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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슬로워크 여성 리더 4인을 만났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전격 인터뷰!

3월 8일은 국제연합(UN)이 1975년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에요. 여성을 향한 차별 철폐를 요구해온 기나긴 시간을 돌아보며 의미를 되새기는 24시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3월부터 법정기념일이 됐어요. 

여성을 축하하고, 격려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맞서 연대하다 보면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질문이 생겨요. 거의 매일,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공간인 직장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여성이 얼마나 많이 앉아있나. 여성 리더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환경인가. 여성인 내가 남성에 비해 그 자리에 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회, 문화적으로 여성이 리더가 될 때 육성해주는 분위기인가. 그 많던 여성 구성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슬로워크는 전체 구성원 56명 중 33명, 과반수 이상이 여성입니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 5명 중 1명만이 여성이고, 팀 리더 이상으로 확대해도 전체 리더 11명 중 4명이 여성입니다. 슬로워크도 이 의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입니다.

분위기를 좀 바꿔 볼게요. 모든 여성이 축하받아야 할 세계 여성의 날, 가라앉아 있기보다는 기운 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슬로워크 여성 리더 4명의 목소리를 듣고 퍼뜨리는 일이에요.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숫자 이상의 힘과 에너지,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었어요.

CDO(Chief Digital Officer)이자 디지털사업부 이사 쭈(김연주), 크리에이티브사업부 디자인 팀 리더 황옥연, 크리에이티브사업부 콘텐츠 팀 리더 오수희, HQ 오렌지랩 리더 누들(성노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메이 (이하 '메') 안녕하세요 권력자분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소감을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오수희 (이하 '오') (세계 여성의 날이) 오셨군요. 슬로워크 입사 후 이날마다 '일'이 있었어요. 여성자유보장위원회 피치(Pitch)가 만들어졌고 기념 코스터를 배포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2019년 세계 여성의 날에 슬로워크가 배포했던 코스터

황옥연 (이하 '황') 리더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성 리더로서 이렇게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인터뷰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누들 (이하 '누') 이날만이라도 서로 축하하자! 여성 문제 하면 보통 부정적인 이슈가 많잖아요. 여성 리더로서 나를 증명하기 위해 특히 더 애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고요. 세계 여성의 날만이라도 긍정적인 얘기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면 좋겠다 싶어요. 

김연주 (이하 '쭈') 학창 시절부터 여성 이슈에 관심이 많아서 '아 이런 날도 있군'하며 지켜보고 있었어요. 지금은 회사에서 매해 세계 여성의 날에 입장을 내다보니 여성 리더로서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축하와 부담이 공존하는 날이네요. 본인 소개와 팀 소개 부탁드려요. 

오렌지랩 리더와 브랜드 라이터(Brand writer)를 겸하고 있어요. 슬로워크에 입사한 지는 1년 11개월이 됐고 2019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리더로서 업무를 시작했어요. 오렌지랩은 저 포함 3명이에요. 남성인 책임 디자이너 1명, 여성인 책임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 1명이 있습니다.  

올해 초 크리에이티브 사업부 워크숍

슬로워크에서 일한 지 7년 6개월 됐어요. 2018년 공동 팀장이었다가 중간에 잠시 팀원이 됐고 2019년 다시 팀장이 됐네요. 저희 팀은 슬로워크에서 브랜드 디자인, 그래픽/편집 디자인 등을 맡고 있어요. 디자인 팀은 팀장과 팀원을 모두 합쳐 총 9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책임 디자이너 2명을 포함한 7명의 여성 디자이너가 있고, 이 팀을 남성 디자이너이자 공동 팀장인 도형님과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슬로워크 입사한 지 어느새 만 4년 된 라이터(Writer)입니다. 2019년 7월부터 콘텐츠 팀을 이끌고 있어요. 팀은 저 포함 3명이에요. 책임급 카피라이터와 콘텐츠 기획자가 있고 모두 여성이에요. 

지난해 디지털 사업부 워크숍

저는 UFOfactory에서 2014년부터 팀 리더로 있다가, 슬로워크와 합병되면서 2018년부터 디지털 사업부 전체를 이끌고 있어요. 디지털 사업부는 전체 28명이고 기획/PM 8명, UX/UI 디자이너 8명, 프론트엔드 개발자 4명, 백엔드 개발자 8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남성 15명, 여성 13명이에요. 

