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간행물이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출판되는 간행물을 말합니다. 발행 주기에 따라 일간, 주간, 월간, 계간, 연간 등으로 나뉘며, 같은 제호로 다양한 이슈들이 정기 발행되기 때문에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 호에 통일감이 있되, 매번 달라지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즉 같으면서 달라야 한다는 거죠.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계간 소식지 디자인을 하면서 계속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간행물마다 다르겠지만, 유엔난민기구 소식지는 같으면서도 매번 ‘완전히’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는 특징이 있었달까요. 여러 내적 갈등 끝에 해결 방안을 찾아내가며 작업했습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같되 다른 디자인, 이렇게만 해도 느낌날 수 있는’ 팁을 공유합니다. 2016년 발행된 한국 유엔난민기구 소식지 ‹With You› 봄·여름·가을·겨울호(통권 21-24호)를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난민을 보호하고 영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유엔(UN)기구



‹같아야 하는 것›



1. 브랜드 색상

메인 색상과 서브 색상을 함께 사용합니다. 유엔난민기구 소식지는 유엔난민기구 국제 공통 브랜드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파란색을 메인 색상으로, 노란색과 회색을 서브 색상으로 지정했습니다.



2. 간행물 제목 시그니처

표지에 드러나는 제목은 정기간행물의 얼굴이죠. 로고와는 또 다른 개념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정기간행물의 통일성을 가장 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공식 리뉴얼이 아닌 이상 함부로 변경하면 안 됩니다. 위치는 고정하면 좋지만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변경해도 됩니다.



3. 표지 서브 그래픽

의미가 있다면 적용하면 좋습니다. 소식지 콘셉트를 더 강하게 인식할 수 있죠. 다만, 매호 바뀌어야 하는 요소를 너무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가장자리에 적용한 프레임 그래픽 정도면 적당합니다.



4. 브랜드 서체

제목뿐만 아니라 서문, 본문, 인용구 등 매호 반복되는 부분은 서체를 지정하여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다양한 표현을 해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별 제목은 주제를 더 강조할 수 있는 서체로 유연하게 변경해도 좋지만, 바꾸기 전에 지정 서체를 변경하면서까지 강조해도 되는 콘텐츠인지 한 번 더 고민해보아요. 유엔난민기구 소식지는 무료 서체로 제목과 본문을 동일하게 사용했는데요, 영문은 유엔난민기구 국제 공통 브랜드가이드라인에 따라 라토(Lato), 국문은 본고딕(Noto Sans CJK KR)을 사용했습니다.



5. 여백과 단

규칙적인 여백과 단은 일관성을 더해 주는 데 한 몫 합니다. 어떤 표현을 하더라도 기본 비율만 유지하세요. 유연한 구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본 단을 여러 개로 나누고 시작해도 좋습니다.



6. 꼭지별 아이콘

한정된 분량 안에 다양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소식지의 특성상 효율적인 페이지 활용이 중요합니다. 일반 서적이나 보고서처럼 꼭지별로 속표지(도비라)를 넣기는 어렵죠. 매번 콘텐츠가 다양하게 표현되므로 꼭지별 아이콘을 쪽표제(하시라)에 적용하면 꼭지별 구분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7. 변치 않는 페이지 설정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기 위해, 일부 페이지에서는 고정된 디자인을 설정해 놓는 것이 안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소식지에서는 변치 않는 포맷의 콘텐츠가 있어서 디자인을 고정한 페이지를 설정했는데요. 뉴스(기관 소식) 페이지입니다. 보통 소식지마다 있는 대표 콘텐츠이므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겠네요. 살짝 변형은 할 수 있게 융통성있는 가이드를 잡아야 합니다. 이런 페이지가 뒷받침되어 주어야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소식지가 될 수 있겠죠.



달라야 하는 것



1. 주제를 담은 사진(혹은 그래픽)

같은 성격을 띠고 계간별로 발간되지만, 호마다 강조하는 주제는 다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기 위해서 유엔난민기구 소식지에서는 주제를 강조할 수 있는 사진(그래픽)을 큰 비율로 구성했습니다. 위 그림처럼 표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80% 내외로 설정한 거죠.



2. 헤드라인

헤드라인을 배치하는 경우, 사진(그래픽)과 더불어 해당 호의 주제를 쉽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더 강조가 필요하면 서브 색상을 활용합니다.



3. 계간 구분

계절별 특성이 중요한 성격의 계간지는 아니지만, 계절감이 드러나는 대표색을 적용하면 계간 구분이 쉽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소식지에는 표지 QR코드에 계절색상을 입혔습니다.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요.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색깔을 과하게 쓰면 안 쓴 것만도 못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4. 목차 여백

호마다 콘텐츠별 제목과 콘텐츠 개수가 달라집니다. 이를 위해 목차 여백은 유연하게 줄었다 늘었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강조 콘텐츠 페이지

가장 큰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페이지입니다. 이전 호와 동일한 꼭지이지만 같은 느낌이면 안 되고, 주제가 묻어나는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매번 다른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점이 규칙인 셈이죠. 앞서 말한 같아야 하는 것들만 준수하고자 노력한다면 어떤 표현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기존과 같아야 할 최소한의 중요도순을 ‘색상 > 서체 > 여백과 단’으로 정하고 자유롭게 디자인해보세요. 해당 호의 주제에 맞는 디자인적 특징이 중요한 페이지입니다.



부딪혔던 여러 난관들 중 하나로 클라이언트의 상반되는 요구사항도 있었습니다.



‘통일된 디자인 가이드 잡아주세요’ vs ‘이 페이지 제목은 다른 서체 써주세요’

‘서체 가이드 잡아놨는데, 이 페이지 제목만 다른 걸 써달라니!’ 애써 잡아놓은 규칙이 무너지고 통일성이 깨질 것만 같은 요청이죠. 이런 경우는 제 경험상, 고객이 유일한 해결 방안을 서체 변경이라고 판단해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주제 표현이 더 잘 되도록 디자인을 보완해달라’는 뜻일 가능성이 크죠. 이때 디자이너가 조금만 힘을 더 쏟는다면 고객과 디자이너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을 이끌 수 있습니다. 살짝 터득한 그 노하우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단 반영 후 추가 시안 준비

일단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서체를 변경해서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가이드를 준수하여 수정한 시안을 추가로 준비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을 파악하여 디자이너의 기준으로 보완하는 겁니다. 고객은 디자이너만큼 수정될 디자인을 조화롭게 상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서체 변경은 간단해보이므로 그것만 바뀌면 원하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추측하기 쉬운 거죠. 이때 디자이너의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 시안을 추가로 내밀면 설득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공력이 들겠지만 고객과 디자이너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겠죠?


2.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면서 설득

디자인 결을 해치는 요구사항으로 판단된다면 과감히 적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왜 반영할 수 없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고객은 디자이너만큼 결과물을 상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끝까지 설득이 안 될 때도 있지만 반은 성공합니다.


같되 다르게 정기간행물 디자인하기, 도움이 됐나요? 유엔난민기구 소식지만의 특징을 고려하여 한 해 동안 진행한 작업을 정리한 글이라 모든 정기간행물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기간행물을 작업하게 된다면,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하게나마 참고할 수 있는 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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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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