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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아이덴티티 ⑦ From Now on 1: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 이렇습니다.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이 밝았습니다.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 포스팅도 이제 마지막 단계인 From Now on에 관한 글 두 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늘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에 관한 글이 올라가고 내일 슬로워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공개되면, 2016년 1월부터는 진정성을 가지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은 이전 단계의 활동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Until Now(과거 10년 정리)와 Right Now(조직 내·외부 현황 분석)에서처럼 조사와 진단을 통해 '찾는' 일이 아니라, 계속된 아이디어의 공유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앞 단계에서의 분석 결과들을 토대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큰 틀에서 가늠해 볼 수는 있었지만, 실행 가능한 조직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은 또 다른 백지에서 시작해 고민하고 결정하면서 스스로 최적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사와 진단 과정에서는 분석적 사고와 통찰력을 필요로 했다면, 실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확산과 수렴을 반복하는 통합적 사고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덴티티 수립의 전체 흐름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은 본래 마스터플랜 상에서 계획했던 4주보다 훨씬 늘어나 12주 가까이 작업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만큼 소통이 필요하고 더 민감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슈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다행히, 이번 기회에 그간 덮어두고 지나쳤던 이슈들을 끄집어내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자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프로젝트 기한을 맞추기보다는 내용을 충분히 고민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었습니다. 


아이덴티티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진행했던 주요한 활동은 아래와 같습니다. 순서대로 절차마다 간단한 소개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0. 아이덴티티 수립 원칙 마련


슬로워크는 아이덴티티 수립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아이덴티티 수립 방향에 관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아이덴티티에 관한 논의가 제멋대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ITF(아이덴티티 태스크포스)와 IC(아이덴티티 위원회)에서 결정된 아이덴티티 수립 원칙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자의적인 아이디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조사와 진단 결과에 근거하여 아이덴티티 아이디어들을 제시한다.

- 불필요한 요소나 내용은 배제하고 슬로워크에 꼭 필요한 아이덴티티 요소들만 최소한으로 수립한다. 

- 현재의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회적 필요와 트렌드를 토대로 원점에서 구상한다. 

- 향후 1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수립하는 내용은 크고, 담대하고, 도전적(BHAG)으로 만든다.  

- 그러나 표현은 과장이나 수사적인 표현을 삼가고, 최대한 담백하고 질리지 않게 한다. 

- 현재의 모습과 미래 비전 간 괴리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드맵에 신경 쓴다. 

- 아이덴티티는 원칙, 기준 등 실행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연계성을 고려한다. 


이렇게 시작 시점에 원칙들을 미리 세우고 진행해보니, 확실히 아이덴티티 논의가 자의적으로 흐르지 않고 전반적인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1. 아이덴티티 기본 방향 도출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덴티티 고민에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는 무엇이든 제한 없이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이전 단계의 조사 및 진단 결과와 연계되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조사 결과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그 결과들이 보여주는 통찰 있는 시사점들은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 단계의 모든 결과를 종합하여 아이덴티티 수립의 기본 방향으로 고려해야 할 이슈들을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수십 개의 이슈가 섞여 있던 이슈 풀(pool)에서 35개의 고려 대상 이슈들을 정하고, 이 이슈들을 중요도에 따라 구분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아래와 같은 템플릿을 만들어 활용하였습니다.  



분석을 마치고 나니 14개의 매우 중요한 이슈(H), 17개의 중요한 이슈(M), 그리고 4개의 중요도 낮은 이슈(L)가 도출되었습니다. 이 중 H와 M에 속하는 이슈들이 이후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2.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조직 진단 때 문제점 중 하나로 나온 것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덴티티에 논의 초반에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가졌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모델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의 요소들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보고 서로의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1) 슬로워크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중에서 타겟 고객은 누구인가?

2) 고객의 근본 니즈는 무엇인가?

3)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4)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슬로워크가 갖춰야 할 역량과 모습은 무엇인가?


질문은 크게 위의 네 가지를 중심으로 던졌지만,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다양한 생각의 갈래들이 나왔습니다. 고객의 범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될 작업의 기준들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고, 슬로워크가 앞으로 세계적인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영역은 어떤 분야일지에 대해서도 생각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사실 슬로워크는 기존 사업 모델이 돌아가고 있고, 곧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도 아니므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긴박한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10년의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기에 앞서, 소셜 임팩트 관점에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슬로워크가 조직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던 방식보다 좀 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3. 아이덴티티 개별 요소 수립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에 중요하지 않은 작업이 없겠지만, 가장 많은 비중의 자원과 시간 그리고 역량을 쏟은 부분은 역시 슬로워크의 아이덴티티를 실제로 구상하고 수립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 등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일성 있게 만들어 내는 일은 어느 조직에도 쉽지 않지만, 경제적 성장 외에도 여러 가치에 대해 감수성이 예민한 슬로워크에게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전체계 또는 전략체계의 구성 요소들을 설명할 때는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로 설명을 많이 하는데요. 슬로워크도 아래 피라미드의 요소들을 참고했습니다. 다만, 아이덴티티 수립 원칙 중 하나가 "꼭 필요한 요소만 선정해서 만들자"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비전 체계의 모든 요소들을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아이덴티티와 그 요소들이 구성원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어야 할지를 고려하여, 슬로워크 입장에서 아이덴티티 각 요소의 필요성 및 범주를 따졌습니다. 그중에서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의 범위를 벗어나는 요소들은 별도의 TF를 구성해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루었던 아이덴티티 요소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미션(Mission): 슬로워크의 존재 이유와 수행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

