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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아이덴티티 ①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슬로워크는 올해로 10살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슬로워크에게도 10주년은 뜻깊은 한 해였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일들도 많았습니다(관련글: 슬로워크 10주년, 오래된 미래, 복잡한 반성).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무사히 진행한 것인데요. 미래를 바라보며 미션과 가치, 비전 등을 그려낸 이 프로젝트의 진행률은 현재 95%.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머지 5%는 그동안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과정들을 블로그에 공유하는 일이고, 이제 8차례에 걸쳐 블로그 글들이 모두 포스팅되면 프로젝트팀의 공식적인 활동은 마치게 됩니다. 


20~30명 안팎의 규모, 10년 전후의 나이, 그리고 아직 조직의 체계가 잡히지 않았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의지만큼은 남다른 기업이나 비영리조직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로워크처럼요. 하지만 작은 규모의 조직이 미션과 비전을 포함해 조직의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일은 엄두가 잘 나지 않죠. 그만큼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암담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딱 이런 상황에 있는 조직이라면 6개월간 치열한 작업 끝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수립한 슬로워크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프로젝트의 주요한 과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각 포스팅 글의 순서와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동안의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작업이 궁금하셨다면 필독! 


①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② Until Now: 슬로워크 10년, 용하게 살아남았습니다. 

③ Right Now 1: 이러다 우리 망하는 거 아냐?

④ Right Now 2: 슬로워크 진단 결과는 '보통 회사'

⑤ Right Now 3: 그 회사가 알고 싶다. 

⑥ Right Now 4: 지금이 던킨도넛 먹을 때인가요?

⑦ From Now on 1: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 이렇습니다.

⑧ From Now on 2: 슬로워크 아이덴티티를 공개합니다. 


슬로워크는 이번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먼저는 지난 10년을 슬로워크라는 이름을 걸고 지나오면서 우리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SNS를 통해, 클라이언트로부터 우리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은 많지만, 정작 '슬로워크의 정체성은 뭘까?'라는 물음에 스스로 고민해 볼 여유를 충분히 가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주년을 핑계 삼아 스스로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찾아 떠나보자는 결의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을 슬로워크만의 방식과 아이디어로 진행해보고 싶었던 바람도 한몫했습니다. 최근 슬로워크는 기존의 그래픽디자인 작업뿐 아니라,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전략, 캠페인 기획과 같이 조직의 아이덴티티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프로젝트들을 맡게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조직을 다루기 이전에 먼저 우리가 가진 역량을 우리 자신에게 제대로 적용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더 책임 있게 슬로워크가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슬로워크 내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내기 슬로워커이자 CSO(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인 장수하늘소 발자국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조직을 측정, 평가하고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분야에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사실 슬로워커 중에는 장수하늘소 발자국이 정말 그런 전문성을 가졌는지 직접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풍문으로만 들리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장수하늘소 발자국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이 프로젝트 리더로 낙점되었답니다. 낙점될 당시 하얗게 질린 장수하늘소 발자국의 표정을 모두 보셨다면 좋았을 텐데.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의 닻을 올리기 위한 준비 작업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는 7월의 첫날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6월에는 사전 준비를 마쳤습니다. 프로젝트의 원활한 시작을 위해 했던 준비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뽑아보면 아래의 세 가지 정도가 있네요.


1) 아이덴티티 수립에 대해 구성원의 공감 얻기

2) 프로젝트를 추진할 조직 구성하기

3)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마스터플랜 세우기


좀 더 살펴보면, 먼저 프로젝트의 취지와 의미를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 기초 설문도 진행하고 아이덴티티 수립을 통해 기대하는 점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기초 설문에서는 지금의 슬로워크를 사람으로 본다면 어떤 이미지에 가까운지를 조사해 봤는데요. '초록색 가방을 메고 다니는 통통하고 어리벙벙한 초딩,' '조용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유쾌하고 착실한 20대 ,' '조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자기만의 소신은 가지고 있는 소녀' 같은 재밌는 응답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된 4개의 동사는 '조용하다,' '존재감 없다,' '성실하다,' '소신 있다'였습니다. 공감되시나요? 


