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다룬 영화 ‘레바논’.전쟁영화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지요. 전쟁의 정당성과 애국심 발로를 부추기는 영화와 있는 그대로의 전쟁상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물음을 던지는.. 또 하나는 전쟁의 폭력과 광기를 고발한 영화.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배우기)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번지수를 잘 못 찾은 것은 아닐까요? 영화 레바논도 그런 질문에 답해 주는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2009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레바논은 독특합니다. 영화의 주 무대는 탱크 안입니다. 1982년 6월 6일 레바논 침공 첫날.해바라기 밭이 펼쳐진 곳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사랑과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해바라기. 탱크는 해바라기 밭을 뚫고 이미 공중 폭격으로 쑥대밭이 된 레바논의 영토를 향해 전진합니다.
좁은 탱크 안에는 몇 명의 병사가 세상 밖을 관찰하며바깥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 돌진하지요. 탱크는 이미 아수라장이 된 길을 뚫고 가면서 복병을 만나고, 적이 되어 버린 사람들에게 총격과 폭탄을 가합니다. 민간인과 적, 교전규칙은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순식간에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요. 탱크는 공격을 받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탱크 안에서 간식으로 먹던 시리얼은 포탄 공격으로 흩어져 탱크 안 모든 곳에 파편처럼 붙어 녹아내리고, 소변냄새와 섞여 악취가 진동합니다.
사람을 처음 죽이는 탱크병의 공포감은 바깥세상에서 폭력을 마주한 민간인의 공포감과 견주어 다를 것이 없습니다. 2010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허트 로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을 통해 전쟁의 실상과
공포를 담은 영화이지요. 허트 로커가 바깥세상에서 지뢰를 제거하면서 겪는 군상들의 공포를 담았다면, 영화 레바논은 탱크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바깥세상을 탱크의 렌즈로 담아내었습니다.
영화 레바논은 관객을 탱크 안으로 초대합니다. 탱크 안에 갇힌 사람들은 공포 이전에 답답함을 느낄 겁니다. 폐쇄공포증과 가위눌림을 반복할 것 같은 공간. 덜컹거리며 운명을 알 수 없는 길을 뚫고... 무쇠는 인간이다. 탱크의 무쇠는 껍데기에 불과하다.탱크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를 만든 인간들이 아닐까요? 아직도 레바논 전쟁은 진행 중입니다. 전쟁 무기만 업그레이드 되었을 뿐, 전쟁을 바라보는(일으키는) 시선은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28년이 넘은 레바논전쟁을 다룬 영화 '레바논'이 불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총알이 야기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혹은 포탄의 날카로운 파편이
다른 사람의 다리를 잘라내는 광경을 직접 본다면
누구라도 그러한 두려움과 비탄을 단 한번만이라도 전장에서 직접 느낀다면
수천명은 말할것도 없이 단 한명에게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왜 전쟁사진을 찍는가? James Nachtw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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