슬로워크 리더의 품격

입사 시기도, 팀 규모도, 개성도 다양한 네 분인데요. 리더가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각자의 이야기들을 한번 자세히 들어볼게요. 처음 리더가 됐을 때 어땠는지 옥연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처음엔 디자인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어요. 연차가 있고 공동 팀장 경험도 했으니 제가 팀장을 맡는 것은 맞지만, 실무를 못 하게 되는 건 여러모로 속상했어요. 

사실 정신이 없었어요. 한창 바삐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회사 조직개편 이후 그야말로 갑자기 리더가 됐으니까요. 실감은 나지 않았어요. 변화하는 회사 환경에서 팀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2019년을 보냈어요. 

지난해 초에 몇몇 구성원의 역할 변경이 있었고, 저도 그때 리더 제의를 받았는데요. 팀 리더 자체를 처음 하는 거라 일이 어떻게 될지 잘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하던 일을 계속하고, 그걸 좀 더 잘한다는 느낌으로 하면 된다"고 해서 부담을 좀 덜었고, 회사는 계속 나아가야 해서 덜컥 맡게 되었죠.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해보고 나서야 알았고요. 

슬로워크 전체 사업부 리더는 재작년부터 맡았지만 처음 리더가 된 것은 2009년이었던 것 같아요. UFOfactory에서도 저를 포함한 6명의 팀을 이끌었고 그 전 회사에서도 작은 팀을 꾸려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중 리더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인상 깊은 경험이 있다기 보다 팀 규모의 변화와 그에 따른 리더의 역할 변화를 체감해요. 팀장이었을 때는 팀이 작은 규모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 팀원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조금 더 집중해서 살피고 동료들과 어떤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일했어요. 규모가 큰 사업부를 맡게 되니 팀장일 때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당황했어요. 동료들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전반적인 상태는 어떤지 모두 파악하기 어려웠고, 그분들과 제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현재는 사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동료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은 팀장 역할을 맡은 동료들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슬로워크의 여성 리더들

그렇군요. 쭈님 말씀에서 노하우와 지혜가 엿보입니다. 리더의 눈으로 각자 팀의 개성을 말씀해주세요. 

저희 팀은 수다스럽고 개성 있으며 전문적이에요. 세 명 모두 이야기나 대화하길 좋아하고 모일수록 여파는 커져요. 취향, 스타일은 다 대척점에 있어요. 재미있죠. 일에서는 책임급으로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프로답게 일을 합니다. 

저희 팀은 다양한 연차로 구성돼 있긴 한데, 전반적으로 서로 배려를 잘하고 다들 겸손해요. 긍정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팀원들 사이에 큰 트러블이 없었어요. 또 리더가 이끄는 대로 성실하게 따라와 주죠. 

사업부 구성원이 전부 어느 영역에서든 '만들어내려는' 성향이 강해요. 저는 '개발한다'고 하는데요. 개발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 빌드업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렇다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잘해요. 어떨 땐 너무 많이 한다, 걱정될 정도로요. 한편 전문성에 대한 열망은 다들 강해요. 늘 스스로 전문적으로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합니다. 

팀원 각자 개성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공감대가 비슷해요. 오렌지레터 인트로를 지금은 세 명이 돌아가면서 쓰고 있는데, 이름을 가리고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을 만큼요. 팀워크나 팀원들에게 맡기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용할 수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왁자지껄해요. 각종 농담과 드립이 난무하죠. 오렌지랩이 슬로워크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데 이런 특성 덕분에 창의성이 잘 발휘되고 콘텐츠 톤 관리도 잘 되는 거라고 봐요. 

이 팀들을 이끄는 여러분은 리더십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유머요.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데요. 제가 편하게 다가가면 팀 동료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리더 입장에서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일도 잘 풀리게 하고요. 다음은 투명성이에요. 정보, 노하우, 위기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어서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요.

수희님과 비슷해요. 동료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리더십이요. 리더로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팀원들이 원하는 것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해요. 디자이너 개인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죠. 그러려면 특히 피드백을 잘 주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리더가 된 직후 수희님, 누들님과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책을 가지고 스터디를 했는데요. 책에서도 리더의 생산적인 피드백을 강조했어요. 경력 1~2년의 디자이너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히 리더의 생산적인 피드백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실무를 오래 했으니 작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드릴 수도 있고요. 

