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워크에서 일하면서 이메일로 수많은 입사지원서를 받았습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획자, 스탭 등 직군도 다양했고 인턴, 신입, 경력 등 대상도 다양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이메일로 받게 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발신자 이름, 이메일 주소, 그리고 제목입니다. 제목은 채용공고에 ‘이렇게 써달라'고 적어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지원자가 많습니다.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입사지원 시 왜 중요할까요? 모바일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신자 이름이 훨씬 눈에 잘 띄게 되었습니다. 일부 앱은 제목보다 발신자 이름을 더 강조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원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다면 관계없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한다면 과제나 면접 안내 등 이메일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다보면 채용담당자가 지원자의 이메일 주소가 무엇인지 인지하게 됩니다.

입사지원서 작성에 신경쓰는 만큼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도 신경써야 합니다. 별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래의 3가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1 발신자 이름을 본명으로, 한글로 설정하세요

대부분의 지원자가 발신자 이름을 한글 본명으로 설정합니다. 그렇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아래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예시입니다.)

  • James Cho, Sungdo Cho: 영문으로 발신자 이름을 설정한 경우입니다. James와 같은 영어 이름을 보고 지원자의 한글 이름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Sungdo와 같은 이름은 한글 이름이 ‘성도'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한국 인명의 로마자 표기 규칙’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숭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꼬마펭귄: 어린 시절 별명을 발신자 이름으로 설정한 경우입니다. 이메일계정을 만든 이후에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 조성준: 본명이 ‘조성도'인데, 이렇게 비슷한 다른 이름으로 발신자 이름이 설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가족의 이메일 계정을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발신자 이름을 한글 본명으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입사지원서에 적힌 지원자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이메일 주소를 본명과 동일하게, 아니면 적어도 연상되게 새로 만드세요

발신자 이름은 언제든 쉽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메일 주소는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메일 주소가 본명과 동일하지 않다면 새로 만드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요? sungdo@, chosungdo@, sungdo.cho@ 등 이름을 사용하거나 성+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채용담당자가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입되어 있는 주소라면 이니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메일 계정을 새로 만들 때는 Gmail 계정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업에서 Gmail의 기업용 상품인 G Suite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입사지원 이메일이 스팸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적고, 입사 후에도 기업의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편합니다. 꼭 Gmail이 아니어도 되지만, 언제 서비스를 중지할지 모르는 소규모 서비스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3 이메일 주소에 숫자를 사용하지 마세요

이메일 주소를 새로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동명이인이 이미 본인 이름으로 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나, 본인에게 의미있는 숫자가 있는 경우에 이메일 주소에 숫자를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숫자를 사용하면 나의 이메일 주소를 상대방이 정확히 기억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채용담당자가 입사지원자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받은 이메일에 바로 답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소를 복사하거나 아니면 직접 타이핑해서 새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 숫자가 포함된 이메일 주소는 잘못 입력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숫자와 지원자 사이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ungdo, chosungdo, sungdo.cho 같은 이메일 주소가 이미 가입되어 있다면 숫자를 추가하는 대신 sungdo.design, sungdo.ux, sungdo.frontend 등 내가 지원하는 직군의 키워드를 추가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해당 직군에 대한 지원자의 의지와 전문성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어떤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다면 바로 중지하고 옆 사람에게 먼저 보내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내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해 보세요. 발신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마지막 팁: 지원자의 개인 아이덴티티(PI)가 확실할 경우에는 그것을 드러내는 이메일 주소가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메일 주소를 pengdo@slowalk.co.kr 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 외에 리디 배재민님의 “나는 왜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을까?”, “나는 왜 면접에서 떨어졌을까?”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 글도 배재민님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한국 인명의 로마자 표기 규칙'과 관련된 사례는 홍민희님이 제보해 주셨습니다.


주의: 위에서 예시로 든 James Cho는 저의 영문 이름이 아닙니다. 꼬마펭귄도 저의 별명이 아닙니다. 가족 중에 조성준이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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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지원서를 한 번도 안 써본 분 있으신가요? 대학생, 취업준비생, 또는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입사지원서 몇 번씩은 써보셨을 겁니다.


