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2년 <월간디자인 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0년 어느날이였다. 디자이너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현 정부의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인해 파괴되는 환경과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차에 우리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동식물 12종에 대한 그래픽작업을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디자이너들한테 약간의 가이드만 주었는데 ‘단색으로 작업할것’ 그리고 ‘여러매체에 적용가능할것’ ‘비영리목적으로 사용하는한 저작물에 대해 누구나 사용할수있는 ccl 을 표기할것’ 이였다. 단색으로 작업을 하는것은 나중에 포스터로 만들때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여러가지 잉크를 모아 섞어 검정잉크로 만들어 사용하자는 생각이였다. 그리고 공공의 목적으로 작업하는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유하자는것이 나의 바램이였다. 아무튼 우리는 늘 그랬듯이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으로 대중들에게 검증을 받아보기로 했다. 해서 나온 작업물이 아이폰 바탕화면용 작업물이였다. 작업물이 그래픽 디자인 작업물 치고는 거칠고 완성도가 떨어졌으나 사람들에게 빠르게 검증을 받고 싶은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통해 배포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그래픽 이미지’들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름도 생소한 낙동강에서 주로 발견되는 흰수마자(멸종위기 1급), 멸종위기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와 미호종개, 한강에 사는 묵납자루(멸종위기 2급), 꾸구리(멸종위기 2급)에 대한 이미지가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특히 단양쑥부쟁이(멸종위기 2급)에 대한 이슈가 뉴스를 통해 여러매체에 소개되었기 때문에 단양쑥부쟁이 그래픽 디자인의 인기는 아주 좋았다. 하루동안 이 작업들은 리트윗 순위에 올라갈 정도로 빠르고 넒게 퍼져나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블로그나 sns상에서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포스터’로 만들어 달라는것이였다. 디자이너들은 당황했다. 포스터로 만들려면 동식물에 대한 정확한 학명을 알아야 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디테일한 학명정보를 찾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더구나 우리는 학자가 아니므로.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는 블로그가 있지 않은가. 해서 정확하지도 않은 학명을 표기한 이상한 ‘포스터’를 slowalk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로 했다.
때론 완벽한 결과물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디자인을 만들자는게 평소 slowalk의 생각이기도 했다. 물질보다는 소통이 결과물보다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듯이.
아니나다를까 블로그에 학자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서도 잘못된 학명들을 바로 잡아주셨다. 우리는 시민들과의 협업을 통해 ‘안녕’ 이라는 4대강 멸종위기종 포스터를 만들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 ‘안녕’ 포스터를 보신 한 외국분이 취지에 공감하시고는 영어로 된 작업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셨다.
우리는 다시 영어로 된 포스터를 만들고 또 배포했다. 그때 slowalk에는 용감한 한 디자이너가 있었으니, 바로 그 영어로 만든 ‘안녕’ 포스터를 해외유명 언론사 편집장에게 디자인 작업물과 함께 보도자료를 보낸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트리허거’라는 해외 유수의 언론사에 우리 디자인 작업물이 덜컥 실려버린것이였다. 이제 해외에서도 보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4대강사업으로 인해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이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 계신 교수와 인도학생들이 slowalk에 인터뷰하러 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때론 뜻하지 않은 작은 소통이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또한 우리의 성공적인 ‘안녕’ 포스터는 연말에 달력으로 만들어졌다. 12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니 달력으로 만들기에도 적합했다. 달력은 성공적으로 일주일만에 다 팔렸으며, 수익금은 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에 기부를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녹색연합에서 매달 발행하는 ‘작은것이 아름답다’ 라는 잡지에 slowalk 디자이너들이 ‘녹색디자인산책’ 이라는 꼭지를 맡아 아직까지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재미있는것은 그 잡지사에서 원고료를 주지 않는다. 대신 매월 현미쌀로 원고료를 주신다.우리는 그 현미쌀로 점심에 밥을 지어먹기 시작했다. 밥을 함께 지어먹으면서 slowalk 내부에서는 이전보다 직원들간에 많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보다 많은 대화를 하듯이.
가치를 지향하는 좋은컨텐츠로 작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보다 더 많은 교훈과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이 일련의 사건 혹은 스토리는 2년여에 걸쳐 만들어졌다. 지금도 slowalk에서는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by 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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