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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백악관의 디지털 기술 엘리트 조직은 어떻게 운영될까?

미국 정부 디지털 서비스 USDS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1] 백악관의 디지털 기술 엘리트 조직은 어떻게 운영될까?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2] 팀 버너스 리와 오드리 탕의 정부기술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3] 발틱의 호랑이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 선두주자로, 에스토니아 정부 

 

정부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아, 이런 것 개선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아요. 공인인증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개인정보 보호 오류로 인해 로그인을 한번에 하지 못할 때도 있고요. 분명히 같은 사이트에서 어떤 문서는 한글 파일인데 또 어떤 문서는 PDF 파일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모바일로 넘어오면 더 아쉬워져요. 행정 처리할 때마다 부처마다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써야 하고, 그마다 보안모듈을 깔아야 하니 접속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기도 하죠. 휴!

 

물론 한 국가의 시스템을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응해야할 기기도, 운영체제도 한 두개가 아닌데 규모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만 해도 5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사용할 시스템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하죠. 또 시스템 구성과 응집력을 고려하면 기관 및 조직 사이의 경계없는 협력이 필요한데,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들이 그러기는 역시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높은 수준의 보안은 필수입니다. 국가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니까요.

 

일반 서비스라면 사용자가 최우선이겠지만 정부 서비스는 이렇게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개별 사용자가 문제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정부의 디지털 기술(이하 정부기술)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정부기관, 기관과 기관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사회에서의 정보 유통 방식을 정의하는 매개가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슬로워크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부기술 수준을 한단계 높이려는 해외정부의 시도를 세 개의 시리즈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USDS 사이트)

 

첫번째는 미국의 USDS(United States Digital Service)예요. 미국연방정부에 IT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죠. 정부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책 사는 것만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2014년 8월 문을 열었어요.

 

초기 아이디어는 제니퍼 팔카(Jennifer Pahlka) 당시 과학기술정책국 CTO가 2013년 제안했어요. ‘코딩으로 더 나은 미국 정부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에 IT 전문조직을 만들자고요. 그의 제안 대로 USDS가 공식 출범했을 때 구글의 엔지니어 밀키 디커슨이 조직을 이끌었고, 지금은 또 다른 구글 개발자인 맷 커츠가 책임자로 일하고 있어요.

 

(맷 커츠, 이미지 출처: 오라일리 맷 커츠 발표 영상)

맷 커츠는 정부의 IT 조직이 민간영역의 인력 수급, 신기술 도입, 소프트웨어 적용 노하우를 참고하고 일부 적용해야 한다면서 인력 수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애자일 개발 방법과 툴, 문화를 도입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해요

 

지금까지 USDS가 거둔 가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정부 개선을 위한 개괄적인 가이드라인 A Digital Services Playbook

-지속적이고 아름다운 연방 정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Draft Web Design Standards

-연방정부의 노동계약과 정부기관 물품 조달을 위한 가이드라인 TechFAR Handbook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 선택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정보 College Scorecard

 

해당 가이드라인, 표준, 핸드북 등을 바탕으로 USDS는 각 부서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USDS는 대표적으로 개편된 의료보험료 지불체계를 웹사이트에 적용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미국 의료보장 제도를 담당하는 기관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CMS)와 온라인 건강보험 서비스 사이트 제작 부서 및 에이전시와 협업했죠.

 

(개편된 의료보험료 지불체계를 보기 쉽게 나타낸 그림, 이미지 출처: USDS 사이트)

맷 커츠는 이 경험을 네 가지 요점으로 설명했어요.

 

첫째, USDS는 기존 시스템을 파악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2200쪽에 달하는 의료보험료 체계 문서를 다 읽는 것은 시간상, 인력상 무리였고, 또 문서에 갇힌 내용보다 살아있는 실제 예시를 사이트에 반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맷 커츠는 이야기했죠.

 

둘째, 인력 계약을 맺고 소프트웨어를 조달할 때, USDS가 이미 만들어둔 TechFAR 핸드북을 최대한 활용했어요.핸드북에는 디지털 서비스 계약 문서를 온라인 템플릿으로 만들어 올려두고, 애자일 전문가를 양성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평시 운영하며, 고용자가 피고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포럼을 종종 열어서 자원을 상시 확보하려는 노력을 담았어요.

 

또 프로젝트에 적합한 벤더를 구할 때 인증된 곳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문서를 체계화했어요. ‘애자일 개발이 가능한 인력과 소프트웨어 도입’을 조건으로 삼았고요. 도입 과정과 이후에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인력과 툴을 확보하는 계약 BPA(Blanket Purchase Agreement)를 체결했어요.