슬로워크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인 저는 맡은 일의 특성상 여러 형태의 입사지원서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슬로워크에 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의 지원서를 검토하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이나 단체를 진단하고 자문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그 조직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합니다. 그런데 입사지원서를 살피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이건 왜 물어보지?”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나?”



사실 이런 궁금증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입사지원서에 숨어 있는 차별적인 요소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세요?


사람마다, 또 지원하는 곳에 따라 사용하는 입사지원서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 공공기관이나 큰 규모의 기업들은 자체 입사지원서 서식을 활용하지만 대개는 취업사이트에서 관련 서식을 내려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입사지원서를 구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세요? 한 가지 서글픈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입사지원서를 사용하든 간에 그 입사지원서 안에 인권 침해 또는 차별의 요소가 2개 이상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활용하는 입사지원서에 평균 4개의 차별요소가 포함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채용 공고 사이트의 입사지원서도 그 안에 4개의 차별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하고요. 한 시민단체가 국내 30대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한 조사에서도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한 조사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 모두 한 번 정도는 차별 요소를 담고 있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과연 어떤 요소들이 인권 침해와 차별의 소지가 있는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입사지원서에 대한 내 인권감수성은 어느 정도?


먼저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하나 진행해보겠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입사지원서 서식 중 하나인데요. 이 서식에는 인권 침해 또는 차별의 요소가 몇 가지나 숨어 있을까요? 입사지원서의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최대한 많은 차별 요소를 찾아보세요. 제한시간은 5분입니다.

인권 침해나 차별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를 많이 찾으셨나요? 테스트를 마쳤다면 이제 입사지원서에 대한 자신의 인권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아래의 선택지 중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보세요.


보기의 입사지원서에서 찾아낸 인권 침해나 차별 요소의 개수가,


① 2개 미만 - 당신의 인권감수성은 빨간불입니다. 소중한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 ‘열공’이 필요합니다.

② 2개-5개 미만 - 당신의 인권감수성이 아쉽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심각한 차별을 당할 수 있습니다.

③ 5개-8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을 당할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④ 8개-11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높은 편입니다. 심각한 차별로부터 안전합니다.

⑤ 11개-14개 미만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풍부합니다. 크고 작은 차별을 그냥 당하지는 않을겁니다.

⑥ 14개 이상 - 당신은 인권감수성이 흘러 넘칩니다. 누구도 당신을 차별하지 못합니다.

※ 이 테스트는 본 블로그 글 작성을 위해 즉석에서 개발한 것으로 단순한 재미 추구 목적 이외에 이 테스트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평가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제 자신이 찾은 문제점이 정말 인권 침해 또는 차별 요소가 맞는지, 어떤 점에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보기의 입사지원서에는 직접적인 인권 침해나 차별 요소들도 여러 개일 뿐 아니라, 심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제가 될만한 부분도 많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합치면 15개가 넘는데요, 구체적으로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답을 확인하셨다면 중요한 부분 위주로 의문을 제기해볼까요?


의문 1) 사진을 꼭 붙여야 할까?

한국에서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은 당연시되는 관행입니다. 사진을 붙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사진을 붙이도록 하는 관점에서는 사진을 통해 성격이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과 업무 특성상 외모가 중요하다는 점이 중요한 논리입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고요.


그러나 성격이나 성향을 면접도 아닌 서류전형에서 사진으로 판단할 절박한 필요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상 외모가 중요하다는 논리도 오히려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소위 ‘어떻게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생김새가 가장 큽니다. 여기에 성별, 인종, 피부색 등 사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외모에 관한 부분입니다. 외모에 대한 차별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협약을 비롯해 국내의 법에서도 금지하는 심각한 차별의 요소 중 하나인데요, 이런 차별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사진을 붙이는 논리가 정당한지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정부에서 권장하는 표준이력서에도 차별을 방지하고자 사진을 부착하지 않도록 했고, 아시아나항공에서 2014년부터 승무원 지원 시 증명사진부착란을 없앤 사례처럼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의 사례들도 늘고는 있습니다. 대다수 입사지원서에서 사진부착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사진을 요구하는 것이 심각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원자도 기업의 담당자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의문 2) 신체사이즈는 왜 적어야 할까?

