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는 마음이 고요합니다. 날씨도 맑은 것 같고요. 점점 구름이 끼고 시야가 흐려집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하네요. 어느새 비가 내립니다. 배가 뒤집힐 듯 난리가 나고 동료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아... 우리가 탄 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누구나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원할 것입니다. 개인의 성취감, 팀의 실적, 고객의 만족을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실패했다고 느끼는 프로젝트를 돌이켜 문제를 따져보면, 팀이 가지는 역량과 기술적인 한계보다도 어딘가 다른 현실의 벽이 원인일 때가 있습니다. 조직 관점의 요인, 환경 요인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프로젝트를 저 먼 곳으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팀의 조직과 운영에 연결됩니다. 팀원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지,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이제 막 시작하는 팀리더로서 늘 고민입니다.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성공하는 방법은 이미 잘 알지만, 뜻대로 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팀과 프로젝트의 실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 환경적 요인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환경
A는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 아침 시간에 일이 잘된다.
B는 퇴근 시간 후 사무실이 조용해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C는 밤늦게 적은 시간을 들여 하루 치 일을 끝낼 수 있다.
생산성은 일에 몰입하는 시간과 연관이 있습니다. 생산성을 위해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 즉 사무실 환경이 열악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격리: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이들을 이곳저곳으로 떨어뜨려 놓았다고 생각해봅시다. 소통을 하기 위해 지금 만나러 가야 합니다. 단순히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료에게도 소음이나 방해가 될 수 있지요. 모두의 몰입을 방해하는 셈입니다. 카톡이나 슬랙으로 업무에 관한 소통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동료들 간 일상적인 소통의 기회가 없어지고, 팀 세팅 초기에는 문화나 분위기를 만들 기회도 줄어들게 됩니다.
무시할 수 없는 전화벨: 한창 일에 몰두해있을 즘 전화가 울리면 전화를 받고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다시 몰입 상태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물론 방해의 원천이라고 해도 전화기를 모두 없애긴 어렵겠지요.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 전화가 필수적인 곳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직무 특성이나 작업 집중 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상시 전화 응대를 하는 것은 생산성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방식을 다르게 바꿔보거나, 특정인이 전화 응대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교복 같은 공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게 일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개개인을 만족하게 하기 어려우니 모두에게 똑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처럼 내려집니다.
팀이 자신들의 취향대로 공간을 만들고 일 대신 치장에 신경을 쓰는 모습에 통제해야만 하는 (윗) 사람은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러나 공간이 ‘완성'되면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일에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업무에 몰입을 방해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꼭 사무실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환경 때문에 팀원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린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겠죠.
어떤 환경에서 일해야 구성원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자기의 일에 긍지를 가질지 질문을 던져봅시다. 사무실이란 환경은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범위에 속하는 듯하여 포기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사무실 환경을 담당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불안한 팀
팀의 리더는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때,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때, 권위를 세우지 못할 때 불안함을 느낍니다. 팀원들이 불안할 때는 리더가 불안하게 리딩할 때입니다.
부품과 같은 직원: 우리는 부품이 아닙니다. 누군가 조직에서 이탈했을 때, 다른 누군가로 그 자리가 완벽하게 메꿔질까요? 언제든 대체할 수 있다고 느끼면서 구성원의 가치와 개성을 무시한다면 유능한 사람은 떠나길 결심하게 되지요. 빈번한 이직에 숨겨진 비용을 생각해봅시다.
나를 세우기 위한 관리: 명령으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관리는 불안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쉬운 관리를 위해 복장 규정 같은 규칙을 만들어 모두를 획일적으로 만들고 예외가 없도록 합니다. 무언가 다른 주장을 하고 조금이라도 튄다면 나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누가 놀고 있지는 않은지 감독합니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리 위험한 순간을 위해 방어를 합니다. 관리와 리더십은 팀과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명령이 아닙니다.
실수하면 안 괜찮아: 관리자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경험이나 판단에서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실수하고 프로젝트가 위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는 신뢰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서로 믿지 못하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서로 뭉쳐 나아가는 가능성은 거의 없겠죠.
단결되지 않는 팀은 압박과 통제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며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단결되는 팀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팀 안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힘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들
의식과 같은 회의: 회의는 실무 회의와 의식적인 회의로 나뉩니다. 주간보고가 후자의 경우인데요. 다수의 구성원이 리더에게 한 주간의 일을 돌아가면서 보고합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 1:1로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나머지는 명목상 같은 공간에 앉아있게 됩니다. 그들이 노트북이라도 가지고 앉아있다면 십중팔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의사결정과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정보 공유이기 때문에 시계를 보고 끝이 납니다. 물론 이러한 의식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새해 전략에 대한 발표나 회고, 축하의 목적이 아니라면 한 번씩 ‘의식의 참여자 수 X 회의 시간’을 생각해봅시다.
참조(cc) 파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공유한다는 이유로 이메일 참조를 하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 그 양이 스팸처럼 느껴집니다. 종일 메일을 읽고 답장을 했다… 하는 일 없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조된 메일을 받고 어떤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동의한 것이 돼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명시적으로 동의를 표했을 때만 동의라고 받아들여야 이메일에 쏟아붓는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다음의 질문으로 미리 테스트해봅시다. ‘내가/그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인가?’
일 중독자는 없다: 초과근무로 찌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 부작용을 잘 아실 겁니다. 처음엔 조금 더 일하면 기한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만, 반복되는 야근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쉬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을 펼치고 집중하여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효율이 떨어졌는데 시간만 들인다고 일이 잘 되지는 않겠지요. 보상 없이도 묵묵히 희생하던 일 중독자는 훗날 더 중요한 가치를 깨달아 충격을 받고 팀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압력과 함께 지속적인 초과 근무를 허용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팀을 망치는 길입니다.
이것만은
팀 세팅 초기에는 함께 보내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합니다.
업무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찾아보고 빠르게 해결합시다.
팀원 개개인의 개성을 파악하고 그 가치를 인정합니다.
남을 통제하는 것이 관리의 포인트가 아닙니다.
팀원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만 공유합니다.
반복되는 초과근무는 팀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정말, 새로운 툴을 사용하지 않아서 프로젝트가 망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모든 업무 현장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다루지 못한 것이 더 많습니다. 핵심은 팀과 조직의 문화, 환경 또한 프로젝트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새해가 밝은지도 일주일이 흐르고 있습니다. 팀리더 여러분, 새로운 팀을 구성하여 새 목표를 가지고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계실 텐데요. 프로젝트와 팀의 흥망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올해에는 꼭 성공합시다.
참고
톰 드마르코, 『피플웨어』, 인사이트(2014)
마커스 버킹엄, 커트 코프만,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 21세기북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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