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블로그 글,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을 마지막으로, 7개월간의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으로서,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프로젝트에는 슬로워커 모두가 참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문을 통해 모든 슬로워커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고,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이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긴 시간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프로젝트의 실무적인 일을 담당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7명의 슬로워커가 모인 아이덴티티 태스크포스(이하 ITF)를 구성했습니다.
특별히 잘난 슬로워커가 모인 건 아니었습니다. 관심이 있어 자원한 사람도 있고, 뛰어난 제비뽑기 능력으로 ITF 멤버가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착각하는 TF의 모습
일반적으로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운영할 때 몇 가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다른 조직과의 갈등입니다. TF 활동이 원래의 업무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는 것이기 때문에, TF 구성원이 속한 조직 입장에서 보면 그 구성원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기도 하죠. 본 업무와 TF 활동 간의 마찰로 인해 TF는 시작부터 삐걱대기 일쑤고, 그 끝도 흐지부지되기 십상입니다.
ITF는 충분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 덕분에, 매주 격렬한 토론을 하며(덕분에 회의실과 자리가 가까운 슬로워커로부터 수차례 민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고 가능한 모든 의견을 검토해나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ITF의 시작은 2015년 6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날 슬로워크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Slack)에 #identitytaskforce 채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정기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아직 어색하던 우리 사이
단순하고 명료한 결과물일수록 그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 결과물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ITF는 7개월 동안,
- 3,587개의 메시지가 슬랙에서 오갔고,
- 131개의 파일을 슬랙에서 공유했습니다.
- 22번의 회의를 했고,
- 114개의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 28개의 회사를 벤치마킹했습니다.
ITF는 가능한 제약없이 슬로워크에 대한 모든 생각과 고민을 나눴습니다. 회의 시간에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반문에 대한 반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슬로워커 모두와 공유하고 다시 슬로워커 모두의 의견을 듣고 반영했습니다. 슬로워크와 비슷한 조직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슬로라운드를 진행하고, 온라인 설문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미션, 가치, 경영원칙, 비전, 전략, 슬로건, 반인재상이 만들어졌고, 9개의 글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물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16일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공식적인 ITF 활동은 모두 마무리 됐습니다.
ITF 활동이 모두 마무리 된 지금, ITF 멤버들은 무엇을 느끼고 알게 됐을까요.
기린
"실무적으로 깊게 참여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거 같아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낙타
"일과 조직에 대한 고민들을 필터링 없이 털어놓고 같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뻥을 조금 보태면 매주 ITF 회의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누렁이
"아이덴티티 수립과정을 내부에서 경험해보았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조직 단위의 전략을 설계한다고 할 때 막막했는데 이런 경험이 무언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네요."
돼지
"비록 제비뽑기로 ITF에 합류하게 되었지만,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숑
"업무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업무만으로는 접하기 힘든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동료들의 또 다른 시각,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사슴
"평소에 의견을 나누기 어려웠던 다른 실 사람들과 조직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매주 회의를 이어가며 함께 조직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장수하늘소
"평소에 꺼내기 어려웠던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고, 그 고민들을 기반으로 더 좋은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합니다."
펭도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는데, ITF 활동을 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ITF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고객경험을 설계하고, 조직문화를 설계하기 위한 3개의 TF가 새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3개의 TF를 통해 더 많은 슬로워커가 더 많은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ITF가 그랬듯이 말이죠. 그리고 이런 다양성이 슬로워크를 지금보다 더 건강한 조직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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