슬로워크에서는 키, 몸무게와 같은 신체사이즈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성격의 업무나 작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슬로워크 입사지원서에는 신체사이즈를 적는 난이 없습니다. 사실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조직이 슬로워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입사지원서에는 신체 사이즈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외모 차별과 마찬가지로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사이즈 역시 부당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용 시 불필요하게 요구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키나 몸무게에 민감한 개인에게는 상당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생활 침해이기도 합니다.


입사지원자라면 앞으로는 신체사이즈를 적는 난이 없는 입사지원서를 골라서 활용하세요. 기업의 담당자라면 입사지원서에 신체사이즈를 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외하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시력이나 다른 신체적 정보는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져보시면 좋겠네요.


의문 3) 무슨 학교 나왔는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학력을 묻는 것을 두고 차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조직에서든 지원자가 채용하고자 하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고 학력은 그러한 능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나 학력 정보를 불필요하게 자세히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학벌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학력 또는 학벌은 인권 침해나 차별의 가능성과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명확한 업무 필요성에 의해 기본적인 학력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겠죠. 그러나 반드시 출신학교를 알아야 하는 업무상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보기의 입사지원서처럼 본교를 나왔느냐 분교를 나왔느냐, 또는 주간이냐 야간이냐를 물어보는 것은 과도한 정보 요구이고 좋은 의도라고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어떤 입사지원서에는 편입 여부도 확인하는데 역시 직접적인 차별의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기재란을 없애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채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우리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 대학에서 배웠든 저 대학에서 배웠든 아니면 독학을 했든 결과적으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조직에도 가장 이득이겠죠.


슬로워크 입사지원서에도 학력란이 아예 없습니다. 슬로워크가 원하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 있어 학력이 후광효과로 지원자의 능력 대한 판단을 방해할지언정 능력을 증명하는 어떤 실마리도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라면 학력을 너무 자세하게 써야 하는 입사지원서는 피하세요. 기업의 담당자라면 학력에 대해서도 인권 관점에서 생각해보시길 권유합니다.


의문 4) 내가 지원하는데 ‘아부지 뭐하시노?’를 왜 물어볼까?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많은 입사지원서에는 가족사항을 적는 난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선진기업이나 앞서가는 단체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인데요, 아마 신분 확인이 중요했던 시기적 특수성과 관계와 소속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 그리고 채용하는 조직 중심의 일방적인 사고가 결합하여 나온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사항 기재가 너무 오래되고 만연한 관행이라 이제는 그런 입사지원서를 활용하는 담당자도 왜 가족사항을 자세하게 요구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인사기록카드에 활용해야 한다거나 또는 금융권같이 돈을 만지는 업종에서는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가족의 재정적 안정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설명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내 능력을 평가하는데 왜 내 가족 정보를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는 없겠죠.


보기의 입사지원서처럼 가족사항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지원자 상황에 따라 수치심이나 부담 또는 우월감을 주는 등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그 이전에 국제적인 인권 규범이나 주요 국가의 채용 관련 법규에서도 금지하는 인권 침해, 차별에 해당합니다. 지원자라면 가족의 학력과 직업, 동거 여부 등을 묻는 입사지원서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고, 기업의 담당자라면 입사지원서에 가족사항 기재란이 있는지, 있다면 왜 이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문 5) 연봉 더 줄 것도 아니면서 재산과 수입은 왜 확인할까?

보기의 입사지원서에서는 주거형태, 동산과 부동산 그리고 가족의 월수입 정보를 요청하고 있는데요. 역시 가족사항에서 지적한 문제점과 유사합니다. 입사 지원을 하는데 내 능력과 상관없는 집안 재산과 소득 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해당 조직이 공정하게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보를 요구하는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렇더라도 근본적으로 인권 침해 및 차별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우려되는 사생활 침해와 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면 재산이나 소득 수준은 아예 입사지원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입사지원자라면 재산과 소득 부분이 없는 입사지원서를 찾아서 활용하세요.


