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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그들이 지나온 3500일


(출처)



콜트콜텍(Cort Cortek)은 국내 최대규모 기타 제조회사입니다. 깁슨, 아이바네즈, 펜더 등 유명 기타브랜드에 기타를 납품하는데요. 콜트콜텍은 저가형에 가성비 좋은 기타로 세계시장 20~30%를 잠식합니다. 이런 가격과 품질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콜트콜텍의 부당해고와 해고노동자들이 지나온 약 3500일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사장만의 '꿈의 공장'


콜트콜텍은 1973년에 창립된 기타 제조회사입니다. 86년부터는 일렉기타는 콜트, 어쿠스틱 기타는 콜텍으로 분리되었는데요. 싼 임금에 좋은 품질의 기타를 만들 수 있어서, 세계 유명 기타판매업체들이 컨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무리한 주문을 맞추고자 노동자들은 추가근무도 무급으로 하면서 한 땀 한 땀 기타를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회사는 업무환경을 개선하시키기는커녕 노동자들을 더욱 혹사했습니다.


콜트콜텍 사장 박모씨는 업무효율을 높인다고 공장에 창문을 없앴습니다. 노동자들은 분진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마스크와 목장갑 하나로 일주일을 버텼는데요. 당시 노동자의 대부분이 근골격계질환, 기관지염 등 온갖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았습니다. 또한 콜트콜텍은 직원들에게 남녀차별 임금 지급을 했으며, 성희롱이 난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떤 직원에게는 화장실에 자주 간다고 망신을 주기도 했습니다. (출처: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군소리 없이 기타를 만들었으며, 그들의 ‘장인정신’으로 콜트콜텍은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콜트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90억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2007년 경영위기를 이유로 대전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습니다. 생산라인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넘겨버리고 국내 공장 모두 폐쇄했습니다.



폐쇄된 콜텍대전공장  (출처: 콜트콜텍+문화행동, 노순택 작가)




‘No Cort’ 복직을 위한 불매운동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복직투쟁과 콜트의 부당해고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호 조합원은 분신을 시도했으며, 이인근 지회장은 양화대교 송전탑에 올라가서 20일 동안 단식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강 송전탑 위엔 사람이 살았어

송전탑 옆을 지나 조깅하는 사람들도 보였어

그들은 여기 사람 사는지도 몰라


소히 - ‘한강 송전탑 위엔 사람이 살고 있어’ 가사 중




조합원들은 해외원정투쟁까지 나섰는데요.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애너하임 남쇼, 후지 록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장소에 ‘No Cort’라는 팻말을 들고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랩메탈로 저명한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도 함께 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들은 조합원들을 공연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왔습니다.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해방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톰 모렐로 (출처)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콜트콜텍의 부당해고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콜트가 납품하는 펜더와 아이바네즈 등에 항의서안을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두 회사는 한국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대답을 하거나 대응 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고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 ‘콜밴’(출처: ‘Cort No 유튜브)




치열한 법정싸움


노동조합은 콜트콜텍에게 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고등법원은 '수년간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요.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것'라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금속노조뉴스)



콜트콜텍은 2006년 8월에는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우수’등급을 받았으며, 2007년 정리해고로 노사 간의 갈등이 심할 때도 임원들에게는 성과금 300%가 지급되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었는데요. 노동자들은 회계법인의 전문가 감정서를 가지고 대법원에 항소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지금은 회사 사정이 좋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나빠질지 모르므로, 이에 대비하여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정당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과 상충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가본 법원, 변호사 살 돈도 없어요.

못배운게 죄인게 알아듣게 얘기해요.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신 내린 무당인가.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개떡 같은 법원이다.


콜밴 - ‘서초동 점집’ 가사 중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3500일이 지난 지금, 많은 조합원이 떠나갔지만 아직도 그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남은 조합원들은 관심을 기울여준 사람들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작년, 어느 한 국회의원은 콜트콜텍이 노동자들의 잦은 파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한 것이라고 발언을 해서 큰 파문이 일어났는데요. 조합원들은 이 발언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8월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지금 콜트기타는 음악이 아니라 오로지 돈만 아는 무기입니다. 이 힘든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와서 시민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서민이 서민 마음을 알아주면서 더 좋은 세상 만들어 이 나쁜 세상 대신 자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재춘 조합원의 농성일기 중



이들의 운동은 단순한 불매운동, 혹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이런 저의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들에게 깊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금속노조뉴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자세히 만나실 수 있습니다.

twitter @nocort https://twitter.com/NoCort

facebook https://www.facebook.com/cortguitaraction







참고: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꿈의 공장, 뉴스타파, 나무위키, 오마이뉴스



작성: 류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