2일 한빛미디어 리더스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가 첫 회였고 주제는 ‘신입과 경력의 수습생활’이었어요. 제가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죠. 또 저의 추측이지만 발표자 중 유일한 마케터였다는 점 역시 발표자로 뽑히는 데 한몫 했던 것 같아요. 발표 신청자가 대부분 개발자였다고 들었거든요. 물론 신청서도 성의있게 썼습니다 저…ㅎ


발표할 얘기는 많았어요. 일단 제 신변에 온갖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이름도, 출근하는 곳도 바뀌었죠. 슬로워크에서는 닉네임을 짓는 문화가 있어요. 즉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메이님!”이라고 불리는 게 익숙해진 것이고, 동료들이 보는 제 사회적인 아이덴티티가 ‘메이'로 변한 것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꽤 의미있는 변화예요. 출근지는 을매나 힙하게요. 아침마다 뚝섬(성수역 부근)역 근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뿐인가요. 직무도 기자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로 바뀌었고 업무도 기사작성에서 팀 프로젝트 참가, 블로그 글 작성, 리서치 및 보고서 작성 등으로 다양해졌죠. 소속 회사의 사업 분야도 언론사(미디어)에서 소셜섹터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제작사로 바뀌었어요. 회사 규모는 11배 넘게 커졌어요! 전 회사들은 인원이 최대 10명을 넘지 않았는데 슬로워크 구성원은 80명이 넘거든요.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커지는 것만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소통’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니까요. 특히 저는 내외부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꼭 만나야할 상황이 생겼어요. 또 예전에는 회사에서 업무만 봤다면 지금은 사내에서 관심있는 모임 몇 개에 가입해서 소통창구도 늘었답니다. 글쓰기, HTML 스터디 모임이에요. 전에는 회사서 일만 딱 하는 게 저에게 맞는 줄 알았는데, 저의 또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네요.


(이 장표 띄웠을 때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고.^_^ 자!제!하!자!)


지금도 슬로워크에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원격 업무하는 동료도 늘었고요. 그래서 이름을 짓고 콘셉트를 잡아서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모여서 얼굴 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 외의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서요.


2018년 10월 ‘옥토버페스트’는 각 사업부가 피칭하는 행사였고, 이름에 걸맞게 건대입구 어메이징브루잉 컴퍼니에서 열었어요. 2018년 12월 ‘슬숨날숨: 슬로워커, 들숨에 서로를 날숨에 신뢰를’에서는 1년을 정리하고 서로를 칭찬하면서 선물을 주고 받았고요. 2019년 2월 타운홀 미팅 ‘쾌지나 칭찬나네’는 슬로워크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한 구성원들을 칭찬하는 자리였어요.



오프라인 행사 외에 슬로워크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하는 특별한 제도는 ‘금귤’이에요. 온보딩 과정인데요. 슬로워크의 내부 아이덴티티가 ‘오렌지’인데, 새로 들어온 분들이 금귤(낑깡) 과정을 수료하면 오렌지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대요.


(참고 : 당신의 Why는 무엇인가요?)



슬로워크의 수습들은 우선 회사의 미션, 가치, 체계, 사업부 소개를 듣고 이후 4주 내외의 과정을 밟으면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게 됩니다. 과정은 크게 세 가지예요. 슬로워크101, 공통업무도구101, 소셜섹터101이요.


-슬로워크101은 회사의 정체성을 내재화하고 동료와 가까워지는 과정,

-공통업무도구101은 사내에서 쓰는 주요 생산성 도구 6개를 익히는 과정,

-소셜섹터101은 슬로워크가 활동하는 산업 분야, 사회 영역을 이해하는 과정이죠.



저도 한땐 금귤이었답니다. 전략컨설팅 사업부의 가지님과 함께 과정을 밟았는데요. 무려 1회 수료자였고 그때는 슬로워크101, 공통업무도구101만 있었어요. 다들 처음이었으니 소개자료도 따로 없었고 스케줄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죠. 마치 그 어떤 꾸러미를 받아서 하나하나 처리했던 것 같네요. 하고 나서 피드백도 잘 드렸고요. 그래서 금귤이 지금의 내용, 기간, 난이도를 갖추는 데 저와 가지님이 좋은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ㄲㄲ


당시 슬로워크101 과제 중 하나가 입사 전 슬로워크에서 있었던 업무 사례를 살펴보고 제 생각을 A4 용지 한 장으로 작성하는 것이었어요. 사례가 무엇이었냐면, 슬로워크의 미션과 부합하는 어떤 회사가 프로젝트를 의뢰했는데 그 모회사가 저희 미션과 전혀 맞지 않았죠. 이때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할지, 아니라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작업이었어요.