제가 스터디를 제안했어요. 회사 내 여성 리더도 거의 없었고 갑자기 리더가 된 터라 또래인 옥연님, 누들님과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옥연, 수희, 누들이 스터디했던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맞아요. 스터디 덕분에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됐어요. 저는 리더십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가장 기본적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적당한 오지랖을 부려서 회사가 현재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과거에는 어땠는지 큰 맥락을 보려고 해요. 미션 중심의 기업이다 보니 창업자를 포함한 슬로워크 리더들의 비전을 좀 깊게 이해해 보려고 하죠. 그 맥락을 이해해야 지금 하는 일의 당위성을 파악할 수 있어요. 당장 힘든 일이 있어도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그림이 있으면 동료들과 으쌰으쌰 하면서 지금을 잘 견딜 수 있으니까요. 같은 관점에서 동료들의 상황도 최대한 맥락에 따라 접근하려고 해요. 단편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기보다는 평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면, 똑같은 어려움이 있어도 동료가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지니까요.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일은 책임을 다해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UX/UI 디자인, 기획, 프론트엔드 개발 경험과 다수의 프로젝트 진행 경험을 통해 동료들에게 실무적인 피드백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다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어서', 또 기술이란 게 자주 바뀌기도 해서 동료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되 저의 경험이 도움 될 수 있으니 비슷한 사례를 겪었으면 공유하는 편이에요. 

예시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GA(Google Analytics) 설정 관련 작업 문의가 온 적이 있는데 제가 예전에 다른 개발언어를 활용해 비슷한 세팅을 해드린 적이 있어 해당 경험을 말씀드리니 '이렇게 하면 되겠군요'라며 금방 해결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진지하게 고민하던 부분에, 저의 경험을 더하니, 응용을 해서 간단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어요.  

정보와 노하우 공유의 사례가 되겠네요. 저도 모르는 분야면 많이 듣고 아는 분야면 좀더 얘기를 해요. 예를 들어서 원고 작성을 할 때 대부분 디자이너의 레이아웃에 제 글을 맞추는 편이에요. 전문영역을 좀더 드리고 싶은 거죠. 한편 전략이나 기획안을 도출하거나 원고를 작성할 때는 치열하게 이야기하며 작업해요. 

맞아요. 저는 글을 쓸 때 최대한 구어체로 어렵지 않게 쓰려는 편인데요. 주변에 누가 글 잘 쓰는 법을 물어보면 "책 속에 살지 말고 세상 속에 사세요"라는 말을 종종 하는 편이에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현장에서 지금 어떤 말을 하는지 듣고 경험해야 독자에게도 와닿는 글을 쓸 수 있거든요. 글과 말이라는 것만 다를 뿐 커뮤니케이션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죠.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치열하게 소통하면서 작업하고, 그러면서 서로 노하우를 더 쌓아가요.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서는 제 의견을 과하게 내세우는 것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존중하려고 해요. 

사회 속 여성 리더 

리더로서 개인의 역량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조금 더 나아가 여성 리더로서 사회를 보는 관점을 들어보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성별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인, 사회적인 차이를 느낀 적이 있으시면 전반적으로 한번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업 사회공헌팀에서 일하며 "소셜섹터 분야는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여자가 꼭 필요하다. 당신이 여자인 것도 채용의 이유가 된다. 이 영역에 그래서 여자들이 많다"는 말을 들었어요.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죠. 일을 하면서 보니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리더급으로 가면 남자가 많아요. 오렌지레터에서 체인지메이커 인터뷰 섹션을 채울 때도 다 남자뿐이라서 깜짝 놀랄 때가 있고요.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넓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남자란 거죠. 

공감해요. 개인적으로 인원이 많은 전체 회의에서 여성 구성원은 말을 잘 안 하게 돼요. 경험상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내가 발언해도 실효성 있게 들어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누들님 이야기처럼 결정권자들이 남성이다 보니 여성만이 낼 수 있는 의견에 공감이 잘 안 되면 영향력이 없고 중요하지 않은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이럴 때는 여성 구성원에게 발언권을 주고 실효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슬로워크도 그렇고 제가 속한 사업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구성원 중 여성이 절반 이상, 리더 성비는 남성이 절반 이상이에요. 리더가 되기 전엔 누구나 구성원이었을 텐데요. 역량이나 경력이 비슷해도 윗단계로 가는 기간에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 구성원의 성비가 리더급에도 유지되는지, 같은 직급이어도 성별에 따른 연봉 차이가 있는지 등을 통해서도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 리더의 비율이 낮으면 의사결정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맞고 틀림의 문제라기보다 경험 차이의 문제인 거죠. 예를 들어 리더 중 1%만 여성일 경우 경험에 비춘 사례를 이야기하더라도 경험의 차이로 동의되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고 의사결정은 동의를 많이 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여성 리더의 숫자와 여성의 의견이 실효성 있게 되는 비율의 상관관계가 알게 모르게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란 거죠. 

