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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선한 사람은 보폭을 맞춰 걷는다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2018 행사 현장 스케치



슬로워크에 대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있어요. 


“회사 이름이 무슨 뜻인가요? 말그대로 ‘느리게 걷자’는 것인가요?”


창업자이자 CCO(Chief Creative Officer) 소사님은 "아니요. 함께 간다는 의미예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소설가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지요, "선한 사람은 보폭을 맞춰 걷는다"고요. 그는 11월 23일 명동의 커뮤니티 마실에서 열린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2018에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다만 그 보폭으로 '어떻게' 걸어왔는지 발자취도 되짚었네요.  


이번 행사에는 창의적인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스티비도 참가했습니다. 슬로워크에서 2016년 정식 버전을 내놓은 뒤, 지금은 매달 3200만건의 이메일 발송량을 자랑하는 서비스가 됐죠. 스티비 사업부 대표인 호열님이 이메일 마케팅 인사이트를 전했습니다. 두 분의 알찬 발표를 살짝 정리해봤어요.


비영리 생태계와 함께 성장한, 슬로워크의 여정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소사님)


소사님이 단상에 올랐습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크리에이티브를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비영리단체 및 각 기업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대안 기업으로 슬로워크를 시작했을 때부터 2016년 UFOfactory와 합병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풀었어요. “회사를 만들 때, 디자이너는 앞으로 모든 사람이 디자인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꽤 이른 행보였더군요. 지난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공공디자인 전시 행사를 하면서 만든 책자를 보니 저희가 비영리단체, 소셜섹터와 함께 일하는 디자인 회사로서는 비교적 일찍 시작했어요. 이후 다른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죠”


(안녕, 낯선 사람 : 공공디자인에서 새공공디자인으로)


말마따나 슬로워크는 2005년 문을 연 뒤 뛰어난 디자인 역량으로 비영리, 소셜섹터, 공공 영역에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사업상 활로를 찾은 것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이후였고요. 로드킬 캠페인 등 자체적으로 벌인 캠페인이 워낙 잘됐습니다. 


슬로워크의 자체 제작 콘텐츠도 흥했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여기 반대해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천연기념물 12종 포스터를 슬로워크 블로그에 공개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유명 친환경 전문 블로그 ‘트리허거(Treehugger)’에 소개됐습니다. 빵 터졌죠. 2016년 UFOfactory와 합병한 뒤에는 기술적으로도 소셜 섹터에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UFOfactory 때부터 신뢰/기반 기술이나 도구로써의 오픈소스에 많은 관심을 두었어요. 후에 빠띠 같은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발전을 했고요. 기술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퍼뜨리려는 노력이죠. 이런 점이 슬로워크와 잘 맞아서 합병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커다란 가능성이 열리기도 했죠. 이를 테면 소셜임팩트사업부가 준비 중인 IO프로젝트, 디지털아카이브 사업부가 만들고 있는 IT 솔루션들은 소셜 섹터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겁니다. 나중에는 소셜 섹터를 위한 ERP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슬로워크 디지털 사업부 소개 페이지)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솔루션으로 조직과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고 이런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슬로워크의 미션과 부합하는 꿈이죠. 사실 디자인과 기술 역량을 갖추고서 사회적인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죠. 슬로워크는 그런 회사 중 하나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서비스, 사업에도 투자해 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스티비죠. 호열님이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셨네요. 


마케터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스티비의 역량


(최고의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스티비의 호열님)


스티비는 이메일 마케팅 도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마케터들과 보폭을 맞춰 걷는 서비스입니다. 초기에 스티비가 발견한 문제는 첫째, 발송할만한 뉴스레터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재미도 없었다는 것이었고요. 둘째, 이마저도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환경에 맞는 괜찮은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는 편리한 에디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 결과 실제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마케터 분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케터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주자’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봐도 되겠죠?^^”


‘오렌지레터’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슬로워크의 자체 서비스에 스티비를 적용한 예시죠. 월요일 아침 7시마다 채용소식, 정책 및 지원 소식, 다음 주에 있을 소식 등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 있었던 소셜 섹터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예요. 오렌지레터를 받은 후 열어본 비율, 즉 오픈율은 57.4%, 이메일을 열어본 후 본문의 링크를 클릭한 비율, 즉 클릭율은 25.5%입니다. 매우 높은 수치인데요. 호열님은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네요. 