(이미지 출처: Won-Hee Lee, 플리커)


저에게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과제였어요. 슬로워크의 미션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걸 실례에 적용하고 글로 쓰려면 머리 말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게다가 원칙으로써 미션을 생각하는 것과 실무에서 적용하는 것은 별개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시간을 꽤 오래 들여서 과제를 수행했는데요. 지금은 과제가 바뀌었다네요. 주어진 시간까지 책을 읽고 소감을 쓰는 것으로요. 다시 한번! 금귤 최초 수료자인 가지님과 제가 아주 좋은 밑거름이었음을…^^...


공통업무도구101은 정말 유용했어요. 슬로워크에서 사용하는 도구 중 슬랙, 지라, 빠띠를 접해본 적이 없었지만 금귤에서 미리 접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소셜섹터101의 경우 저는 못들었는데 우석훈 씨의 책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와 더나은미래의 기사 ‘[Cover Story] 선한 의지로 행동하는 新인류, 호모 악티부스의 하루’를 읽고 소감을 공유하고 소셜섹터 행사에 참가하며 오렌지레터를 일독하는 과제를 하더라고요. 소셜섹터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이만큼 좋은 인트로가 없을 것 같아요.


금귤을 수료한 구성원들은 “신입이 온보딩하는 과정을 한달씩이나 진행해주는 조직은 드문데, 거기다가 시스템에 적응하고 일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이드해주셔서 감탄했다”, “구성원의 내적성장에도 신경쓰는 좋은 회사인 것 같다. 이를 통해서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와 같은 피드백을 남깁니다. 저 역시 경력으로 입사했지만 급하게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찬찬히 금귤 교육을 받으면서 회사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앞으로 리모트워크101, 젠더감수성101, 글쓰기101도 추가된다고 하니, 슬로워크 수습생활이 어떻게 더 변화할지 기대가 되네요. (부롭다...☆)


금귤에서 한 차례 변화를 겪은 뒤 본격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슬로워크의 수평적이고 열려있는, 자율적인 문화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데요. 휴가제도만 해도 그래요. 새로운 구성원분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인데요, 간단합니다. 자유롭게, 책임감 있게 쓰면 돼요! 구성원끼리 일정을 논의하고 캘린더에만 기록하면 됩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정제된 의견과 감정의 공유가 자유로워요. 구성원이 정제해서 의견을 내고,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나눌 때 회사가 묵살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한 검토를 거쳐서 최대한 반영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적이 있어요. 사내 전직원이 모이는 행사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용도가 불명확하면 ‘성인지적 관점'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어요. 이때 행사가 바투 잡혀있었던 터라 담당자들이 발빠르게 내외부로 검토를 해보고 사진을 찍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는데요.


(짠~이런 의견이었습니다)


전 과정을 보고 겪으면서 우선 ‘구성원의 동의 없이 단체 사진을 찍는 것이 문제일 수 있겠다'는 것을 배웠고요. ‘의사결정이 이렇게나 빠르다'는 것에 또한번 감탄했어요.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겪은 일이라 그럴 수도 있는데, 이후에도 슬로워크가 많은 부분에서 구성원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지향하는 회사라고 생각할 기회들이 많았어요. 저는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으로서 꽤 ‘안전하다'고 느끼고요. 쉽지 않죠.


네,, 어쩌다 나간 99콘에서 꽤 많은 이야기들을 했네요. 쓰다보니까 길어졌는데, 들어온 지 3개월만에 겪은 일들이라고 보시면 그리 길지만도 않을 거예요 그쵸? 저에게도 좋은 기회였어요. 요즘 새로운 구성원이 늘었고, 금귤이 나날이 발전해가며, 조직에 최대한 수월하게 적응하며 업무를 해나가는 저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서요.


근데 그래서, 슬로워크에서 사람을 더 뽑는다9용?




정리 | 슬로워크 테크니컬 라이터 메이
이미지 | 슬로워크 디자이너 길우






'slowalk sty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로워크 수습 끝났따!!!!!  (0) 2019.03.15
당신의 Why는 무엇인가요?  (2) 2019.03.13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야"  (0) 2019.03.08
젠더 폭력에 맞서는 기술  (0) 2019.03.06
슬로워커의 노트북  (1) 2019.02.25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