 

사실 정부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신기술이나 화려한 기술 도입보다도 인력과 소프트웨어 수급에서 막히게 마련이잖아요. 정부 프로젝트는 사이즈가 너무 크고 문서 작업도 많고 느리게 굴러가는 등등등! 민간 기업이 나서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죠. USDS는 기업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파악했어요. 그 해결책으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인력, 툴, 문서, 프로세스 등의 자원을 확보하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했고, 견실한 중소기업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또 에이전시와 협업할 때 노동 시간이 아닌 결과에 지불한다는 원칙을 만들었어요.

 

(이미지 출처: TechFAR Hub)

맷 커츠는 이렇게 정리하네요. “함께 일할 엔지니어들에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게 하고 코드를 작성해보게 했어요. 그 품질을 확인해서 빠르게 인력을 조달하려고 했어요. 정부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었고 민간기업의 에이전시 계약 방법을 적용해보았습니다”

 

셋째, 이것들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기술의 품질을 따질 수 있었어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용이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구성했다고 하네요.

 

우선 자체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운영하던 CMS의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맷 커츠는 덕분에 CMS가 5년 동안 2억달러(약 2,268억원)를 절감했고, 사이트 사용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네요. 또 API 기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했어요. 첫 해에 헬스케어 관련 140개 조직이 API 키를 요청했대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프로그래밍할 때 사용하는 함수를 모아두는 라이브러리(도서관이죠!)가 있어요. 만약에 어떤 엔지니어가 이 라이브러리에 접근할 수 있다면 중복되는 함수를 또 짤 필요가 없고 복잡한 함수의 내부 구조를 알 필요가 없죠. 다만 이걸 보려면 만든 사람이 걸어둔 규칙들을 알아야만 하는데 이게 바로 API입니다. 엔지니어들은 API를 호출해서 제공자가 구현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일상 대화처럼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건강보험 서비스 사이트 홈페이지 화면, 이미지 출처: 온라인 건강보험 사이트

마지막으로 사이트의 용어를 최대한 일반적으로 쓰는 말로 바꿨어요. 기존 사이트에는 정부가 원래 있는 문서를 그대로 가져다 쓴 용어도 많았는데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서비스 사용자 입장에서 사용하기 쉽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고 봐요.

 

USDS는 이 프로젝트 외에도 재향군인부, 국방부, 중소기업청, 총무청, 국토안보부, 교육부, 보건사회복지부와 함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민간 영역의 기술 인력 및 자원 수급 방법을 정부에 도입하기는 참 어려운데요. 원칙을 정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서 효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있었다고 봅니다. 지금도 USDS는 매년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성과를 의회에 공유하고 있어요.

 

미국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개선 시도로 USDS를 살펴봤어요. 다음 글에서는 영국 팀 버너스 리와 대만 오드리 탕의 정부기술 혁신 이야기를 다뤄볼게요.

 

 

*참고1: USDS의 9가지 정부 디지털 서비스 개선 계획

 

1.프로젝트의 미션과 과제를 명시한다. 최고의 벤더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2.노동시간이 아닌 결과에 지불한다. 결과물이 최고의 성과 지표다.
3. 계약서상 기술 조건을 제한하지 않는다. 새롭고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4. 서비스를 내놓는 과정 중에도 디자인 소프트웨어 및 애자일 소프트웨어를 계속 확보한다.
5. 얻을 수 있는 것이 명확한, 프로젝트에 딱 알맞는 솔루션에 투자한다.
6.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너무 무겁게 가져가지 않는다.
7. 인력이든 소프트웨어든 민간 시장의 계약 방법을 적용한다.
8. 믿을만하고, 일을 맡길만하고, 개발 문화 장벽이 높지 않은 팀을 선택한다. 또 예전에 했던 코딩 결과물의 품질을 보고, 이것으로 실질적으로 거둔 성과를 본다. 미래의 퍼포먼스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9. 사용자가 솔루션을 빨리 써볼 수 있게 내놓고, 정식 릴리즈 전에 접근성, 보안, 사용성 테스트를 개발 과정에 미리 포함시켜서 병목현상을 피한다.

 

*참고2: 참고자료

 

-위키피디아의 USDS

-Government is a system. - Matt Cutts (USDS)

-Meet the Procuremenati : USDS’s Acquisition Experts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시리즈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1] 백악관의 디지털 기술 엘리트 조직은 어떻게 운영될까?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2] 팀 버너스 리와 오드리 탕의 정부기술 

[해외 정부기술 개선 사례 3] 발틱의 호랑이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 선두주자로, 에스토니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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