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두 발로 그린 그림, 보셨나요?> 포스팅(http://v.daum.net/link/26400409)을 통해 소복히 쌓인 눈 위에 발자국으로 그림을 남기는 작가 Sonja Hinrichsen의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었죠. 그 어떤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또 돈도 전혀 들이지 않고도 한걸음 한걸음의 발자국으로 작품을 남기는 Sonja Hinrichsen의 작업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며칠 전 일요일에 서울에는 심지어 잠시 동안이나마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3월도 거의 끝나가는 요즘 곧 날씨가 풀릴 조짐이 슬슬 보이고 있습니다. 초봄 날씨에서 여름 날씨로 갑자기 바뀌곤 했던 근 몇년간의 4월을 생각하면 더위가 시작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얘기는 해변과 모래사장, 바닷가의 날들도 머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두 발로 그린 그림 이야기에 이어 눈이 아니라 해변의 모래사장에 작품을 남기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안드레스 애머도어(Andres Amador)는 캘리포니아의 모래사장 위에 모래와 갈퀴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당이나 밭에서 낙엽이나 건초더미를 쓸어모을 때에 쓰는 갈퀴와 막대기를 그림도구로 사용하고 있지요. 파도가 쓸고 지나가 표면이 매끈매끈해진 모래사장을 갈퀴로 긁으면 긁힌 부분만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자연스럽고도 뚜렷하게 흔적이 남게 되는데요, 안드레스는 이런 방식을 이용해 해변 위에 아름답고도 거대한 패턴을 남기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집에서 구글어쓰(Google Earth)로 캘리포니아 각지의 해변을 둘러보며 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장소를 물색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밀물과 썰물, 조수간만의 차이에 대해 반년 가량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밀물 때와 썰물 때에 모래사장의 크기와 상태가 얼마나 다른지 그 동안의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의 모래 상태, 겨울 날씨가 모래사장 그림에 미치게 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고려하고 작업에 착수했던 것이지요.
각각의 그림 크기는 평균 폭이 20m 정도로, 하나를 그리는 데에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혼자서 그리는 것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하네요. 모래사장 위에 그려진 그림인만큼 파도가 다시 휩쓸고 지나가면 그림은 점차 흐려지면서 사라져 가지만 그림이 사라져가는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어떤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의 그림들. 언젠가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우리의 뒷모습도 이 그림들과 같이, 머물 때에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떠날 때에는 아무런 나쁜 것도, 불필요한 것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돌아서는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미지출처 | http://www.andresamadorarts.com/)
by 살쾡이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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