의문 6) ‘혼인 여부,’ ‘출신 지역,’ ‘생년월일,’ ‘종교' 등 이런 걸 다 확인해야 최고의 인재가 뽑힐까?

‘의문 1)’부터 ‘의문 5)’까지를 공감하셨다면 의문 6)도 바로 느낌이 오시죠? 기혼인지 미혼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혼인 여부에 따른 선호와 연결되어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주로 기혼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고 특히 200만 명 남짓한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차별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정말 책임이 있고 공정한 조직이라면 혼인 여부는 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출신 지역도 차별과 연결될 수 있는 정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색이 강하고 지역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입사지원서에 본적, 출생지와 같이 출신 지역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권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겠죠.


생년월일이나 나이 정보도 한국사회에서 만연한 연령 차별과 직접 연결된 요소입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정보일 뿐 아니라 나이, 성별, 출생지 정보를 모두 담고 있어 업무 특성상 연령의 제한이 필요한 채용이 아니라면 입사지원서에 주민등록번호나 생년월일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인 만큼 어떤 사회생활에서도 개인이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 존중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입사지원서에 종교를 기재했을 때 그것을 활용하는 방향은 특정 종교인을 선호하거나 반대로 배제하는 차별적인 방법 이외에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입사지원서에서 종교를 묻지 않는 것도 차별 요소를 없애는 하나의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입사지원서 샘플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인권 침해와 차별 요소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채용 관행과 입사지원서 내용이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사실 이외에도 인권 침해와 차별의 가능성은 훨씬 광범위합니다. 이전 직장의 퇴사사유를 적게 한다든지, 학교 성적을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든지, 취미/특기, 업무와 상관없는 어학 성적, 병역 면제 사유 등을 요구하는 부분도 때에 따라 차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다른 입사지원서 서식에는 또 다른 차별 요소들이 있을 텐데요. 스스로 차별 요소를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 먼 이야기지만 희망은 있다


사실 입사지원서 하나에도 인권 침해의 요소들이 이렇게 많은데, 채용 절차 전반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들어서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또 지금 여기저기서 활용되는 입사지원서들이 어느 세월에 인권을 존중하는 입사지원서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너무 기운 빠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잘 몰랐지만, 입사지원서에서 차별적 요소들을 없애고 능력 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 또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용 과정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이미 여러 가지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


이 외에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여러 관련 법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법적 근거에 따라 정부에서 인권 침해와 차별 요소를 제외한 표준이력서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고,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 채용을 위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입사지원서를 만들어 사용을 확대하고도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들도 인권 관점에서 자체 입사지원서를 검토하고 차별적인 요소를 하나둘씩 줄여나가고 있는데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LG그룹같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민간기업들이 이런 노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슬로워크의 입사지원서, 맘껏 가져다 쓰세요.


슬로워크도 원래는 입사지원서 양식이 없었지만, 개인정보 노출과 서류심사의 비효율성 때문에 2016년 4월에 자체 입사지원서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내부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지원자의 실력을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입사지원서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자체 입사지원서를 만들고 나서는 ‘슬로워크 입사지원서 설계 이야기'라는 블로그 글을 통해 입사지원서를 공개했습니다. 그 후로 아직 잘 사용하고 있고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제든 반영할 생각입니다.  


슬로워크 입사지원서는 공공재로 개발했기 때문에 슬로워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조직의 담당자라면 슬로워크 입사지원서를 가져다 쓰셔도 되고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자신의 것으로 변형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입사지원서에 의한 차별을 고민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이참에 의미 있는 고민을 시작하셔도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오늘도 취업을 위해 성심성의껏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취준생 여러분. 내 능력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내가 노출하고 싶지 않은 정보는 잘 보호할 수 있는 입사지원서를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합격의 영광도 꼭 누리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참고> 슬로워크 입사지원서 양식 보기




작성: 안정권


Posted by slowalk

슬로워크에는 원래 입사지원서 양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4월 채용부터 자체 입사지원서 양식으로 입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어떻게 입사지원서를 설계했는지 그 과정을 소개합니다.





