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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혼자서 같이 살다, 통의동집

사진 : 김용관



현재 한국의 4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라고 합니다.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1인 가구 비율이 높던 유럽 등지에서 보편화된 '셰어하우스'가 한국에도 출현하게 되었죠. 셰어하우스는 여러명이 한 집에 살며 개인적인 공간은 따로 사용하되, 거실이나 부엌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인데요. 서촌의 셰어하우스, '통의동집'을 소개합니다.


통의동집은 작년 11월, 정림건축문화재단서울소셜스탠다드가 함께 만든 셰어하우스입니다.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집'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만들어진 통의동집은 현재 7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중 1층은 '라운드어바웃'이라는 라운지로 주거자가 아닌 외부인도 이용 가능한 공간입니다. 





통의동집은 슬로워크 사무실과도 무척 가까워서,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의 김민철, 성나연 선생님이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





1. 통의동집의 공간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층 건물이고, 거주자가 사용하는 공간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3층까지예요. 3층 일부와 4층은 건물주가 사용하고 있고요. 지하는 거주자 부엌 겸 다이닝 공간이고, 1층은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실 겸 라운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층과 3층에 각각 세탁실/샤워실과 같은 공유 공간이 있고, 2층엔 방이 4개, 3층엔 방이 3개 있어요.



2. 입주 절차나 거주 관련한 정보도 궁금해요.


저희 홈페이지상에 문의하시면 집 투어 일자를 잡고, 통의동집 투어를 하고, 그 뒤의 과정은 다른 부동산과 동일해요. 집 투어를 할 때 공유 공간(부엌, 샤워실 등 함께 쓰는 공간)에서의 에티켓이나 공간마다의 매뉴얼을 설명드리고, 입주하시면 매뉴얼북을 PDF 파일로 드립니다.


원래는 거주 계약 기간을 1년~2년으로 두려고도 했는데, 아직 이런 주거 방식이 익숙치 않아 불편을 느끼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첫 입주시엔 6개월 계약도 가능하게 해 두었습니다. 현재는 7개의 방이 모두 입주 완료된 상태지만, 오는 5월과 7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거주자가 계셔서 입주 신청을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어요.



사진 : 김용관



3. 함께 통의동집을 운영하시는 정림건축문화재단과 서울소셜스탠다드, 라운드어바웃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서로 어떤 관계인가요?


먼저 정림건축문화재단은 다양한 일을 해요. 그 중에서 통의동집을 같이 운영하는 측면의 이야기만 해드리면, 건축 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미디어 활동을 진행하고 계세요. 건축 문화 중에서도 공동 주거 문화, 공동체에 관한 관심이 높으신 것 같고요. 


한편 저희 서울소셜스탠다드는 1인 가구 중심의 주거 문화, 생활 패턴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소셜스탠다드의 멤버가 다 청년세대인데, 우리 스스로가  청년세대의 고민을 더 쉽게 이야기하고 나누면 소비자나 청년 주거 문제로 고민 중인 다른 분들도 쉽게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1인 주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중 하나로 셰어하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그게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생각하고 있던 공동체 주거 문화와 흐름이 맞아서 통의동집을 함께 운영하게 되었어요.

라운드어바웃은 정림건축문화재단 측에서 배려해주신 부분인데요. 입주민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다른 분들을 위해 건축, 예술, 문화 전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통의동집이 만들어지며 자리잡은 공간입니다.



4. 홈페이지를 보던 중 '느슨한' 연대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는데, 어떻게 보면 좀 상반된 의미의 두 단어를 사용하셨잖아요. 어떤 의미에서 나온 표현인가요?


다른 게 아닌 '1인 가구'를 먼저 살펴본 이유 중 하나가, 사회가 4인 가족 단위 위주였을 때 집에서 담당하고 있던 기능들이 있잖아요. 개인 방의 역할, 부엌의 역할, 엄마의 역할 등등이 있던 사회에서, 집 자체의 규모도 줄고 그 기능들도 도시에서 담당하기 시작했고. 집의 유형이 변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도 다른 방식으로 변해온 것 같아요. 전엔 '끈끈한 연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카페에 있음으로 어느 정도의 갖게 되는 연대감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의 관계들이 이젠 너무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거죠.



사진 : 서울소셜스탠다드



5. 당연한 답이 있는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름이 '통의동집'인 이유는요?


