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싶어서 현기증 나게 하는 방법
한 뼘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곳이 정작 내부 문화는 엉망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느끼는 괴리감이 상당할 것이다. 불합리한 조직문화는 직원 이탈로 이어지고 외부 평판 또한 망가뜨리기 마련이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변경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시작인 채용이 엉망진창이라면 어떨까. 아무리 그럴싸한 조직이라도 면접관이 시간을 맞추지 않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면접을 진행한다면 현타 오기 딱 좋다. 실망한 지원자들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결심한다면 조직 문화 자체를 꽃피울 기회조차 없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채용 프로세스가 탄탄한 곳을 들여다보면 된다. 소셜섹터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성노들 씨를 통해 조직과 사회의 변화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제공하는 ‘슬로워크’의 이야길 들어보았다.
(사진 속 인물은 성노들(누들)이 아닙니다. 성노들을 환영하는 COO 조성도(펭도)입니다)
입사 전에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다
성노들 씨는 모 기업 사회공헌팀과 소셜벤처 등을 거쳐 올해 4월 슬로워크에 입사했다. 소셜섹터에서 근무하며 여러 면접을 경험했지만 “채용 단계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면 짜증 날 것 같던 조직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통화나 문자 없이 오직 이메일로만 소통했다던 그는 직접 이메일을 보여줬다. 채용 담당자는 서류 통과 사실과 함께 면접, 최종합격자 발표 일정과 조정 가능한 출근일까지 상세히 안내했다.
실무 면접 이후에는 지원자에 대한 인상과 경영진 면접을 안내했고, 최종 합격 후에는 입사안내문을 발송했다. 해당 문서에는 입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과 계약 기간과 근무조건, 휴가, 근로시간, 소속팀과 담당업무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이후엔 명함 뒷면 디자인과 노트북 기종까지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줬다. 덕분에 출근하고 나서 명함이 안 나왔다고 클라이언트에게 둘러댈 일도, 노트북이 없어 원격근무나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면접 내용을 녹음한 회사는 처음이었다
면접 또한 다른 기업들과는 달랐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 등을 검토하기 위해 면접 내용도 녹음했다. 인사 담당자가 들어와서 수기로 면접 내용을 작성했지만, 지원자가 그 행동 자체에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 방식을 녹음으로 바꿨다고 한다.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모두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깨끗하게 면접을 치러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면접은 지원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진행됐다. 성노들 씨는 “의자 하나만 덜렁 놓고 지원자에게 반말까지 일삼던 곳이 있었다"며 슬로워크는 면접자와 지원자가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면접을 진행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실무면접이 끝났을 때는 슬로워크 달력과 면접비(문화상품권)를 지급했다. 소셜섹터 내에서 면접을 여러 번 경험한 그였지만 면접비를 지급받은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출근하자마자 슬로워크를 받았다
우리 모두가 신입을 안다
대망의 첫 출근일. 팀원 두 명이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본인의 책상에 헤이그라운드에서 주는 웰컴키트와 슬로워크와 진저티프로젝트가 함께 펴낸 책인 ‘어댑티브 리더십'과 슬로워크 스티커 등이 놓여있었다. 이메일에서처럼 슬로워크도 나름의 준비를 한 거다. 그의 입사가 결정됐을 때도 신입사원의 존재와 출근 일자를 미리 공지했다고 한다. 회사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타운홀미팅에서도 신규입사자 소개를 진행했다. 전체 팀원들이 신입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몇 번의 기회를 갖는 거다. ‘도대체 뉘신지?’ 세상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도록 말이다.
슬로워크가 담긴 온보딩 가이드를 받았다
성노들 씨는 팀원도, 팀장도, 대표도 아닌 온보딩가이드를 통해 슬로워크를 만났다. 온보딩가이드는 그가 소속된 오렌지랩에서 만든 문서로, 팀 소개부터 오피스 프로그램 설치 방법, 이메일 로그인 방법, 사내 와이파이, 호칭, 슬랙(사내 메신저) 채널에 대한 소개,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사무실 자리 배치도 등 회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슬로워크는 현재 온보딩가이드를 전 사원이 볼 수 있는 '라이프 핸드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온보딩가이드로 해소가 안 됐던 점이나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기회도 주어진다. 덕분에 입사 두 달 뒤에 회사 휴가 규정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고. 경조사 휴가 범위에 동거인, 입양 자녀, 파트너 등은 있는데 반려동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반려동물도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 포함하자는 제안을 했고, 사업부 대표들이 모여 조직의 운영방향을 논의하는 제로회의에 초대돼 다시 한번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논의를 거쳐 해당 규정은 그의 의견대로 개정됐다.
앞뒤가 똑같은 조직이 주는 신뢰감
성노들 씨는 채용 과정에서 느낀 신뢰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적인 일화로 ‘보도자료 회의건'을 들려주기도 했다. 임의균, 권오현 공동대표 체제에서 권오현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 회의를 연 날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구성원 중 한 명이 ‘우리가 원래 이런 보도자료를 쓰던 회사였냐'고 물었다. UFOfactory와의 합병 이후 혼란을 수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보도자료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던 거다. 조직 상황을 아는 내부 구성원들은 좋은 이야기만 담긴 보도자료에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슬로워크는 조직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갔고, 결과적으로 내외부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현판에 실렸던 정현종의 시처럼, 직원이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온다. 삶을 짊어지고 인생의 항로를 찾아 조직으로 온 거다. 고로 그의 선택에 합당한 조직을 보여주자. 여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소셜 섹터 아닌가.
3가지만 기억하자!
1. 신입사원이 출근하기 전에 명함 지급, PC세팅 등을 완료해둔다.
2. 입사 일주일 내에 조직 문화와 규정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3. 신입에게도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간다.
슬로워크는 지금 채용중! (UI/UX기획자, UI디자이너, 프론트엔드 개발자)
글 | 프리랜서 에디터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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