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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슬로워크와 함께 일한 조직이 1100곳


2013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UFOfactory를 창업할 때는 소원풀이를 한다는 심정이 컸습니다.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남은 시간을 그때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하던 공유기업 중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한번은 사회를 바꾸려는 곳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기반을 제공하는 일을 제대로 해봐야 아쉬움이 남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Daum에 입사하면서 잡았던 목표이기도 했고, 2010년에 Daum을 퇴사하면서 하게 되리라 기대했던 일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그런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저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생할 게 뻔하고(그건 맞았어요),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아직 살아있네요!)며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조언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지만 회사를 다니며 남는 시간을 내어 사회를 바꾸려는 이들을 자원봉사 형태로 돕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는 생각은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지속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 저는 믿었어요. 저부터가 살아온 내내 월급이 필요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더불어 '어설프게 자원봉사를 하느니 한번은 기업을 만들어 도전하고, 주변 사람들의 예상대로 빨리 망하면 깔끔하게 포기하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망할 가능성을 높게 두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구성원들에게 실례일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회사를 운영하던 초기에 구성원에게 늘 “우린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하시면 좋겠다고 이야길 했고, 어디보다도 힘들 수 있는 이 영역의 일을 해내는 게 다른 영역에서는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면, 회사는 내일이라도 문을 닫을 수 있도록 구성원의 퇴직금을 착실하게 적립하였으며, 회사에 빚을 만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어요. 지금 보니 무차입 경영입니다만, 비용은 매우 낮고 기술 이해도도 낮은 파트너들과 고민을 나누며 서비스까지 기획한다는 사업이 제가 봐도 망하기 좋은 아이템이었던 거죠.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어요.


그랬던 UFOfactory가 3년을 버티고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다가, 빠띠라는 ‘하면 망한다’는 이야길 들은 서비스를 만들고(그래도 빠띠는 다행히 스폰서가 있었어요!), 이후에 슬로워크와 합병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합병 후에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열린 지난주 워크숍 때 확인을 해 보니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63명이고 직간접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다 합치면 100여 명 가까이가 됩니다. 사업부는 7개로 늘어났고, 각각의 사업부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성장할 준비도 하고 있고요. 매출 역시 두 회사를 단순 합친 금액을 넘어서고 있고요.


NPO파트너페어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조직들, 우리가 만들었던 작업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대략 이렇게 나왔습니다.


Slowalk+UFOfactory = Slowalk.

We are Creators for Change


Since 2005,

슬로워크와 손잡고 변화를 만든 조직 1100곳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PC/모바일앱 사용자 3천만 명

조직의 가치와 철학을 반영한 브랜드 700개

스티비를 통한 더 효과적인 이메일 3억 통

빠띠와 함께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든 51만 명


대부분 비영리조직이거나 사회적기업, 혹은 기관인 우리의 파트너가 1100곳이라니 저 역시도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들의 수 역시도 적은 수가 아닙니다. 아마도 제가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쪼개서 사회적기업이나 공유기업을 도왔다면 결코 도달하지 못했을 수치입니다.


그리고 처음 생각과 달리 이 섹터는 나름의 매력과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도 어느 틈에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요. 영리를 대상으로 하는 일과 비영리를 대상으로 하는 일의 균형이 맞아 돌아가면 운영에서도 안정감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영리를 추구한다는 행위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저희의 미션이 더 주목을 받게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틈에 여기까지 왔나 싶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가벼운 마음은 이제 묵직한 책임감으로 변한지 꽤 되었고요. 그러나 한편으론 점점 더 제 역할이 줄고, 동료들과 동맹들이 멋지게 내는 성과들을 통해 제가 함께 살아간다는 안전감도 커져 갑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와 그리고 우리와 어깨를 걸고 등을 대고 함께 사회에 도전하는 동료들과 동맹들이 앞으로 벌일 일들이 기대되고, 우리가 함께한 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글 | 슬로워크 CEO 권오현(시스)

(이 글은 시스의 개인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