“오렌지레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뉴스레터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려면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받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정보를 포함해야 하죠. 슬로워크의 주요 사업 대상인 소셜섹터의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오렌지레터는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스티비는 콘텐츠 자체를 만들어 드릴 수 없으니까 뉴스레터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툴이나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공하는 거죠” 


시나리오는 뉴스레터를 보내는 업종마다 다르고 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호열님은 스티비 회원가입 환영 이메일을 보내는 프로세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업종마다, 또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마다 다르지만 간단히 소개하면 회원가입 직후에는 환영 이메일을 보내고, 3일 후에는 이메일 디자인 사례를 소개한 뒤 7일 뒤에는 이메일 마케팅 관련 글을 소개하는 겁니다. 



“비영리단체나 후원금을 모으는 단체들도 후원자 생애주기에 따라 진입장벽을 낮춰서 시나리오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핵심은 단체에 대해 먼저 알려서, 받는 사람이 관심과 충성도를 보일 수 있는 맥락을 만든 뒤 후원을 유도하는 겁니다. 한번에 모든 내용을 보내지 않고 타이밍에 따라 적합한 내용을 보내는 이유죠.” 


스티비 뉴스레터 및 이메일 발송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화’입니다. 이를 위해 도너스의 후원 솔루션과 좀더 밀접하게 연동시킬 예정이라고 하네요. 도너스 회원과 모금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스티비 이메일 솔루션과 연동해서 두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기능도 구상할 수 있겠고요. 이를 통해 후원 요청 이메일을 받는 사람이 이미 후원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보고, 스티비가 구현한 시나리오와 연결해서 맞춤형 콘텐츠를 보낼 수도 있겠죠. 


“뉴스레터는 사람과 콘텐츠, 기술이 어우러지는 종합 마케팅 솔루션이라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효과적이고 쓸만한 솔루션이죠. 스티비는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스티비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를 통해 올해 이메일마케팅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죠. 5,989개의 이메일을 분석해서 평균 오픈율과 클릭율을 공개했고, 뉴스레터로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네요. 리포트를 보고 나서 호열님의 발표를 들어서 그런지 스티비의 미래가 더 기대됐습니다. 


이렇게 슬로워크와 스티비의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행사 발표를 정리해봤는데요. ‘보폭을 맞춰서 걷겠다’는 슬로워크의 과거와 현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스티비에 초점을 맞춰서 미래까지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소사님은 발표 말미에 “변화와 성장의 과정에서 소셜섹터와 함께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슬로워크의 미션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트레일워커 모금 플랫폼 구축 사례를 설명하는 박재순 옥스팜 코리아 팀장)


한편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행사에는 슬로워크와 협업한 조직도 다수 참가했어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트리플래닛, 옥스팜 코리아, 루트임팩트 등이었는데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경우 데이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모금홍보하는 노하우를 전했고 트리플래닛은 나무심기 게임을 통해 성공적으로 숲을 조성한 프로젝트를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옥스팜 코리아는 트레일워커 모금 플랫폼을 구축, 운영한 경험을 발표했는데요. 슬로워크와 협업한 덕에 짧은 시간 안에 플랫폼을 만족스럽게 구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여주셨어요(뿌듯:)) 루트임팩트는 ‘소셜 벤처 밸리’로 불리는 성수에 헤이그라운드를 정착시킨 일대기를 전했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도너스 콜라보레이트는 ‘기술’이 모금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행사로, 앞으로 매년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글 작성 및 사진 촬영 | 슬로워크 오렌지랩 테크니컬라이터 메이

이미지 제작 및 사진 편집 | 슬로워크 오렌지랩 디자이너 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