여러분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도 경험한 적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그렇다면, 슬로워크에는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제도가 따로 있을까요? 

이미지 출처: UN글로벌콤팩트

2월 중반에 나온 따끈따끈한 이야기인데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서 주관하는 기업 내 여성 리더십 향상을 위한 TGE 이니셔티브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SDGs의 5번째 목표 '성평등' 중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리더십에 대한 동등한 기회보장'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이죠. 쭈님이 슬로워크를 대표해 앰배서더로 참가할 예정이에요

여성 구성원이 리더로 가는 과정에서 거칠 수도 있는 임신, 출산, 육아 단계에서 원격근무, 유연근무, 자율연차와 같은 제도들은 구성원 본인이 어느 정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해요. 육아 휴직을 하는 남성 동료도 종종 볼 수 있고요. 

그렇겠네요. 수희님이 말씀하신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생애주기이기도 하지만, 여성 리더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사회적인 이슈인 셈이지요. 저희 중 유일하게 임신과 출산을 하셨던 쭈님께서 경험을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음. 관련해서 다른 회사에도 자문을 종종 하는데요. 사실 회사나 사회에서 엄청나게 잘 준비한다고 해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관련된 지원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도적인 지원이 있어도 가정에서 뒷받침을 안 해주면 어려워요. 구조적으로 ‘모두 같이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가정에서의 뒷받침과 여성의 사회활동 간의 관계 말씀이시군요. 

네. 성별을 뛰어넘어 개인도, 가정도, 문화도, 사회도 '가족공동체니까 육아도 같이 해야 한다. 아이도 아빠와 같이하는 시간도 엄마와 같이하는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고 인식하면 좋겠어요. 여성 개인도 어렵겠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라고 정하고요.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식으로든 특정한, 고정된 여성상을 자주 강요해요. 육아가 소중한 여성도 있는데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왜 경력을 포기하냐고 묻죠. 근데 또 일하는 여성에게는 '왜 애기를 안보냐'고 묻잖아요. 이것 아니면 저것을 강요하죠. 둘 다 하고 싶다고 하면 욕심내지 말라고 하고. 여성은 어떻게 해도 욕먹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얼마 전 결혼을 해서 더 크게 와 닿아요. 걱정되네요. 

슬로워크에서도 자녀가 있는 여성 리더는 쭈님 뿐이에요. 자녀가 있는 남성 리더는 상대적으로 많고요. 도대체 자녀가 있는 여성 동료들은 다 어디 갔냐는 말이죠. 슬로워크가 뭔가를 잘못했다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가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져도 계속 리더로 남을 수 있을까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돼요. 저의 역량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사례가 많지 않은 환경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죠. 

임신의 경우 초기에는 여러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애매하고 평소처럼 일하기도 무리가 되어서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임신이나 출산, 육아 때문에 구성원의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회가 여성에게 또 하나의 정형화 된 여성상을 만들어 놓고 ‘도대체 뭘 더 바라?’하는 식의 접근법은 곤란하죠. 그 어떤 여성상도 원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자유롭고 해방되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흑과 백,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적인 벽을 깨부숴보아요. Girls can do anything!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몇백 년의 역사가 지나치게 유구하죠. 

여성들에게 한마디 

2시간 반이 지났어요. 더 듣고 싶지만 여기서 멈출게요. 슬로워크를 비롯한 모든 조직의 여성들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자신을 믿고, 자신 있게 해나가면 돼요"

"능력을 과시하시고요. 나대세요"

"하고 싶은 대로, 더 막살아봐요"

"뭐든 혼자서 다 하긴 어렵잖아요. 주변 사람들, 동료들을 좀 더 믿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봐요, 우리"

*세계 여성의 날에 같이 읽으면 좋은 글 

-조직 내 여성 인권, 한 발 더 내딛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야" 
-젠더 폭력에 맞서는 기술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여성 리더 관련 캠페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SeatsForWomen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입니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여성 리더가 있는지 살펴보고 여기 동참해보세요!



인터뷰, 정리 | 슬로워크 테크니컬 라이터 메이 
이미지 | 슬로워크 디자이너 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