그리고 구성원들은 슬로워크라는 회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글씨 크기가 더 큰 단어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응답한 것입니다. 



위의 결과를 보고 누군가가 전문성과 실력에 관련된 용어가 별로 없어서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이에 대해 다른 구성원이 전문성은 기본이 아니겠냐고 대답했던 것도 생각나고요. 이렇게 각자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도 정리해보고, 아이덴티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도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조직 구성도 사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슬로워크의 경우 프로젝트를 위해 2개의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실제로 이끌어갈 팀은 아이덴티티 태스크포스(이하 ITF)로 이름 짓고 장수하늘소 발자국을 중심으로 7명의 슬로워커들이 모였습니다. 이와 함께 ITF의 작업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확정할 일종의 의사결정 기구로 아이덴티티 위원회(이하 IC)를 구성했습니다. IC에는 CEO인 소사 발자국을 포함해 예리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줄 수 있는 10명의 슬로워커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준비로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 프로세스와 각 단계에서의 활동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마스터플랜이 7월부터 시작된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의 전체 프로세스를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 프로세스와 방향


일반적으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대동소이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어떤 관점으로 과정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프로세스와 세부적인 추진 활동들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슬로워크의 경우에는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추진한 동기 중에 10주년이라는 시간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고 또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암묵지들를 명확하게 드러내보자는 취지가 강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토대로 프로세스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스터플랜을 통해 기획했던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세스는 지금이라는 시점을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구성하였습니다.
1단계: 과거 10년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Until Now,' 
2단계: 현재 슬로워크의 모습과 조직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Right Now,'
3단계: 미래 10년을 바라보고 우리의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상하는 'From Now on' 




이 세 단계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하나의 독립된 프로세스 묶음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 프로젝트 수행은 7개의 활동 범주와 40여 개의 프로세스 세부 활동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점에 슬로워크의 고민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어떤 기준과 방향성을 가지고 마스터플랜을 이행할 것인가였습니다. 모든 슬로워커들이 공통으로 희망하는 슬로워크의 아이덴티티는 '세계 최고'라거나 '글로벌 리더' 또는 '매출 몇억'과 같이 경쟁우위나 멋있어 보이는 구호는 아니었거든요. 그보다는 괴리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모습을 갖춰가는데 동인이 될 수 있는 솔직담백한 아이덴티티를 모든 구성원이 원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방향성 측면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 비전 및 전략체계의 모든 요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필수적인 요소들만 최소한으로 만든다. 

- 하지만 핵심가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아이덴티티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 보여주기보다는 실천하기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 비전을 만든다면 BHAG(Big, Hairy, Audacious Goal)이어야 한다. 

- 지속가능성 가치가 새로운 아이덴티티 전체에 녹아 있어야 한다. 

- Bottom-Up 방식으로 최대한의 공감대와 참여를 지향한다. 

- 회사의 비전이 개인의 비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을 함께 고민한다. 

- 아이덴티티 작업은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되며 기한 준수보다 의미 발굴이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목적, 달리 말하면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것일 텐데요. 공식적인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슬로워크가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앞으로 10년간 누구에게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슬로워크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95%가 완료된 지금, 과연 모든 구성원이 동기 부여되고 슬로워크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대감을 보일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하면 그것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개인마다 자신만의 관점과 선호가 있으니까요. 다만, 이제 슬로워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방향성 측면의 기준을 모두 충분히 고민하면서 만들었나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Until Now, Right Now, From Now on에서 진행했던 주요한 활동과 결과를 순서대로 공유하게 됩니다. 글이라는 매체의 제약 때문에 한계는 존재하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이번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 글 연재의 방향입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조금 의외이거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용 하나하나보다는 슬로워크의 활동과 고민을 보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좋은 힌트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 공개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