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dea

정신질환 환자에서 예술가로, 리빙뮤지엄(The Living Museum)

미술치료라는 것을 모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술치료란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법으로, 교육, 재활, 정신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의식을 표출하고 주체성을 키울 수 있어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치료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미술을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를 돕기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도입한 병원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리빙뮤지엄(The Living Museum)’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예술 스튜디오입니다. 30년 전에 뉴욕시에서 가장 큰 주() 정신과 치료기관인 Creedmoor Psychiatric Center에서 최초로 설립되었습니다. 리빙뮤지엄의 설립자인 Bolek Greczynski와 Janos Matron 박사는 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재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미술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을 도입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수천 명의 환자가 이곳을 거쳐 가면서 임상적 회복을 보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최초 설립 이후 효과와 가능성을 입증받아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잇따라 설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에서는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작년, 용인정신병원에 리빙뮤지엄이 설립이 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참고링크: 청년의사, “[탐방], 정신질환자, 예술로 치유하다")


리빙뮤지엄안에서 환자들은 창작활동에 대한 특별한 지도나 간섭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자유롭게 창작하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지요. 미술치료라고 해서 그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설치, 행위예술, 조형, 평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무엇을 창작할지 결정하며 어떠한 강요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리빙뮤지엄의 가장 큰 원칙입니다.


미국 Creedmoor Center는 뉴욕 주 퀸즈에 거주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주 시스템에 의해 지원됩니다. 일부는 매일,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며 15~20%는 입원환자라고 합니다. 한국 용인정신병원의 경우 모든 정신질환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외래 환자는 주 5일 중 원하는 시간에, 입원환자는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Artlab


리빙뮤지엄의 흥미로운 점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치료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에게 ‘예술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 Creedmoor Center의 감독인 Matron 박사는 “모든 정신질환 환자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는 정신질환 환자를 예술가들로 만드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예술적 창의성과 정신질환 사이에 깊은 상관성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환자가 아닌 잠재적인 예술가로 인정하고 이를 개발시키도록 돕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이런 독특한 철학이 기존의 미술치료와 리빙뮤지엄이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정신질환의 관계에 관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논란이 있지만, 리빙뮤지엄에서는 실제로 많은 환자가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예술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경향으로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Creedmoor에 입원하기 전에 미술계에 어떠한 노출도 없었지만, 오늘날 수천 달러에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이름을 알리는 환자들도 생겨났습니다.



사진 출처: IMDb


일반적인 관점에서 치료는 질병을 없애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을 포함한다면 리빙뮤지엄은 환자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새로운 치료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예술활동이 이들만의 창작 공간과 전시공간을 통해 격려된다는 점은 전통적인 치료에서 벗어나 대안적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외면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예술창작 활동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리빙뮤지엄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된 바가 있는데요, 짧은 영상을 소개합니다.  

The Living Museum from Jessica Yu on Vimeo.




[참고 목록]

*한국일보, “자유롭게 그림 그리면 정신질환 치료에 큰 도움"

*청년의사, “리빙 뮤지엄, 정신병원과 지역사회 잇는 ‘다리’ 되길”

*Artlab, “The Living Museum : Mental Illness Meets Art”

*Queens Chronicle, “Inside Creedmoor’s Living Museum”

*Art Cognition Laboratory, “Janos Marton,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