채용 프로세스 개선

새로운 조직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며 채용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원래 입사지원서 양식이 없었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따로 받았습니다. 입사지원서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 서류심사에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

    • 증명사진을 비롯해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신체사이즈, 출신학교, 학점 등 슬로워크가 채용을 할 때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보를 제출하는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기도 하고, 특히 주민등록번호 등은 만에 하나 데이터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지원자에게 피해가 가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입사지원서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서류심사 소요시간 증가

    • 양식이 통일되지 않아 서류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심사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가 적혀 있지 않으면 따로 지원자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정보 유출에 따른 지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류심사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자체 입사지원서 양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입사지원서 설계

기본 정보는 이름과 휴대폰번호, 이메일주소만 기입합니다. 과거에는 슬로워크 사무실과 멀리 거주하는 지원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거주지 정보를 물어보기도 했는데, 서류심사 통과 후에 물어봐도 된다고 판단해서 입사지원서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력사항은 최근 이력부터 과거 이력 순으로 기입합니다. 최근 이력이 과거 이력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력사항과 함께 수행 프로젝트를 기입합니다. 과거에 어떤 직장에서 어떤 직책으로 일했는지보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력사항보다 더 자세히 기입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과거에 직장 경험이 없어서 별다른 이력이 없더라도 프로젝트 경험(학교에서나 개인작업 등)은 있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수행 프로젝트를 기입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점점 더 URL로 포트폴리오 제출을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behance나 dribbble URL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고, 개발자라면 github URL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인 홈페이지 URL을 기입해도 되고, 따로 파일을 제출해도 상관 없습니다.


가장 고심한 부분이 사전질문입니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답변을 통해 지원자의 생각과 경험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지원자가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며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희망연봉일 것입니다. 그 고민이 최대한 줄어들도록 범위로 기입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한 희망연봉이 아니라 ‘이 회사를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경계선'과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금액', 그리고 ‘기대 이상 금액'을 기입하도록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와 협상할 여지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채용부터 추가된 부분이 레퍼런스 확인입니다. 지원자를 추천해줄 수 있는 4명에게 지원자의 평판을 질문하게 되는데, 정보의 다양성을 위해 그 중 1명은 반드시 지원자의 장점과 단점을 고르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입사지원서에서 추천인의 개인정보를 받는 회사도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자문을 받은 결과 내가 아닌 타인의 개인정보를 자의적으로 입력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입력 URL을 전달하고, 추천인이 직접 자신의 연락처를 제출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를 받습니다. 입사지원서의 개인정보는 지원자에 대한 심사가 끝날 때까지만 보유합니다. 다만 지원자가 합격할 경우에는 3년 간 추가로 보유합니다.


새로운 입사지원서는 스티비 서버개발자 채용디자인솔루션본부 프론트엔드개발자 채용에 이미 적용되었으며, 향후 보완을 통해 계속 사용할 계획입니다.

입사지원서 양식 개발을 비롯해 채용 과정 전반의 개선에 도움을 주신 애자일컨설팅의 김창준님께 감사드립니다.


> 슬로워크 입사지원서 양식 보기



by 펭도 발자국

Posted by slowalk

슬로우워크도 현재 경력디자이너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독특한 방법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영국 런던의 'Penguin Press'에서 커뮤니티 매니저 채용을 안내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팀원)를 찾는, 외로워하는 펭귄을 소재로 삼았네요.
예전에 표지 디자이너를 채용했는데 직접 이렇게 책을 만들어서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Matthew Young)은 현재 직원으로 일하고 있고, 이 사이트를 디자인하기도 했네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Parse'라는 회사는 
지원서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보내면 우선순위에서 검토하고, 보너스 점수를 부여한다고 하네요. 




슬로우워크도 앞으로 채용을 진행할 때 이런 사례들을 많이 참고해 봐야겠어요.

추가로 독특한 지원서를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ResumeUP은 페이스북, 링크트인, 구글플러스의 프로필 정보를 가지고 인포그래픽 형식의 이력서를 만들어줍니다.





여러분도 한번 인포그래픽 이력서를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by 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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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