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 이미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셨을 겁니다. 뉴질랜드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뛰어난 영화미술로 톨킨이 소설에서 묘사했던 상상 속의 세계를 훌륭하게 실현해냈었죠. 이 영화 덕분에 뉴질랜드의 아름다움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요.
혹시 <반지의 제왕>을 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호빗'이라는 가상의 존재와 그들이 살고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계실 텐데요. Matamata에 위치한 알렉산더 패밀리 농장은 원래 1978년 부터 양을 기르는 목장이었다가 1998년 호빗마을 '호비튼 Hobbiton'의 촬영지로 낙점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촬영이 끝난지도 몇년이 지난 지금, 이 호비튼은 양들이 사는 마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처음의 37채 중 지금은 17채가 남아있는 호빗들의 집은 양들의 집이 됐고요.
영화촬영을 위해 지어진 집들이기 때문에 정말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지어지지는 않은 호빗 집들은 양들이 햇볓을 피해 쉬어가기에는 아주 적당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나무와 폴리스티렌(스티로폼)으로 지어졌지만 지금 폴리스티렌은 모두 제거되었다고 하고요. 땅 속에 지은 집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기에 '호빗투어' 코스의 일부인 이 양떼 목장에서는 단순한 영화 촬영지 관광이 아니라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 효율, 그리고 영화 촬영과 관련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피터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촬영 전부터 관련 변호사들을 고용해 영화 촬영 중의 환경훼손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고 합니다. 세트를 만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나무를 제거해야 했을 때는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겼다가 후에 다시 제자리에 옮겨심기도 했고, 1000명이 넘는 출연진이 등장했던 대규모 야외 촬영을 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카펫을 깔아 바닥의 식물을 보호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문화를 존중해 이들에게는 성스러운 장소인 루아페후 산을 촬영한 뒤에는 이 산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디지털 효과를 주어 어떤 산인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오리 족들에게는 이 산이 사진을 찍거나 그림으로 그릴 수도 없는 신성한 산이었기 때문이죠.
국내외 영화 중에서도 촬영 중에 지역 환경을 훼손하고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쓰레기를 방치하는 등 제작진의 무책임한 행동이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경우 튀니지의 사막에 영화 세트와 쓰레기를 방치해두고 떠나 비판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화려한 휴가>와 같은 영화가 광주에 영화 세트장과 쓰레기를 방치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두 편의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들이 자연 훼손과 쓰레기 방치, 그리고 촬영 도중 발생하는 다량의 탄소 발생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요.
그렇기에 대규모 영화 촬영 중에도, 촬영을 마친 뒤에도, 지역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문화를 존중하며 지금은 오히려 '양들의 집'이라는 다른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피터잭슨 감독과 그 제작진들에게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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