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수도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 중 가장 뜨겁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양평 두물머리 일대는 4대강 찬반집회로 시끌시끌했습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 4대강 사업이 필수라는 찬성 측과
생명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을 당장 멈춰야한다는 반대 측의 의견은
여전히 팽팽히 대립 중인데요, 26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이 공개한
4대강 사업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대가 절반 수준인 49.9%로
찬성 36.7%보다 13.2%p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네요.
지난해 12월 22일 실시된 조사에서 반대 (51%), 찬성 (35.9%)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4대강 살리기 홍보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판 녹색 뉴딜정책이라 홍보하는 4대강 사업.
외국의 정책이나 대규모국책사업 모델을 수입할 때는 그 제도나 사업이 한국의 실정에 맞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국토 면적이나 국민들의 생활 여건, 습성 등 여러 가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하지요.
4대강 사업의 경우에도, 외국의 실패사례나 대규모국책사업이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성공한 사례의 밝은 측면만을 부각 시키는 것은 아닌지요.
실패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 개발 사업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해외 사례들이 있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매년 홍수와 가뭄을 되풀이하는 이탈리아의 포강 (Po R.)
이탈리아의 포강은 북서부 이탈리아 최대의 강으로 공업 발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속적인 수질 악화와 집중호우 시 강 수위 조절 곤란 등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1914년과 1960년 대대적인 포강 유역 정비 사업에 착수했지만,
지역 농민과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수차례 착공과 중단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하천은 점점 더 오염되어 갔고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막는 기능 또한 상실했다고 합니다.
2003년 포강유역 4개주가 포강 유역관리국을 설립 하였으나 효율적 통제 및
관리기능이 미약했고, 이러한 정비역량 부족에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강 유역의 범람과 극심한 가뭄까지 발생하면서 피해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막대한 피해에 따라 주민들 간에 강 개발 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고 하네요.
사업초기 재원확보 및 환경영향평가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국민들과 여러 단체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오랜 기간 강을 방치했고,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책홍보 및 피해 보상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고통 받는 지구의 허파, 브라질의 아마존강 (Amazon R.)
브라질은 남미 대륙 북부에 위치해 안데스 산맥에서 대서양까지
세계 1위 유역면적을 보유하고 있지요.
1966년 북부 균형발전, 토지 분배 및 아마존 지역에 대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토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9개주를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는데요,
아마존 사업 이후 1970년부터 1980년대 까지 기업 및 빈곤층 이주는 확대 됐지만,
벌목 후 관리 미흡으로 기업정착, 농민 생활 터전 지원을 위한 경제구역으로의 전환은
실패하였고, 국토발전을 비롯한 서민층의 생활개선 효과도 극히 미약했습니다.
이 같은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요?
정부의 개발의지는 있었지만 환경파괴 감시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심과 재원이 부족했고,
체계적 실천계획이 미비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삼림보호 재정은 선진국과 환경단체 등이 해마다 8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나,
정부 투입예산이 5400만달라에 그쳐 지역 통제 능력을 상실 했다고 하네요.
아마존 개발참여 기업, 목축업자들이 기술개발과 산업발전보다 막대한 정부지원,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목축지 확보를 위한 벌목에만 혈안이 됐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에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방화, 벌목, 쫒겨 나는 원주민,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되는 아마존의 생태계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강을 단지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말라가는 호주의 젖줄, 머레이-달링강 (Darling R.)
후주 경제의 젖줄이자 주요 식량, 수자원의 공급원인 머레이-달링 강.
1980년대 이후 잦은 가뭄과 온난화 현상 및 각 주정부의 무분별한
농업 관개용수 공급 등으로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면서 수자원이 감소하고
수질오염 및 염도증가 등 큰 위협에 직면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가 200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머레이-달링 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갈수기 유량확보 등 문제점으로 사업성과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현재 머레이-달링 강 저수량은 지난 9년간 가뭄으로 총저수량의 11% 미만이며,
2008~2009년 유량도 118년간 3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함으로써 관개 및 식수난이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머레이-달링 강 유역의 호수도 수위가 점점 낮아짐에 따라
민물호수의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어 생태환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와 같은 머레이-달링 강 사업의 실패는 체계적인 정책의 부재와,
정부 차원의 조정기능이 결여됐다는데 있습니다. 정부가 임시방편적인 정책 수단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긴급사안 발생 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불가능했던 것이지요.
이 사례는 지자체 등에 강 관리를 일방적으로 맡길 경우, 관할권 문제 등으로
효과적이고 체계적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정비역량의 부족, 국민들의 불만과 반대여론, 환경파괴 감시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과 재원의 부족, 체계적인 정책 미비, 미흡한 강 관리로 인한 생태계 파괴...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의 시작은 우리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점들이 참 많습니다.
다만 우리의 과정과 결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름뿐인 '살리기'는 아무도 원치 않습니다.
국민들 모두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고,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기에
이런 생각들을 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진정한 '살리기'를 실천하기 위해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는 것,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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