- 슬로건(Slogan): 조직의 정체성을 가장 임팩트 있게 설명하는 문구

- 가치(Values):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구성원이 추구해야 하는 것

- 경영원칙(Business Principles): 조직 운영의 기본이 되는 가치 판단의 기준

- 비전(Vision): 특정 기간 후를 바라보며 그리는 슬로워크의 이상적인 모습

- 전략(Strategies): 미션과 비전의 달성을 위해 조직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구체적인 영역 또는 방향

- 반(反): 새로운 정체성을 갖춘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모습


아이덴티티의 개별 요소들을 만드는 일은 ITF에서 진행했습니다. 각 요소 별로 초안이 나올 때마다 IC의 검토를 거쳐 다시 수정하거나 안을 확정하는 일을 반복했고, 확정된 안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모든 구성원과의 공유를 거쳐 완성하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완성된 아이덴티티 내용은 내일 포스팅되는 마지막 글에서 모두 다룹니다. 단, 반인재상은 그 자체로도 내용이 적지 않아 번외편에서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4. 전략 목표 및 로드맵 수립


아이덴티티의 개별 요소들이 거의 완성될 즈음부터는 더욱 구체적인 실행 요소들을 구상했습니다. 먼저,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에서 전략 방향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왔는데요. 각 전략 방향에 대해 앞으로 실행해야 할 세부 전략 목표를 5개씩 세웠습니다. 모두 20개의 세부 전략 목표들이 앞으로 10년간 슬로워커들이 최선을 다해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이정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략 목표가 나온 뒤에는 로드맵도 수립했습니다. 미션과 비전, 그리고 전략이 현재 기준에서는 이상적인 부분도 많으므로, 이로 인한 괴리감을 줄이고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그 안에 단계적 계획과 구상을 담았습니다. 이 세부 전략 목표와 로드맵 구상까지가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의 범위였습니다.



5. ITF/IC 검토 및 구성원 리뷰


ITF는 매주 회의를 했고 IC도 격주 간격으로 회의했으니, 기본적으로 ITF/IC 검토는 지속해서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내용이 완성될수록 아이덴티티 전체 체계에서부터 각 요소의 정합성, 문구나 단어 선택의 이유, 내용의 취지와 의미 등을 더욱 깊이 검토하고 완성도를 높여 나갔기 때문에 프로세스 흐름 상으로는 아이덴티티 작업이 마무리되는 후반부의 절차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각 아이덴티티 요소에 대한 검토와 리뷰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었습니다. 


1) 초안 작성: ITF에서 역할을 맡은 구성원이 초안 작성 

2) ITF 검토: ITF 내부 검토 및 수정을 통해 초안 확정

3) IC 검토: IC에서 ITF 안 검토 및 확정

4) 전체 공유: 전체 공유를 통해 최종 피드백 수렴 후 최종 확정


절차는 간단해 보이죠? 그런데 사실 아이덴티티 작업 기간이 본래 계획했던 4주를 훌쩍 넘어 12주로 늘어진 데는 ITF와 IC의 검토 과정이 가장 큰 몫을 했습니다. 초기에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는 별다른 이슈 없이 진행되었었는데, 구체적인 아이덴티티 초안이 만들어지고 난 뒤부터는 ITF에서도 IC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긴 검토 절차를 거치면서 두 가지를 얻었는데요. 먼저, 서로의 생각을 열심히 주고받는 과정에서 최종 결정된 아이덴티티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는 점이 중요한 소득이었습니다. 또한, ITF와 IC 멤버들이 활발한 의견 교환을 통해 여러 이슈에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그동안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기회가 부족했다는 점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6. 아이덴티티 확정


아이덴티티 요소들이 대부분 정해지고 난 뒤에는 ITF와 IC가 합동으로 마지막 회의를 열고 수립된 아이덴티티를 확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립된 아이덴티티의 실행을 위한 후속 작업에 관해서도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이덴티티의 각 요소가 잘 실행되는지 1년 마다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고, 3년에 한 번씩 아이덴티티 전체 요소들의 적절성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12월 중순에 있었던 이 ITF/IC 최종 회의를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은 종료되었고, ITF와 IC도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슬로워크 종무식에서 최종 확정된 아이덴티티를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하면서 6개월에 걸친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가 막을 내렸습니다. 



마무리: 끝은 또 다른 시작?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가 되었고, 그 결과는 드디어 내일 공개됩니다. 하지만 슬로워크에게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글을 아름답게 마치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마치는 회의에서 한 가지 더 결정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덴티티 수립은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니, 2016년 1월부터 사업 전략, 고객 경험, 조직 문화에 대한 3개의 후속 TF를 구성해 구체화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 공개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