애초에 '셰어하우스'라는 단어를 안쓰려고 노력했어요. 셰어하우스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셰어'라는 말이 나오면 뭐든지 공유부터 해야돼, 하는 편견이요. 하지만 저희는 공유 문화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공유가 전제되어서는 셰어하우스가 주거 문화로 오래 남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통의동집 홈페이지에도 '셰어하우스'라는 문구 대신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집'이라는 슬로건을 더 강조하고 있고요. 통의동집과 같은 곳들이 어떤 특별한 의미의 주거 공간이 아니라, 원룸이나 아파트처럼 보편화된 다른 주거 공간들과 같은 위계를 가지는, 또 다른 주거의 유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6. 다른 동네가 아닌, 통의동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땅의 크기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가 바뀌었다면 현재는 커뮤니티 형성의 정도로 그 가치가 높아진다고 들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통의동집도 어느 정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찾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통의동집 자체가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니까요. 동네에 이런 커뮤니티가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곳을 중심으로 찾아봤죠. 


통의동은 도심의 편리함과 오래된 동네의 차분함이 교차하는 묘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디자이너, 문예가 등 창작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여기 서촌에서 생활하며 만들어낸 분위기, 문화가 저희가 구현하고자 했던 감각과 맞다고 생각해서 통의동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7. 통의동집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방 공간이요. 저희는 불을 쓰는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살면서 주방공간을 좁게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어서 주방이랑 친하지 않은 세대가 저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쉽게 조리 공간으로 이끄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니, 조금 좋은 주방 시설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혼자 살 때와 다르게 네 명이 살 때, 여섯 명이 살 때 방의 크기나 냉장고의 용량 같은 것들에 있어서 적정기준이 외국엔 있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없거든요. 그런 외국 사례를 공부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기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혼자 원룸 살 때와 다르게 같이 쓰는, 예를 들면 샤워실 같은 곳에 자기만의 공간이 나기 힘들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배려해서 한 공간을 같이 사용하며 불편할 일 없도록 조금씩 배려한 공간을 만드는 게 저희의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스타일링&사진 : 루밍



8. 통의동집에 입주하기 위한 기준 같은 건 없나요?


기준까지는 없는데, 남성 분들 입주 신청을 못받았어요. 현재 전부 여성 분들이에요. 처음에는 층간 분리를 하려고 했지만 그만큼의 시설을 제공 못해드리니까. 3층에 계신 남성분들이 2층에 있는 세탁실이나 샤워실을 써야할 때는 난처한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아서요. 저희 샤워실 반투명 유리거든요. 서로 서로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어요.



9. 퇴근길에 통의동집을 지나가다 보면 여러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 같았는데,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었나요?


지하에선 '오픈 키친'을 했었고요. 라운지에선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원'이라는 프로젝트를 해요. 건축, 예술, 문화에 대해서 매달 테마를 정하고 다 둘러 앉아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또 3월 15일에는 저희가 '오픈 다큐멘트'를 했었고요. 셰어하우스가 특별한 집이 아니라, 다른 집들처럼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열었던 프로그램이에요. 셰어하우스 사업에 대해 궁금하신 분, 셰어하우스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저희 소개, 재단 소개, 통의동집 소개를 했었어요.



10.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계속 이야기하는 것처럼 셰어하우스가 특별한 주거 유형이 아니라 보편화된 유형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원룸 사이즈, 규격에 대한 기준처럼 셰어하우스에 대한 기준이 아직 없거든요. 셰어하우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올라가는데, 적정 기준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게 되면 고시원이나 다를 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돼요. 그래서 그런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그 기준을 잘 확산시키고 싶어요.


저희가 진행해온 리서치가 있는데요. 원래 집안에 있다가 이제는 집 밖에서 이루어지는 현상들을 지켜보고, 그 현상들이 펼쳐지는 공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에요. 저희는 그 공간을 제 3공간, 세컨드 하우스라고 표현하고, 그런 공간이 어떻게 기획되고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어요. 그런 데이터를 자기 집 외에도 밖에서 또 하나의 집을 쉽게 찾아 보고 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지도를 슬로워크와 만들고 있죠. 


또 이제까지 도서관에선 책만 보고, 체육관에선 운동만 했던 것처럼 목적이 뚜렷해서 그에 꼭 맞는 공간이 기획됐다면 지금은 그런 것들과는 다른 류의 공간이 생기고 있어요. 통의동집도 주거 공간과 라운드어바웃이라는 문화 공간이 결합된 모호한 형태고요. 그런 공간들을 보면서 저희가 앞으로 일을 하면서 다른 대안 공간을 기획할 때 좋은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느슨한 연대'라는 통의동집의 슬로건이 현재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정말 좋은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서울소셜스탠다드 두 분과의 인터뷰였습니다! 혹시 지금 혼자 살고 계시다면, 온전한 내 생활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런 집은 어떨까요?





출처 : 통의동집 홈페이지서울소셜스탠다드 홈페이지



by 알파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